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드라마와 달리 적도의 남자는 시청자 반응과 연예매체 보도에 꽤나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좋다 나쁘다의 갈림이 아니라 특정 캐릭터에 대한 해석문제가 그렇다. 특히 최근 들어 이장일에 대한 정체불명의 동정론이 매체를 통해 제기되는 것에 시청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는 연예매체가 시청자 반응을 오해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적도의 남자가 꼴찌를 하던 때에도 대두짤, 움짤 그리고 캐리커처까지 만들어내며 이 드라마를 응원하는 소위 적도에미들이 있었다. 낯선 단어지만 그저 적도의 남자를 좋아하는 여성시청자들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들은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가 지배하던 적도의 남자를 적어도 드라마 밖에서만은 밝고 발랄하게 표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장일 역은 임시완, 이준혁으로 이어지는 꽃미남들이 연기했다. 분명 최악의 존재지만 그 비주얼에 대고는 차마 욕할 수가 없었던, 너무도 인간적인 적도에미들은 기발하게도 꽃개라는 별명을 붙여버렸다. 바닷가의 꽃게가 아니라 꽃같은 개새끼라는 뜻이다. 캐릭터는 나쁜 놈이지만 배우는 예뻐하는 팬의 마음이 담긴 조어이다. 아마도 매체의 오해는 여기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

과정을 생략하고 팬심으로 증폭된 나중 결과만 보면 마치 적도팬들이 이장일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장일은 악의 주연일 따름이다. 단지 친구에게만 그런 것만도 아니다. 지원에게 퇴짜 맞은 좌절감과 질투를 수미에게 풀어냈다. 이 정도면 쓰레기 이하의 인간성이다.

죄악의 시작은 분명 진노식 회장이었다. 그러나 아버지 용배(이원종)가 범한 시체유기(사실은 과실치사)를 은폐하고, 더불어 서울서 대학공부를 하는데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서 친구를 배신한 장일은 용서받을 자격조차 가지지 못한다. 보통 계획적 살인과 우발적 살인으로 나눠 처벌을 달리 한다. 장일의 바닷가 살인미수는 우발적으로 보이면서도 계획 범행의 혐의도 짙다. 게다가 공소시효가 다 되도록 자수를 하지 않은 점은 소위 정상 참작을 적용할 수 없게 할 것이다.

그러니 장일이 주변의 진노식 회장과 최수미를 통해서 고통을 받는다고 해서 동정 받을 일이 아니다. 사실 그 정도는 장일이 범한 죄악에 비하면 고통이랄 것도 없다. 15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받는 작은 불편함일 뿐이다. 정말 오랜 세월을 잘 먹고 잘 살아왔다.

작가의 의도에는 제도적 정의에 대한 냉소가 분명 담겨 있다. 정작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온갖 비열한 짓을 일삼은 이준혁이 범죄자를 처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뭔가를 상징하고 있다. 작가는 이준혁에 대한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더 잔혹하고 지독한 형벌을 목적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서 수미를 집착의 화신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런 여러 설정은 엄태웅의 복수 이전에라도 이준혁을 스스로의 감옥에 가두게 했다. 또한 이보영에 대한 사랑과 좌절 그리고 질투 이 모든 것이 엘리트로 성장해가는 이준혁이 다 가진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아무 것도 없는 빈껍데기로 만든 작가의 전지적 복수라고 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작가가 이장일에 대한 동정론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그럴 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위선 아래 똬리를 틀고 있는 악마적 본성을 건들고 싶을지도 모른다. 시청하는 입장에서야 이장일이 반드시 처벌받아야 하는 죄인이지만 만일 자기 자신의 일이라면 장일과 얼마나 달리 행동할 수 있겠냐고 묻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작가의 의도라 할지라도 그것은 방백 같은 전달이어야 한다. 알아도 몰라야 하는 모순의 진실이다. 문제는 적도의 남자가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 작가의 방백이 앞서 적도에미들의 재기발랄한 꽃개타령과 결합하여 이장일 동정론이라는 괴담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대부분 사회적 약자에 불과한 시청자에게 이장일 동정론은 불쾌하고 불편하다. 그것이 현실의 반영이라 할지라도 그렇다. 그 불편함은 이 악마 같은 드라마에 몰입한 대가로 보인다. 그도 아니면 작가가 악마라서 그렇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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