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삼성과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8:4로 완패했습니다. 대량 실점하며 무너진 마운드가 패인입니다. LG는 시즌 첫 3연패를 기록했습니다.

선발 정재복은 4회초까지 2실점하며 근근이 버텼지만 5회초 1사 이후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강판되었고 이후 김기표가 모두 실점하면서 정재복은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습니다. 정재복으로서는 5회초 연속 안타가 아쉬울 수도 있지만 사실은 4회초 이닝을 끊지 못한 것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습니다. 4회초 1사 후 배영섭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김태군이 도루 저지로 2사 주자 없는 상황을 만들었으며 이후 하위 타선이라면 정재복은 이닝을 그대로 종료시키며 5회초 하위 타순부터 상대하는 편이 바람직했습니다.

하지만 정재복은 4회초 2사 후 정형식과 진갑용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9번 타자 손주인까지 끌려갔고 손주인을 범타 처리해 이닝을 종료시켰지만 5회초에는 1번 타자 김상수부터 상대하며 어려움을 자초했습니다. 만일 정재복이 4회초 정형식을 끝으로 이닝을 깔끔히 마무리했다면 5회초에는 진갑용과 손주인을 먼저 상대하며 아웃 카운트를 늘린 뒤 상위 타선을 상대할 수 있었기에 대량 실점을 막을 수도 있었습니다.

▲ 정재복 선수ⓒ연합뉴스

정재복이 4회초 2사 후 연속 안타를 허용해 이닝을 종료시키지 못한 것이나 5회초 1사 후 연속 안타로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근본적으로 구위와 구속이 상대 타자를 전혀 압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최고 구속이 140km/h의 초반에 불과한 정재복이 현재 1군에서 어울리는 보직은 뒤지고 있는 경기에서 이닝을 소화하는 추격조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재복이 1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었다는 것 자체가 LG 선발진의 허약함을 입증합니다.

2:0으로 뒤진 5회초 1사 1, 2루에서 정재복을 구원 등판한 김기표는 4연속 피안타로 6:0까지 벌어지도록 해 사실상 승부가 갈렸습니다. 김기표는 첫 번째 상대인 박석민을 상대로 5구에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는데 초구부터 5구에 이르기까지 모두 바깥쪽으로만 일관했습니다. 타격감이 좋은 박석민이 단순하기 짝이 없는 LG 배터리의 공 배합을 간파하지 않을 리 없었고 5구 바깥쪽 공을 가볍게 밀어 쳐 적시타로 대량 득점의 물꼬를 텄습니다. 1사 1, 2루 상황이라면 과감한 몸쪽 승부를 통해 내야 땅볼을 유도해 병살로 연결시키는 것이 최선인데 김기표는 구위에 자신이 없다보니 장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자세로 바깥쪽 일변도의 승부로 자충수를 두었습니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박석민에서 정형식에 이르기까지 4명의 타자가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김기표의 공을 배팅 볼처럼 쳐내는 동안 LG 벤치에서는 김기태 감독이나 차명석 투수 코치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설령 교체를 하지 않고 김기표에게 이닝을 끝까지 맡긴다 해도 불이 붙은 삼성 방망이의 흐름을 끊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 마운드에 올라갔어야 합니다. 박석민에 이어 최형우에게 안타를 허용했을 때가 적기였는데 LG 벤치에서는 김기표를 방치해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삼성의 구원진이 롯데와의 주중 3연전에서 피로가 누적되어 LG로서는 후반에 승부를 걸어볼 만 했지만 LG 벤치는 5회초 일찌감치 경기를 포기하고 손을 놓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8회초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한 한희도 답답했습니다. 지난 시즌 140km/h 중반을 훌쩍 넘기던 직구 구속은 사라지고 140km/h을 간신히 넘기는 밋밋한 직구만이 남아 난타당하고 있습니다. 한희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초구, 2구 연속 스트라이크를 꽂는 공격적인 투구로 상대 타자를 압박하는 것이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1이닝 동안 7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무려 4명의 타자에게 풀 카운트로 끌려갔고 그 중 3명을 출루시키며 2실점했습니다. 정재복과 마찬가지로 현재 한희의 구위는 1군에서 상대 타자들의 먹잇감이 되기 딱 좋은 수준에 불과합니다.

박용택, 이진영, 최동수의 상위 타선은 모두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도합 8안타 4타점으로 분전했습니다. 하지만 4번 타자 정성훈은 오늘도 주어진 기회를 모두 무산시켰습니다. 1회말 1사 1, 2루, 3회말 2사 1루, 5회말 1사 1, 2루, 9회말 1사 1루에서 안타는커녕 진루타조차 하나 없이 5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4연속 안타로 6:2로 추격한 1사 1, 2루에서 범타로 물러나며 공격의 맥을 끊은 것이 가장 아쉬웠으며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는 병살타로 경기를 종료시켰습니다. 4월 내내 장타를 폭발시키자 상대 투수들은 몸쪽 공을 주지 않고 바깥 쪽 유인구 위주로 승부했지만 정성훈은 큰 스윙으로 일관하며 타격감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단순히 5타수 무안타에 그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구안이 흔들리고 있으며 타구질 또한 매우 좋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팀 상황이 급하기는 하지만 슬럼프에 빠진 정성훈에게 한 경기 정도 휴식을 부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LG는 내일 경기에서 에이스 주키치가 선발 등판해 4연패와 승률 4할 추락을 막아야만 하는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삼성 선발이 우완 배영수인 만큼 LG는 좌타자들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