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마무리 투수 리즈의 블론 세이브 패전으로 인해 넥센에 9:7로 역전패했습니다. LG는 넥센과의 홈 2연전에서 모두 패했습니다.

6:5로 쫓기던 8회말 김일경의 스퀴즈로 1점을 추가하면서 LG는 오늘 경기만큼은 넥센에 발목을 잡히지 않고 승리로 매조지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9회초 등판한 리즈는 선두 타자 정수성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는 등 7연속 볼을 투구하며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한 뒤 강판되었습니다. 우규민이 구원 등판했지만 몸에 맞는 공 밀어내기와 폭투 등으로 안타 없이 리즈가 내보낸 주자들을 모두 홈으로 들여보내 LG는 패했습니다.

▲ LG 리즈 ⓒ연합뉴스
리즈가 마무리로서 부적격이라는 점은 시즌 개막 이전부터 공통적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4월 13일 잠실 KIA전 연장 11회초 등판해 16구 연속 볼로 자멸해 패전 투수가 된 것을 비롯해 올 시즌 거의 등판할 때마다 제구력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태 감독은 리즈 마무리를 고집하다 결국 오늘 블론 세이브 패전을 기록했습니다. 시즌 초반 뚝심이 돋보이는 운영으로 LG의 상승세를 이끌었지만 감독의 뚝심이 결코 모두 적중할 리는 없습니다. 실패를 반복하고도 변화를 회피하는 것은 뚝심이 아니라 아집입니다. 야수 출신 초보 감독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제는 결정적인 순간에 리즈의 블론 세이브 패전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4월 24일 넥센전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아쉽게 패한 이후 우천 취소 휴식을 통해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에이스 주키치가 투입되었으며 초반 뜻하지 않은 대량 득점으로 6:1까지 앞서가 까다로운 넥센을 상대로 1승 1패의 호각을 맞출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감독의 아집으로 인해 날린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1승 1무를 기록할 수 있었던 넥센과의 2연전이 2연패로 둔갑한 것 또한 모두 김기태 감독의 투수 교체 실수 때문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앞으로입니다. 작년 11승 선발 투수였던 리즈가 설령 선발로 복귀한다 해도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겨우내 마무리 투수로 준비하지 않았으며 한국 무대에 오기 전에도 마무리 투수 경험이 없는 리즈를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섣부르게 마무리로 돌린 것이 최악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여린 심성의 리즈가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해 선발 투수로 돌아가도 계속 제구가 흔들린다면 LG는 리즈를 대신할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지도 모릅니다.

6:1로 낙승할 것만 같던 8회초 2실점하며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유원상도 역전패에 화근을 제공했습니다. 지난 7경기에 등판해 11이닝 동안 무실점 행진으로 자신감이 지나치게 부풀어 올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8회초 선두 타자 이택근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는데 0B 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승부를 서두르다 3구에 안타를 허용했습니다. 이어 박병호를 상대로 풀 카운트 끝에 2점 홈런을 허용했는데 직구 승부를 고집하다 화를 자초했습니다. 구위에 대한 지나친 자신이 문제였습니다. 유원상은 강정호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강판되었는데 3타자를 상대로 모두 안타를 허용하며 3실점해 역전패에 일조했습니다.

최소한 1승 1패를 기록할 수 있었던 기회를 날리며 2연패한 LG는 올 시즌에도 넥센과의 상대 전적에서 우위에 서기 쉽지 않겠다는 씁쓸한 예감을 안고 무거운 발걸음을 부산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활화산 타격의 롯데를 상대로 힘겨운 원정 3연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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