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도청 의혹을 받고 있는 KBS 장 아무개 기자 ⓒ KBS뉴스 캡처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던 'KBS 도청 의혹'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신료 인상과 관련된 민주당의 비공개 회의를 불법 도청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당사자 KBS 장 아무개 기자의 '고백'이 나왔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KBS가 자신들의 '먹거리' 문제인 '수신료 인상'에 대한 제1야당의 움직임을 알아내기 위해 불법 도청을 감행하고, 이를 여당 측에 건넸다는 '의혹'은 공영방송의 존립과 연결되는 중대한 사안이었으나 검찰은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장 아무개 기자와 한선교 의원을 무혐의 처분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KBS에 쏠리는 '의혹'의 눈길이 여전한 가운데, 사건 발생 11개월만에 나온 장 아무개 기자의 '고백'이 주목된다. 새 노조 소속이지만, 3월 6일부터 시작된 '김인규 퇴진 촉구' 총파업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장 아무개 기자는 총선 전 KBS 새 노조 핵심 집행부를 만나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도청도 하지 않고, 건네주지도 않았는데, 모든 것이 내가 한 것처럼 알려져 나는 억울하다."

자신이 하지 않았을 뿐 도청 사실 자체는 인정하는 '고백'이자, 한선교 의원에게 '녹취록'을 건넨 다른 당사자가 있다는 얘기다. 언론사 체계상 KBS 정치부 말단 기자인 장 아무개 기자가 혼자서 '도청 사건'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그동안의 '상식적 의혹제기'에 설득력을 더하는 말이다.

▲ 지난해 7월, 시사주간지 <시사인>은 국회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도청 의혹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KBS의 해명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7.8%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7년차 이상 기자의 경우 52.4%가 KBS의 해명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시사인

그렇다면, 불법 도청 사건의 다른 공모자는 누구인 걸까? 자연스레 의문이 이어지지만, 총선 전 새 노조 집행부를 만나 심경을 털어놓았다는 장 아무개 기자는 총선 결과가 '새누리당 단독 과반'으로 나온 이후 새 노조 측의 연락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 아무개 기자는 10일 오후, <미디어스>의 취재 요청에도 "죄송하지만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장 아무개 기자는 민주통합당 출입기자로서 현재도 KBS뉴스에서 정상적으로 리포트를 하고 있다.

새 노조는 10일 특보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종합하면 해당 조합원(장 아무개 기자)의 핸드폰이 당대표실에 있었던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그 핸드폰을 해당 조합원이 직접 당대표실에 갖다놓은 것은 아닐 수 있다. 다른 공모자가 있다는 여러 정황이 나오고 있다"며 "핸드폰으로 녹음하거나 녹취록을 만든 사람들은 해당 조합원처럼 모두 말단 기자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 기자의 고백은) 녹취록을 보고 검토한 뒤 정치적으로 이를 이용하기 위해 한선교 의원실에 전달한 사람이 KBS 내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핵심 요직에 여전히 건재함을 이 조합원은 암시했다"며 "녹취록을 건넨 자, 녹취록을 건네라고 시킨 자, 그리고 이를 최종 승인한 자는 누구인가? MB 특보 김인규 사장은 이 사실을 언제 알았는가?"라고 물었다.

새 노조는 "해당 조합원의 심경고백 내용을 바탕으로 도청 사건의 재구성을 통한 진상규명에 돌입했으며, 당시 지휘라인이던 전 정치부장이 곧 미국으로 출국하는 만큼 그 이전에 도대체 누가 녹취록을 한선교 의원에게 전달했는지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7월 1일자 인사발령을 통해 '워싱턴 지국장'으로 '영전'하는 이강덕 당시 정치부장은 10일 오후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도청 의혹과 관련해 "당시 회사가 엄청나게 분개했던 사안이라서, 내가 더 이상 말을 보태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며 언급을 꺼렸다. "장 기자 고백의 핵심은 '(KBS정치부 내에) 다른 공모자들이 있다'는 것인데, 정치부 수장으로서 해명해야 하지 않느냐"는 <미디어스>의 질문에는 "내가 당시 정치부 부장이긴 했지만, 지금은 그쪽 업무를 맡지 않고 있어서 말할 수 없다"며 "곧 미국에 가니까 준비해야 한다"고 답했다.

총선 이후 입을 다문 장 아무개 기자, 그리고 "다 끝난 얘기"라며 미국행을 준비하고 있는 당시 정치부장. 그러나, 과연 KBS 도청 의혹 사건이 이대로 '영원히' 미제로 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영방송이 불법도청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던, 전무후무한 이 사건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강덕 정치부장과 <미디어스>의 10일 오후 전화 통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디어스: 도청 의혹과 관련해, 장 아무개 기자가 새 노조 측에 심경고백을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강덕 부장: 내가 정치부장일 때도 장 기자는 '나와는 무관한 일인데 외부에서는 마치 내가 엄청난 일을 저지른 것처럼 부모님이나 친구들도 그래서 괴롭다'고 하더라. 자기는 더군다나 막내 기자인데, 외부에서 그렇게 보니 곤란해 했다. 그때 장 기자가 경찰 조사까지 받고 고생을 참 많이 했다.

미디어스: 그런데, 장 기자 고백의 핵심은 '(도청 사건과 관련해 KBS 정치부 내에) 다른 공모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정치부 수장으로서 해명해야 하지 않은가?

이강덕 부장: 당시 내가 정치부 부장이긴 했다. 그런데 작년 기사들을 찾아보라. 민주당의 입장, KBS의 입장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다. 작년에 회사 측에서 이야기할 것은 충분히 이야기했다.

미디어스: 그런데, 당시 KBS가 내놓은 해명을 봐도 의문이 해소 안 된다.

이강덕 부장: 지금은 제가 그쪽 업무를 맡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말할 수가 없다. 당시 회사가 엄청나게 분개했던 사안이라서, 내가 더 이상 말을 보태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곧 미국에 가니까 준비해야 한다.

미디어스: 당시 기사들을 전부 살펴봤다. 그런데, 당시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도 '문제의 문건을 KBS가 만든 것이고 어떤 경로를 거쳐 한선교 의원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보도했었는데 어떻게 보시나?

이강덕 부장: 당시 외부 언론들이 근거없이 KBS의 명예를 많이 훼손했었다.

미디어스: 당시 KBS가 도청 의혹과 관련해 '법적 대응'을 자주 거론했었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심각한 명예훼손일 텐데 왜 '민주당'과 'KBS를 도청 당사자로 지목한 언론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가?

이강덕 부장: KBS는 언론사인데 (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들이 분분했었다. 그래도 필요한 조치들은 취해야 한다고 했고, 아마 (소송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알기로는 한국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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