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에이스 주키치의 호투와 박용택, 이진영의 분전으로 삼성에 2:1로 신승했습니다. 어제 패하며 3연패로 5할 승률에 턱걸이해 오늘 패할 경우 LG는 올 시즌 처음으로 승률 4할 대 추락의 위기를 맞았지만 ‘5할 본능’을 유지했습니다.

▲ 역투하는 주키치ⓒ연합뉴스
주치키는 7.2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타선 불발로 득점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흔들림 없이 에이스다운 모습을 과시했습니다. 주키치는 4승째를 거뒀으며 LG는 최근 2주간 주키치의 선발 등판 3경기에서 모두 승리했습니다. 주키치 외에는 딱히 내세울 만한 선발 투수가 없는 LG의 입장에서 주키치의 등판 때마다 팀 승리로 연결되고 있는 것은 5할 승률의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마무리 봉중근은 2:0으로 다소 넉넉한 상황에서 9회초 등판했지만 1실점한 뒤 2사 만루의 역전 위기를 자초하며 진땀 세이브를 거뒀습니다. 봉중근은 2개의 사사구가 말해주듯 제구가 흔들리며 어려움을 겪었는데 5월 5일 잠실 두산전 이후 일주일 동안 등판하지 못해 경기 감각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선두 타자 정형식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장타력을 지닌 이승엽, 박석민의 중심 타선과 연결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경험이 풍부하며 공격적인 투구가 장점이지만 마무리 경험만큼은 일천한 봉중근의 입장에서는 마무리 투수가 선두 타자를 출루시키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좋은 교훈을 얻었을 것입니다.

오늘도 LG 타선은 박용택과 이진영이 이끌었습니다. LG의 2타점은 두 선수가 각각 기록한 것으로 1회말 이진영의 적시 2루타는 결승타가 되었으며 7회말 2사 후 박용택의 적시타는 쐐기타가 되었습니다. LG 타자들의 전반적인 침체와 주루 플레이 미숙이 겹치며 득점 능력이 크게 저하되었지만 박용택과 이진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타점을 올렸습니다.

LG 승리의 숨은 수훈 선수는 김용의입니다. 정성훈의 부진으로 김용의가 3루수로 선발 출장했는데 내야 땅볼 타구가 많이 나오는 주키치의 특성을 감안하면 불안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용의는 27개의 아웃 카운트 중 병살타 1개 포함 8개의 아웃 카운트를 처리하는 안정적인 수비로 승리에 공헌했습니다. 전체 아웃 카운트의 약 30%를 혼자 잡아낸 것입니다.

김용의는 2회초 선두 타자 박석민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해 아웃 처리했으며 6회초에는 1사 1루에서 김상수의 타구를 5-4-3의 병살로 연결했습니다. 8회초 무사 1루에서는 배영섭의 어려운 타구를 처리했으며 2:1로 쫓긴 9회초 2사 만루에서 다시 배영섭의 큰 바운드의 땅볼 타구에 자신의 베이스를 밟아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처리하며 경기를 종료시켰습니다. 만일 김용의에게 향한 7개의 땅볼 타구 중 단 한 개만이라도 어설픈 수비로 이어졌다면 오늘 경기의 향방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승리했지만 1회말과 2회말 엉성한 주루 플레이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1회말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박석민의 실책으로 1사 1, 3루의 추가 득점 기회를 얻었지만 이병규의 투수 앞 땅볼에 홈으로 들어오던 3루 주자 이진영이 횡사하면서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적시타는커녕 희생 플라이도 만들지 못한 이병규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무사 혹은 1사 3루 상황에서 3루 주자는 홈에서 횡사할 가능성이 높은 야수 정면 짧은 내야 땅볼에는 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이진영은 무리한 주루로 공격의 맥을 끊었습니다.

2회말에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김상수의 실책성 수비가 안타로 연결되면서 얻은 1사 1, 3루 기회 박용택의 타석에 1루 주자 이대형이 초구에 도루를 시도하자 3루 주자 오지환도 덩달아 홈으로 쇄도하다 아웃되었습니다. 더블 스틸 사인이 벤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 오지환의 홈 쇄도는 무리한 것이었습니다. 설령 1루 주자 이대형의 2루에서 아웃될 타이밍이라 해도 오지환은 홈에 들어와서는 안 되었습니다. 이대형이 아웃되어도 오지환이 3루를 지켰다면 2사 3루의 기회가 이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3루 주자의 횡사로 2사 2루로 상황이 돌변하면서 타격감이 좋은 박용택조차 범타로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1회말과 2회말 모두 상대의 엉성한 수비로 얻은 1사 3루의 절호의 기회를 얻었지만 LG는 엉성한 주루 플레이로 인해 추가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만일 1회말과 2회말에 착실히 1점씩 추가했다면 삼성 선발 배영수도 오랜 이닝을 소화할 수 없었을 것이며 LG는 보다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대가 퍼주는 기회도 받아먹지 못했기에 LG는 경기 종료의 순간까지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오늘은 LG에 승운이 따른 것이 사실입니다. 3회초 1사 1루에서 정형식의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직선타 병살로 연결되었는데 풀 카운트였기에 런 앤 히트가 걸린 것이 병살로 연결되었습니다. 4회초에는 2사 후 이승엽의 타구가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가 되었는데 타구가 조금만 더 뻗어 담장을 넘어갔다면 1:1 동점이 되어 경기 흐름은 삼성으로 넘어갔을 것입니다. 약간의 차이로 2루타에 그쳐 동점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 행운이었습니다.

내일 경기는 마무리에서 선발로 복귀하는 리즈의 첫 선발 등판일입니다. 2군에서 리즈의 선발 등판 기록은 3경기에서 1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6.55로 만족스럽지 못한데 1군에서는 과연 어떤 내용의 투구를 선보일지가 승부의 관건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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