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LG전 참패는 한화의 입장에서 치명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주 한화는 3승 2패로 정규 시즌 개막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한 주를 보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5월 1일 LG전에서 주키치에 막혀 경기를 내줬고 어제 경기에서는 에이스 류현진을 등판시키고도 패해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지난주 반등의 계기를 만들었지만 이번 주를 2연패로 시작한 것입니다.

어제 LG전에서 류현진은 5이닝 6피안타 3사사구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는데 5실점을 한꺼번에 내준 1회말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듯합니다. 1회말 대량 실점의 빌미는 1번 타자 박용택과 3번 타자 이진영에 내준 볼넷입니다. 두 타자를 상대로 공히 풀 카운트 끝에 바깥쪽 변화구가 빠지며 볼넷을 내줬습니다. 변화구 제구가 초반부터 잡히지 않습니다.

▲ 한화 류현진 ⓒ연합뉴스
1사 1, 2루에서 정성훈의 적시타는 147km/h의 바깥쪽 높은 직구였지만 뒤이은 정의윤의 적시타는 132km/h의 변화구를 걷어 올린 것입니다. 1B 2S로 투수에게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변화구를 결정구로 선택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계속된 2사 2, 3루에서 최동수의 내야 땅볼로 3점째를 내줬는데 역시 132km/h의 변화구였습니다.

이어 2사 3루에서 김재율에게 허용한 좌월 2점 홈런으로 5:0까지 벌어지며 1회말에 사실상 승부는 갈렸습니다. 김재율에게 2구째 133km/h의 슬라이더를 던진 것이 화근이 된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류현진이 1회말 내준 5점 중에서 정성훈에게 허용한 적시타를 제외하면 2개의 볼넷과 1개의 적시타, 1개의 내야 땅볼 실점, 그리고 2점 홈런까지 4실점이 모두 변화구에 기인한 것입니다. LG 타자들이 류현진 공략을 위해 변화구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애당초 ‘류현진’하면 떠오르는 것은 직구와 체인지업입니다. 150km/h를 넘는 묵직한 강속구와 함께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서클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이 류현진의 투구 패턴이었습니다. 프로 입단 이후 팀 선배 구대성에게 배운 류현진의 서클 체인지업은 직구와 동일한 투구 폼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마구’와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류현진은 간간히 커브도 섞어 던지고 있으며 슬라이더의 구사 비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커브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대세로 요즘 자리 잡고 있으며 류현진도 동산고 재학 시절 활용한 바 있지만 서클 체인지업에 비해서는 위력적이지 못합니다.

류현진은 라이벌인 SK 김광현의 주무기 슬라이더에 부러움을 표한 바 있으며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슬라이더는 직구와 구속 및 궤적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실투가 될 경우 타자들이 직구에 대한 스윙으로 나가다가도 슬라이더에 맞춰 전환할 수 있어 장타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어제 김재율에게 내준 홈런 역시 슬라이더가 화근이었습니다.

류현진이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높인 것은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한다는 에이스로서의 강한 책임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화의 야수들이 타격에서는 집중력이 부족하며 수비에서는 실책을 연발하고 루상에 나가서는 본헤드 플레이가 잦아 류현진을 지원하지 못하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취약한 계투진 역시 류현진에게 긴 이닝 소화에 대한 부담을 더합니다.

대한민국 최고 투수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프로 무대 1년 선배 KIA 윤석민의 지난 시즌을 류현진은 본받아야 할 듯합니다. 윤석민은 다양한 변화구 구종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선수였지만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되었고 지난 시즌에는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구종을 단순화해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그리고 승률까지 4관왕에 오르며 MVP가 되었습니다.

투수의 최대 무기는 직구이며 구속은 그야말로 타고 나는 것입니다. 류현진의 최대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150km/h를 넘나들며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강속구입니다. 대한민국 첫손에 꼽는 강속구를 지닌 만 25세의 젊은 투수가 벌써부터 변화구에 의존하는 것은 선수 생명에도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류현진이 살 길은 변화구 구사 비율을 줄이고 강속구를 앞세우는 파워 피칭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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