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국일보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의 논문 표절 의혹 등 '부모 찬스' 논란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공정' 가치를 되물었다. 한국일보는 한 장관 자녀의 논문 의혹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미숙한 질문으로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지명 43일 만에 자진사퇴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빠 찬스' 논란은 사퇴 이후에도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24일 기사 <"이게 공정인가" 편법 스펙·표절 논란… 한동훈 장관의 몰인식>에서 한 장관 자녀와 처조카 2명이 '스펙 공동체'로 묶여 있다며 이들의 논문이 '약탈적 학술지'에 게재되었고, '교활한 표절(Sneaky Plagiarism)'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한 장관의 자녀가 아직 대학에 지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처조카들의 경우와 다를 뿐"이라면서 "습작용 글이라고 해도 ①약탈적 학술지에 게재한 행위 ②교활한 표절을 한 행위 자체가 문제이며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한 장관의 인식은 더 큰 문제"라는 학계의 인식을 설명했다. 앞서 한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조카들이 대학을 간 것은 자신과 관계가 없고, 자녀의 논문은 입시에 쓰일 계획이 없는 습작용 글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23일 자진사퇴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 장관 처조카 2명이 작성한 논문 7편 중 4편이 학술지에서 철회됐다. 이 중 지난 11일 철회된 자폐 스팩트럼 관련 논문의 경우 "일부는 문장을 통으로 베껴 문서화된 사기(fraud)에 가깝고,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한 장관 처조카들의 표절로 피해를 입은 이상원 뉴멕시코주립대 교수는 한국일보에 "단순히 표현과 문장을 베낀 표절 수준을 넘어, 실제 데이터를 모으고 연구를 수행했는지조차 의심된다"며 "조작 정황이 큰데, 이는 매우 부도덕하며 표절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 처조카 2명 중 한 명은 지난해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미 펜실베니아 대학에 입학했고, 다른 한 명은 같은 대학에 입학 대기 중이다. 이들은 한 장관 자녀와 함께 미술 전시, 어플리케이션 제작, 논문 작성 등을 함께해 '스펙공동체'로 의심받고 있다.

한국일보는 "한 장관 자녀와 둘째 조카가 약탈적 학술지에 공동으로 게재한 'Industry 4.0 and Future of Korean Steel Sector'(4차 산업과 한국 철강 산업의 미래) 논문은 학술지 사이트에서 삭제됐다"며 "표절 검사 사이트인 카피리크스(Copyleaks)를 통해 검사해본 결과, 해당 논문은 게재 1년 전 발표된 해외 학술지 논문과 매우 유사했고 표절률(61.9%)도 높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 장관 자녀가 작성한 다른 글 역시 단어와 문장 구조만 바꾼 '교활한 표절'로 평가받고 있다"며 한 장관 자녀가 쓴 글 8편 중 절반이 삭제되거나 비공개 처리됐다고 전했다.

서울 소재 사립대 A교수는 한국일보에 "학술지에 게재(publish)됐다는 것은 책임진다는 의미"라며 "약탈적 학술지에 논문을 올리는 과정에 부모가 관여했는지, 알고도 묵인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A 교수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학습 과정에서 부모가 바로잡고 가르쳐야 할 문제이지, '연습용이라 문제 되지 않는다'는 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이것이 한동훈식 공정인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다른 사립대 B교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미수'이기 때문에 부정(不正)한 과정이 눈감아지는 건 아니다"라며 "정의를 다루는 법무부 장관이 비윤리적 방법을 토대로 성취한 결과물을 두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5월 24일 정치 08면 갈무리

한국일보 이성택 기자는 이날 칼럼 <[36.5˚C]한동훈 청문회, '이모 논란'이 중요한가>에서 "자유는 결코 승자 독식이 아니다.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를 인용하며 "뺄 말도, 보태고 싶은 말도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일보 '36.5˚C'는 중견 기자들의 칼럼 코너다.

이 기자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가 번번이 표적을 빗나간 결과, 17시간 넘게 이어진 청문회의 승자는 한 장관이라는 데 대한 이견은 많지 않았다"며 "하지만 웃어 넘기기엔 뒷맛이 개운치 않다. 몇몇 의원들 질문이 어설펐다고, 한 장관이 자동으로 면죄부를 부여받는 건 아닐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기자는 "제기된 의혹이 위법인지, 편법인지, 국제학교에 널리 퍼진 관행인지는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며 "그러나 뭐가 됐건 윤석열 정부가 국정 운영 원칙으로 국민 앞에 약속한 '공정과 상식'에 비춰 아쉬움이 없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공정의 본령은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데 있다"며 "‘조국 사태’를 거울 삼아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정권을 교체한 새 정부 핵심 인사들이 자신의 삶에서부터 모범을 보여주길 바랐다면 과한 기대였을까"라고 말했다. .

한국일보 5월 24일 <[36.5℃] 한동훈 청문회, ‘이모 논란’이 중요한가> 갈무리

한편, 동아일보는 23일 자진사퇴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빠 찬스' 논란에 대해 "비록 사퇴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실체가 규명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24일 사설 <정호영 43일 만의 사퇴가 남긴 것>에서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원장 등 고위직에 있을 때 자녀 둘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한 사실이 드러나며 ‘아빠 찬스’ 논란이 벌어졌다"며 "정 후보자는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아들이 경북대 의대 편입학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지원서를 이듬해 전형에 그대로 제출해 합격한 것이나 딸이 특정고사실 구술평가에서 만점을 받는 등 의혹은 계속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은 그동안 차일피일 여론을 살피며 임명 철회 판단을 미뤄 왔다. 둘은 ‘40년 지기’라고 한다'며 "애초 장관 후보로 지명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검증 과정을 거쳤다면 이런 사퇴 파동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일을 뼈아픈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23일 오전까지 정 후보자 거취 문제에 대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처음으로 정 후보자 자진 사퇴를 공개 압박했다. 정 후보자는 23일 밤 9시 30분 자진사퇴 입장문에서 "수많은 의혹들이 허위였음을 입증했으나 이러한 사실과 별개로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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