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파업이 어버이날인 5월 8일로 100일을 맞았다.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는 방송노조의 파업은 아직도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이처럼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그에 따른 이탈자도 생기고 있다. 1박2일의 최재형PD가 프로그램이 망가지는 걸 보지 못하겠다는 말로 파업대열을 이탈했으며, MBC 최대현, 양승은 아나운서는 종교적 문제로 방송 복귀를 선택했다.

두 아나운서는 7일 노동조합 탈퇴서를 제출하면서 모두 복귀하라는 종교적 계시를 받았다고 해서 웃지 못할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신은 두 아나운서만이 아니라 김재철 사장에게도 계시를 내렸는지 양승은 아나운서는 복귀와 함께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 보직을 받았다.

월급도 없이 싸움을 해가는 노조원들 입장에서는 힘이 빠지고 쓸쓸해지는 소식일 거라 생각될 수밖에 없는데, 정작 MBC 노조원들은 그런 일들에 개의치 않고 오히려 KBS노조와 함께 여의도 광장에 텐트를 치고 희망캠프를 조성했다. MBC노조의 파업 캐치프레이즈가 왜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인지를 실감케 하는 행보라 할 수 있다.

그런 한편 신의 계시인지, 사장과의 거래인지는 알 수 없는 두 아나운서의 이탈 소식을 비웃는 소식도 전해졌다. MBC 방현주 아나운서가 현재 임신 6개월로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집회에 참석하는 등 파업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방 아나운서의 건강이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양, 최 두 아나운서의 복귀로 불쾌해진 가슴이 시원해지는 기분을 선사한 소식이었다.

▲ 방현주 아나운서 ⓒ연합뉴스
신의 계시가 어떻게 개인에게 직접 전달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치 짜놓은 듯 복귀와 함께 중요보직을 턱하니 맡은 양승은 아나운서와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주말 뉴스데스크가 어떤 자리인가. 파업하는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며 최일구 아나운서가 눈물로 자리를 내놓은 의자에 앉게 된 양승은 아나운서에게 신의 계시만 들리고, 동료와 국민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신의 계시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아기를 배 안에 품은 방현주 아나운서가 파업에 참여하는 의지가 모정의 그것과 같다는 진심을 잘 알게 됐다. 배 안의 아기에게 거짓을 말하는 엄마는 없을 것이다. 방현주 아나운서가 임신 중에도 파업에 참여한 것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양심의 소리, 진실의 소리 그것을 전하는 것이 아나운서란 직업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파업 이후 뉴스데스크를 보는 사람은 없으니 대단할 것도 없는 자아도취의 보직일 뿐이다. 기껏해야 사내방송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뉴스데스크 앵커보다는 방송에서는 만날 수 없어도 언론인의 올곧은 자세를 확인시켜준 방현주 아나운서가 훨씬 더 멋지고 아름답게 보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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