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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로부터 '경고'받은 '미디어스' 기자가 KBS에게[기자수첩] '명의'뿐인 기자의 '명의'뿐인 '공영방송사' 취재기
곽상아 기자 | 승인 2012.05.11 15:09

   
▲ 11일, <미디어스> 편집국으로 송달된 '출입금지 사전경고문'

KBS는 10일, <미디어스>를 특정해 '출입금지'를 '사전경고'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KBS는 또한 다음날인 11일 오전, KBS 홍보실 명의의 '사전경고문'을 등기우편으로 <미디어스> 사장과 편집국장에게 보내왔다.

KBS는 이 경고문에서 "<미디어스>에 대해 앞으로 출입금지 요청과 함께 공영방송 관련 보도자료 메일링 서비스를 잠정 중단할 수 있음을 사전에 경고한다"며 "명의뿐인 기자인지 의심과 함께 KBS가 해당 매체에 정당하게 요청한 기사 수정이 상습적으로 묵살되는 바, 앞으로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할 경우 언론매체로서 소속기자와 기사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과 윤리를 갖출 때까지 KBS 출입을 삼가하도록 정중히 요청하고 보도자료 메일링 서비스도 잠정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별로 대꾸할 가치가 없는 내용이기도 하고, KBS 홍보실 관계자들의 애환도 알기에 그냥 무시하려 했는데, 여기 저기서 "너 무슨 짓을 했길래, 출입금지까지 경고받냐?"는 질문을 받았다. 일일이 답변하기 어려운 탓에 기사로 답변을 해야겠다.  

 <미디어스>는 매체비평지여서, 우리나라의 최대 미디어인 KBS에 대한 기사가 어느 매체보다 많다. 이 때문에 그동안 KBS 홍보실로부터 숱한 항의를 받았다. 올해 KBS측의 항의를 받은 기사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대체로 김인규 KBS 사장에 관한 기사나, 처음으로 알려지는 내용을 포함하는 민감한 기사들이다.

<KBS '명작스캔들' 석연치 않은 '폐지', 제작진 '황당'>(5월 9일)

<"김인규 사장, 조롱과 풍자도 못받아들이는 협량">(4월 24일)

<'MB의 남자' 김인규 KBS 사장, "이명박의 OOO" 문자에…>(4월 15일)

<KBS 김인규 사장, '새누리 압승' 총선으로 '기세등등'?>(4월 13일)

<KBS보직 간부들도 김인규 퇴진 요구>(4월 3일)

<KBS, '김인규 퇴진' 총파업에 '파업상황실'까지 운영>(3월 22일)

가장 최근에 항의를 받았던 <KBS '명작스캔들' 석연치 않은 '폐지', 제작진 '황당'>는 지난해 1월 '공영성 강화' 차원에서 신설됐던 KBS <명작스캔들>이 제작진들과 MC의 파업 도중 폐지가 결정됐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취재 내막을 간단히 설명하면, 나는 9일 오후 관련 사실을 전해 들었고 'KBS의 공식 입'인 배재성 홍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폐지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배재성 홍보실장은 관련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직 (폐지를) 최종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폐지의 사유에는 "주요 출연진 가운데 몇 명이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서 더 이상 못나오게 되어 당초 기획의도와 방향이 흔들리게 됐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예상보다 저조했다" 두 가지가 있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주요 출연진 가운데 정확히 누가 문제가 됐는지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이게 '팩트'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런데 홍보실 이야기만 듣고 완성도 있는 기사를 쓸 수는 없다고 판단해서 <명작스캔들>을 기획한 민승식 부장, MC인 최원정 아나운서에게까지 확인 취재를 하여 기사를 작성했다.

그런데, 공영방송이 공영적 프로그램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폐지하려 한다는 사실이 <미디어스>를 처음으로 보도되자, 뜨끔했던 것이었을까? 10일 오전, 배재성 실장이 황급히 전화를 걸어와 "폐지가 아니라, 시즌2형식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잠정중단하는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단순히 '착오'였다고 하기에는 9일 오후와 10일 오전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달랐다. "담당 제작진들과 MC도 '폐지'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잠정중단'이라는 게 이해 안 된다"고 묻자, 배재성 실장은 "제작진들이나 MC가 파업 도중이라 관련 내용을 잘 몰랐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날 해당기사의 취재원이었던 민승식 부장은 파업에 참가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해 관련 내용을 가장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KBS의 '공식변명'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더욱이 다시 민 부장과 통화를 해보니 "팩트에 전혀 문제가 없는 기사"라며 "('잠정중단'이라는 것은) 제작진의 의사와 상관없이 (폐지로) 몰아가다가 기사까지 나오니까, 회사쪽에서 면피용으로 하는 얘기"라고 오히려 더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이렇게 다시 확인까지 한 기사인데, 홍보실의 일방적 정정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였어야 이런 '경고'를 받지 않았을 것인가.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KBS 홍보실장이 해당 기사 때문에 본부장에게 '한 소리' 듣는 등 내부적으로 문제가 됐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 최경영 기자 해고 이후 4월 24일 KBS 앞에서 개최된 촛불집회를 스케치한 <"김인규 사장, 조롱과 풍자도 못받아들이는 협량"> 기사의 경우, 다음날 홍보실 관계자가 편집국으로 전화를 걸어와 '일방적인 기사'라고 항의했다. 김 사장을 '소인배'처럼 묘사했다는 것이 항의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회사의 입장을 반영해야 했다는 말인가? 기사에 "KBS 사측은 '김 사장은 조롱과 풍자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대인배'라고 해명했다"라는 문장이라도 넣어주었다면, 이런 경고 보내지 않았다는 말인 것일까? 

또 하나 들여다 보자. 4월 13일 작성된 <KBS 김인규 사장, '새누리 압승' 총선으로 '기세등등'?>는 "그동안 KBS 새 노조 파업에 대해 침묵해왔던 김인규 KBS사장이 4.11 총선의 '새누리당 압승' 결과가 나온 이후 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등 적극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KBS 홍보실은 이 기사에 대해 "전 사원에게 보낸 사장의 메일발송에 대해 마치 특정정당이 압승하자 노조파업에 선전포고한 것으로 단정적 해석을 내렸다. 사장메일 발송 계획은 임원회의에서 사전에 공표된 것으로 총선결과와 무관하다"며 기사를 수정하지 않을 경우 중재위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침묵해왔던 김 사장이 총선 이후 전 사원에게 메일을 보내는 등 적극적 공세를 이어가는 것을 '기세등등'으로 표현한 것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해석의 자유' 문제인데 무엇을 수정하란 말인지. 그리고, '노조파업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대목 역시 KBS 충주방송국의 한 기자(새 노조 소속)가 KBS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김 사장의 발언이 새노조 파업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한 것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3월 22일 작성된 <KBS, '김인규 퇴진' 총파업에 '파업상황실'까지 운영>은 3월 7일자로 KBS가 마련한 'KBS본부노조 불법파업 대응지침'을 입수해 단독 보도한 것이다. 이에 대해 KBS홍보실측은 "KBS는 상황 점검과 대응을 위해 모든 파업에 대해 (파업) 상황실을 운영해온 것을 마치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으로 표기한 것은 악의적인 허위보도"라고 항의했다. 그런데, KBS가 '파업 상황실'을 운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총선을 앞두고 중요한 순간에 정치파업이 벌어졌기 때문에 (과거 파업때보다) 좀 더 민감한 사안들이 쏟아져 나올 우려가 있다. 과거에도 노무부서에서 파업 상황 대책을 논의했었지만, 이번에는 아예 대책반을 가동한 것"이라며 '파업상황실'을 처음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확인해 줬었다.

그리고 "(새 노조의 파업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목적으로 하는 노동관계법상 보호받지 못하는 불법파업이며, 참여자는 분명하게 인사ㆍ보수상 불이익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표현은 해당 문건에 분명히 명기된 것인데, KBS는 '악의적 허위보도'라고 주장했다.  문건에 표기된 내용을 발췌한 것을 허위보도라고 하면, 무엇이 진실보도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KBS 홍보실의 해명을 받아들인 경우도 있었다. 김인규 KBS 사장을 비난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최경영 KBS 기자가 경찰에 고소됐음을 다룬 <'MB의 남자' 김인규 KBS 사장, "이명박의 OOO" 문자에…>(4월 15일) 기사의 경우 일부 표현이 사실관계와 달리 해석될 수 있는 점이 있어서 이를 수정한 바 있다.

이렇게 세세히 답변을 쓰다보니, KBS가  KBS를 출입하는 기자들을  어떻게 일방적으로 대해왔는지,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다. 

기자가 KBS에 본격적으로 출입한 것은 특보 출신 김인규 사장이 취임했던 2009년 11월 경이다. 그해 1월 경,  KBS 출입기자실이 서울 여의도 KBS본관 3층에서 자료동 4층 홍보실 옆에 '처박히는' 모습을 목격했다. KBS 사측이 정연주 사장 해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KBS 사원행동 참가자들에게 '중징계'를 내린 직후 단행된 조치였다.  당시 29개 언론사 출입기자들은 단체로 성명을 내어 "최근 들어 벌어진 KBS의 공정성 논란과 사원 파면사태 등에 비등하고 있는 KBS 내 비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을 봉쇄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항의했으나, 항의는 아주 가볍게 묵살됐다.

홍보실 사람들만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곳에 자리하게 된 출입기자실. 주요 부서들은 본관에 있는데 홍보실 옆 출입기자실에 처박혀 취재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  옹색했던 자리마저 지키지 못하고 기자실은 KBS 신관의 차가운 로비 바닥으로 쫓겨났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인규 사장은 수신료 인상, ABU회장 선출 문제 외에 기자회견이나 기자간담회를 연 적도 없었다. KBS 김인규 사장 체제 출범 이후 KBS 출입기자들에게도 KBS는 일방적이었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11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전경고'를 내린 이유에 대해 "그동안 홍보실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 등이 몇 건 쌓이면서 홍보실 직원들 사이에서 <미디어스>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갑자기 출입을 정지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까 '경고'한 것이고, 더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직장인이자 생활인으로서 KBS 홍보실의 애환과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공영방송사인 KBS의 조직이  내부의 곤란함을 이유로 다른 언론사에게 이런 무리한 제스추어를 취하는 건 정말 비상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언론사에게 "명의뿐인 기자"라는 비난의 표현을 쏟아내는 경고장을 보내기 전에  이런 무리한 경고가 오히려 KBS를  "명의뿐인 공영방송사"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심사숙고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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