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의 ‘늑장행정’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과 관련해 국내 전화였음에도 불구하고 KT가 부당하게 ‘국제전화' 요금을 받아 챙겼다는 증거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시민사회는 KT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지만 관련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를 감사원에 감사 청구까지 냈지만, 방통위는 여전히‘검토중’이라는 답만 되풀이 하며 미적거리고 있다.

'001-1588-7715' 번호가 국제전화가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은 지난 2월 말, KBS <추적60분>을 통해 제기됐다. 그리고 3월 13일 <한겨레>를 통해 국제전화가 아닌 국내전화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KT는 의혹이 커지자 “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사업은 국제전화가 아닌 국제투표서비스였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논란을 더 키웠다. 미디어스의 보도를 통해 '국제투표서비스’라는 것은 약관에도 없는 유령 서비스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4일, 한 제주도민의 통화사실 확인내역에서 ‘001-1588-7715’의 착신국가가 ‘영국’으로 찍혀 국제전화요금 180원이 청구된 사실이 공개됐다. 이 기간은 KT 측이 “국제전화가 아니었다”고 인정한 때다. 발 빠르게 해명을 내놓던 KT도 이번에는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관계자는 “KT 내부가 발칵 뒤집혀졌다”고 귀띔했다.

KT 김은혜 전무는 ‘국내전화’라는 주장에 대해 “요금이 비싸지지 않도록 국내에 있는 국제관문국을 활용했고 사업용전용회선으로 일본의 서버로 연결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해명 자체가 ‘001-1588-7715’를 통해 투표를 한 국민들의 전화는 해외 망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180원의 국제전화 요금이 아닌 국내전화 39원을 청구하는 게 맞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해외 망을 사용해야만 국제전화가 되기 때문이다.

▲ KT는 일본에 서버를 두고 국제투표서비스를 진행했다고 주장했으나 2011년 10월 24일 투표를 실시한 제주도민의 통화 내역서에는 '영국'으로 국제전화 요금 180원이 청구됐다

다시 모든 관심은 방통위에 쏠리고 있다. 시민사회의 주장대로 KT가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했는지 여부는 방통위의 확인에 달렸기 때문이다. 세계7대자연경관을 주도한 뉴세븐원더스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사기였다는 주장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문제와는 별개로 이 문제는 방통위가 의지만 있다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특히 KT측이 약관변경을 신청하고 이를 허용해준 적이 있는지 여부는 즉시 확인되는 사안이다.

언론에 의해 문제가 제기된 지 2달째 접어들고 있지만, 방통위는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방통위 실무자들은 "검토중으로 결론이 나기 전에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 하며 미적대고 있다.

방송분야는 본인 스스로 잘 모른다고 고백을 했지만, 통신행정분야 만큼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인 이계철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한지 한달이 훌쩍넘어 곧 다가올 5월이면 두 달째에 접어든다. 방송은 물론, 통신분야에 대해서도 잘 몰랐던 전임 방통위원장에 비하면 그가 수장으로 있는 방통위는 통신분야의 문제만큼은 잘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그나마 밥값을 하는 것이 아닐까. 더욱이 이 사안은 복잡한 문제도 아니지 않는가.

두달째 넘어가는 방송사 파업 문제는 위원장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라 해결 못하다지만, 위원장이 전문가인 통신 분야의 이처럼 간단한 문제는 왜 빨리 '결론'이 안나고 계속 '검토중'이기만 한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이계철 위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알고나 있는 것인지? 실무자들이 통신행정분야의 능력이 부족해서 그냥 헤매고 있는 것인지?

방통위 실무진들의 '늑장행정'을 보면서 통신전문가인 이계철 방통위원장에게 직접 묻고 싶어진다. "KT는 정말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쳤나요? 통신행정전문가 위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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