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대중 앞으로 돌아온 이수영에 대한 환영인사였을까? 가수로서 해볼 것 다해본 이수영은 6일 나는 가수다2 마지막 무대에 올라 그 떨림을 숨기지도, 극복하지도 못했다. 당연히 이수영 본연의 실력을 다 보였다고는 할 수 없는 무대였다. 그러나 이수영은 당당히 가장 감동을 준 가수 1위에 뽑혔다. 놀라운 일이었고, 재택평가단의 힘이었다.

이수영의 1위는 단순히 본인만의 영광은 아니다. 먼저 이수영은 심하게 떨어 노래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는데도 1위를 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아니 그럴 수 있어야 했다. 나가수는 오디션이나 콩쿠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능적인 부분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모니터를 통해 전달해주는 기능 이상의 무엇이 있다면 시청자는 기꺼이 감동할 수 있게 된다.

나가수 시즌1이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소리만 질러대면 장땡’이라는 냉소에 자유롭지 못했고, 그것은 결국 스스로의 한계가 되어 시즌을 마감할 때는 시작과 달리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시즌2의 나가수에게 음량의 극복은 커다란 숙제였고, 이수영의 1위는 나가수2에서는 굳이 공개홀을 쩌렁쩌렁 울려대지 않아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시즌1때에 현장 평가단과 방송 후 시청자 평가가 달랐던 것은 나가수의 딜레마 중 하나였다. 현장 평가단은 프로페셔날 음향기기의 육중한 음향을 경험하게 되는 반면 일반 시청자들은 볼륨조차 크게 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거기서 소위 막귀평가단이라는 오해가 생기게 됐다. 사실 막귀라서가 아니라 현장음에 빠져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결국 도입하게 된 재택평가단의 평가는 역시 현장의 평가와 많은 차이를 보였다. 가수의 진정한 기량을 평가하기에 현장평가만한 기준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나가수가 티비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시청자 평가를 우위에 둘 수밖에는 없는 일이다.

어쨌든 변화된 나가수2의 평가 시스템은 다음 주로 예정된 B조의 김연우, 정엽 같이 잔잔하게 부르는 가수들에게 특히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마냥 발라더에게만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A조 상위 3인에 JK김동욱이 뽑힌 것처럼 비단 발라드가 아니더라도 나가수2에서는 가수가 준비하고, 무대에서 즐긴 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만하다.

이번 한 번의 결과를 확대해석하는 일은 경계해야겠지만 적어도 시즌1의 딜레마를 해결할 희망을 갖게 됐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아직도 나가수2가 고민해야 할 숙제는 많다. 무엇보다 생방송 분위기를 적극 고조시켜서 나가수 특유의 긴장감은 살렸지만 너무 큐시트에 포박된 진행으로 인해 예능의 재미를 찾기는 어려웠던 점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한동안은 지금 그대로도 별 문제 없겠지만 이완 없이 긴장이 지속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것은 당장 박명수, 노홍철의 활용방법에 대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김영희 PD는 박명수, 노홍철을 투입해 막간의 시간을 노렸지만 느긋하게 재미를 줄 상황은 만들지 못했다.

또한 노래를 마친 가수들이 예전과 달리 각자의 대기실로 돌아갔는데, 이는 예전 방식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노래를 마치고 한 곳에 모인다면 박명수, 노홍철이 좀 더 여유를 갖고 분위기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객석 인터뷰는 없애도 좋을 것이다.

한편 맨발의 디바에서 아나운서를 꿈꾸는 디바로 별명을 바꿔야 할 정도로 상당히 세련되고 능숙한 진행 솜씨를 보인 이은미의 발견은 아주 의외였지만 나가수2가 가장 먼저 거둔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진행하면서 자기 노래도 한다는 것이 분명 힘든 일이 분명하지만 마치 오래 전부터 MC를 해온 것처럼 부드럽게 생방송 무대를 이끌어가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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