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을 통해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 문제를 비판하고 있는 경향신문이 사장 공모 과정에 간부들의 부당한 선거 개입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내부 갈등을 이어지고 있다.

▲ 서울 정동 경향신문 사옥. ⓒ미디어스
경향신문 사장 공모가 1일 종료되기에 앞서 이대근 경향신문 편집국장, 박구재 경향신문 경영기획실장은 사장 공모 의사가 있었던 강병국 변호사(경향신문 해직기자 출신)를 4월 25일 찾아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막겠다"며 공모 포기를 종용한 바 있다.

이에, 사장 선임에 있어서 1차 심사 권한을 가진 경영자추천위원회는 4월 말 회의를 열어 이대근 국장에게 '경고'를 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했으나 사태는 가라앉지 않았다.

당사자인 이대근 국장은 3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실망한 사람들에게 사과한다. 나의 불찰이고 생각이 짧았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다음날(4일) 곧바로 편집국 중견기자 32기 9명이 이 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대근 국장의 특정후보 불출마 압력 사건은 이 국장 스스로 밝혔듯이 부적절하고 사려깊지 못한 행동일 뿐 아니라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 국장과 박 실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편집국 47~48기 기자들이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이들은 5일 성명을 내어 "사안의 경중을 정밀히 따져보는 절차 없이 무조건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형태의 강요 행위는 또 다른 사내 정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기수 정치부장은 그동안 지면을 통해 정치권의 '부정선거'와 '담합'을 비판해 왔던 경향신문 내부에서 똑같은 행위가 벌어진 것에 대한 자괴감을 토로하며 6일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부장은 6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보직을 내려놓으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경향신문의 원칙과 잣대, 공신력이 무너진 위기 앞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며 "이 매듭이 없으면 이당 저당을 조지는 경향신문의 지면은 스스로에게 기획과 서술이 고통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향신문 기자들은 7일 저녁 기자총회를 열고 "편집국장 거취와 직접 관련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결론내렸다.

당일 오전, 원희복 경향신문 선임기자는 사내게시판을 통해 "이번 사태의 포괄적 본질은 송 사장님의 무리한 연임 의지에서 비롯됐다. 이대근 국장, 박구재 실장을 희생양으로 삼을 만큼 본인 연임이 중요한가?"라며 송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오는 21일 사장 후보 면접, 23~24일 사원주주 대상 투표, 25일 결과발표 등의 절차를 거친 뒤 내달 14일 주주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1일 마감된 경향신문 사장 후보에는 송영승 현 사장이 단독 입후보했으며, 다음 임기는 7월 1일부터 공식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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