LG가 삼성과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3:2로 역전패했습니다. 타선의 집중력 상실과 7회초 연속 실책이 패인입니다.

승부처는 2:0으로 앞선 7회초였습니다. 1사 1루에서 오지환이 배영섭의 땅볼 타구를 포구하지 못하는 실책으로 1사 1, 2루가 되었고 뒤이은 대타 진갑용의 2타점 동점 3루타로 분위기는 완전히 삼성으로 넘어갔습니다. 오지환은 병살 연결을 염두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타구의 바운드가 컸으며 타자 주자 배영섭의 발이 빠르기에 착실하게 선행 주자를 아웃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했습니다. 오지환이 경기 종반 결정적인 순간에 실책을 범하며 LG가 역전패하는 시나리오는 3년째 변함이 없습니다. 전체 133경기 중 21%에 해당하는 28경기를 치른 현재 오지환의 실책이 벌써 5개이니 이 같은 추세라면 산술적으로 올 시즌에도 20개 안팎의 실책을 범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연합뉴스

오지환의 실책이 직후 벤치의 움직임도 안일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책으로 분위기가 넘어갔다면 투수 교체를 통해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실책으로 인해 득점권 위기가 찾아온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신인 최성훈에게는 다소 버거운 노련한 진갑용이 대타로 나왔기에 LG는 이동현을 투입하는 투수 교체도 모색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김기태 감독은 이어 진갑용에 뒤이어 이승엽을 상대해야 하기에 좌완 최성훈을 그대로 밀고 가는 편이 낫다고 본 듯하지만 진갑용 한 타자만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우투수를 투입하며 분위기를 바꾸는 꼼꼼하고 세심한 교체가 나았을 듯합니다. 진갑용을 아웃 처리해 2사가 된 이후 좌완 이상열로 하여금 이승엽을 상대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진갑용의 3루타에 대한 중계 플레이에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대형과 오지환을 거친 중계는 포수 김태군에게 향했는데 정상적으로 포구했다면 김태군이 1루 주자 배영섭을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는 타이밍이었습니다. 그랬다면 2:1에 2사 3루가 되면서 역전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포수 김태군의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동점과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계속된 1사 3루에서 이승엽의 땅볼 타구에 대한 최동수의 실책은 결승점과 직결되었습니다. 최동수는 3루에 주자가 있었던 만큼 타구가 자신에게 향했을 때 대시해서 포구해 홈 승부를 걸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 자리에서 기다리다 어정쩡한 바운드에서 처리하다 자세가 무너져 넘어졌고 3루 주자는 물론 1루 주자까지 모두 살려주는 실책을 범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7회초 연속 실책에 앞서 LG 야수들의 허술한 수비는 전주곡이 있었습니다. 2회초 2사 후 신명철의 뜬공에 2루수 서동욱과 우익수 이진영이 서로 미루다 안타로 둔갑시켜주는 느슨한 장면을 노출했습니다. 4회초에는 1사 후 서동욱이 신명철의 땅볼 타구를 포구해 1루에 악송구해 안타로 만들어줬습니다. 이처럼 엉성한 수비가 반복된다면 LG는 결코 중위권도 도모할 수 없습니다.

야수들의 잘못은 수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집중력 부재로 절호의 득점권 기회를 전혀 살리지 못했습니다. 2회말에는 1사 만루에서 박용택은 초구를 성급하게 건드려 투수 땅볼 병살타로 기회를 날렸습니다. 그에 앞서 김태군의 내야 안타에는 행운이 따랐으며 모처럼 하위 타선에서 만든 기회를 가장 타격감이 좋은 박용택이 무산시켰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만일 박용택이 출루하며 타점으로 연결시켰다면 중심 타선으로 연결되어 LG는 대량 득점을 통해 삼성 선발 윤성환을 무너뜨리며 손쉽게 경기를 풀어갔을 것입니다.

3:2로 뒤진 9회말 정성훈은 2번의 주루 실수를 범했습니다. 선두 타자로 나와 2루타로 출루한 정성훈은 이병규의 중전 안타에 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3루에 머물렀는데 하위 타순으로 내려가고 있었으며 삼성의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는 무사 3루에서도 득점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병규의 안타에 과감하게 홈에 쇄도했어야 합니다. 정성훈은 타구가 중견수 배영섭에게 잡힐 수도 있다고 본 듯한데 결국 타구 판단에 실패한 것입니다.

계속된 무사 1, 3루 기회에서 최동수의 선상 땅볼 타구에 정성훈은 홈으로 어정쩡하게 들어오다 짧은 런다운 끝에 아웃되었습니다. 외야 플라이도 쳐주지 못한 최동수에게 아쉽지만 정성훈의 주루 플레이는 더욱 아쉬웠습니다. 무사 3루에 3루수 쪽으로 타구가 향한다면 3루 주자는 자신이 횡사할 위험이 있으므로 타구가 내야를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홈에 들어오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타구가 3루수 쪽으로 향하면 홈이 아니라 오히려 3루로 귀루한 뒤 타구의 향방에 따라 움직임을 취해야 하지만 정성훈은 원칙 없는 주루 플레이로 기회를 날렸습니다. 정성훈이 3루에 머물렀다면 최동수의 깊은 타구는 병살을 연결하기 어려웠기에 아마도 1사 1, 3루의 기회가 이어졌을 것이고 오지환의 타석에서 동점을 노려볼 만했습니다. 결국 9회말 정성훈의 두 번에 걸친 주루 실수가 동점 기회를 날린 것입니다.

오늘 경기는 두 번 주어진 1사 혹은 무사 3루의 기회를 단 한 번도 살리지 못했으며 2개의 실책을 비롯한 무수한 실책성 수비가 말해주듯 야수들의 부진이 팀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로써 LG는 이번 주 넥센과 삼성으로 이어진 6연전을 모두 루징 시리즈로 기록하며 2승 4패로 마무리해 다시 5할 승률 턱걸이로 돌아왔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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