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 첫 번째 달인 4월을 마무리하며 LG가 얻은 수확 중 하나는 개막 이전에는 안개 속과 같았던 5인 선발 체제가 완성될 가능성이 보였다는 것입니다.

개막 이전 LG 선발진은 한 마디로 불모지였습니다. 지난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서 일익을 담당했던 두 명의 젊은 투수가 정규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3월에 불미스러운 일로 팀을 떠나고, 11승의 선발 투수 리즈가 뒷문 강화를 위해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옮기며 선발 투수가 태부족인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2년차 임찬규가 제2선발로 거론될 만큼 LG의 선발진은 취약했습니다. 개막 직전 드러난 LG의 5선발 로테이션은 주키치 - 임찬규 - 김광삼 - 정재복 - 이대진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막 이후 정재복과 이대진은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 상대 타자를 제압하지 못해 1군 무대에서 선발로 정착하기 어려운 모습이었습니다. 많은 기대를 걸었던 임찬규는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9.00으로 부진했습니다. 에이스 주키치가 굳건히 제1선발 자리를 지켰고 김광삼이 예상외의 호투로 2승을 거뒀지만 5명의 선발 투수 중 3명이 난조를 보여 LG 선발진에는 암운이 드리웠습니다.

▲ 이승우 ⓒ연합뉴스
하지만 4월 마지막 주였던 지난주를 통해 LG의 5인 선발 체제 구축이 가시화되었습니다. 앞선 2번의 선발 등판에서 좌완 이승우가 10.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깜짝 호투하더니 세 번째 선발 등판인 4월 28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6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해 선발 투수로서의 입지를 완전히 굳혔습니다. 이승우가 삼성과 한화를 상대로 호투했을 때만 해도 의문부호가 남아 있었지만 우타자 위주로 구성된 최강 타선 롯데를 상대로도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해 의문부호를 불식시켰습니다.

이승우에 이어 다음 날에는 임찬규가 선발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어제 롯데전에서 6.1이닝 10피안타 3실점을 기록한 것입니다. 피안타의 숫자는 많았지만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고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와 함께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습니다.

▲ 리즈 ⓒ연합뉴스
한편 마무리에서 선발로 복귀를 준비하는 리즈 역시 어제 경산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2군 경기에 선발 등판했습니다. 1회말 시작과 함께 2명의 타자에 연속 볼넷을 허용해 제구 난조의 악몽이 떠올랐지만 이후 더 이상 사사구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리즈는 54개의 투구 수로 3이닝 3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는데 2군에서 1번 내지 2번의 선발 등판을 더 거쳐 투구 수를 늘린 이후 1군에 복귀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증된 선발 투수이며 겨우내 선발 투수로 몸을 만든 만큼 제구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만 털어낸다면 리즈는 주키치와 함께 충분히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로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LG의 5인 선발 체제는 주키치 - 리즈 - 김광삼 - 이승우 - 임찬규로 굳어지는 모습입니다. 타 팀에 비해 비교 우위를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LG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된 5인 선발 체제가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입니다. 5명의 선발 투수 중 부진으로 인해 탈락자가 발생할 수도 있으나 4명만 굳건히 로테이션을 지켜도 LG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될 것입니다. 최근 LG는 불펜에 과부하가 걸리는 추세였는데 이 역시 선발진의 완성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입니다. 선발진이 탄탄해야만 장기 레이스인 정규 시즌에서 포스트 시즌 진출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야구에 있어 타격은 믿을 수 없으며 투수 놀음이라는 속설이 회자되는데 투수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상수는 역시 선발 투수입니다. 불펜이 아무리 강해도 선발 투수가 초반에 무너지면 경기 내내 추격만 하다 끝나게 됩니다. LG가 4월 한 달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구축한 5인 선발 체제를 바탕으로 5월에도 선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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