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SBS 경영위원회가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의 사과 표명에 진정성이 없다며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경우에 따라 노사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위원장이 SBS 본부장 시절 사측을 검찰에 고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6건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이와 관련해 정형택 SBS본부장은 “정당한 활동을 한 조합원 개인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하는 건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면서 “사측의 칼날이 조합원에게 향할 경우 가장 강력한 대응으로 응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미디어스)

2019년 언론노조 SBS본부는 자사 경영진과 최대주주 태영건설을 고발·신고했다. SBS본부는 SBS와 계열사가 이재규 태영건설 CEO 가족기업인 뮤진트리, 윤석민 회장이 만든 후니드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SBS본부는 SBS미디어홀딩스가 SBS로부터 수십억 원 상당의 경영자문료를 탈취했고 SBS가 대주주와 관련 있는 인제스피디움·광명시 개발에 대한 우호적인 방송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달 11일 ‘후니드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무혐의를 결정했다. 이에 SBS 경영위원회는 입장문을 내어 윤창현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경영위원회는 검찰 고발·공정위 신고가 모두 무혐의로 결정났다면서 “전·현직 경영진에게 사과하고 직원들에게도 회사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해 납득할 수 있는 공개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윤창현 위원장은 19일 사내 게시판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윤 위원장은 “고발은 조합원들의 생존권과 노사 관계의 균형을 지켜내기 위한 종사자대표의 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공정위 조사와 검찰 수사 과정에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합법적 절차에 의해 마무리된 결과는 당연히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편을 겪었던 사내외 관계자들과 조합원들께 사과의 뜻을 전한다”면서 “권력과 자본에 의한 방송 장악과 선을 넘는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방송편성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침해되고 노사 간 대립과 갈등이 다시 촉발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SBS 경영위원회는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며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24일 발표했다. 경영위원회는 “브랜드가치 손실, 직원들과 피고발인 개인과 가족이 겪은 고통은 윤 전 위원장이나 노조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며 “(사과문은) 자신을 애써 정당화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사실을 왜곡하여 회사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누구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SBS 홍보팀 관계자는 "이번(입장문)으로 끝날지, 더 (대응을) 할지 모르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형택 본부장은 2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검찰 고발과 공정위 신고는 윤창현 위원장의 독단적 행동이 아니다”면서 “집행부가 결정한 노동조합의 일이다. 사측은 노동조합과 조합원(윤 위원장)을 갈라치기 하려는 것 같은데, 이는 온당하지 못하고 졸렬하다”고 비판했다.

정형택 본부장은 “윤 위원장이 입장을 표명할 때 ‘사측의 횡포에 조합원 개인이 사과하는 게 맞냐’는 내부 정서도 있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불명예를 무릅쓰고 사과 표현을 한 것”이라며 “사측이 구체적인 위해행위에 나선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