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자신의 측근들을 지역MBC 사장으로 내려보내면서 지역MBC가 몸살을 앓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19일 대구MBC 사장에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을, MBC경남 사장에 정경수 글로벌사업본부장을, 원주MBC 사장에 고민철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임명했다. 이들 모두 “김재철 체제 공고화에 기여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대구MBC노조가 25일 대구MBC앞에서 차경호 신임 사장 임명에 대해 규탄하고 있는 모습. ⓒ대구MBC노조

이에 대구MBC 구성원들은 현 박영석 사장의 임기가 아직 남아있고, 대구MBC에 대한 경영평가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특별한 사유 없이 사장을 교체하려는 것은 대구MBC의 자율 경영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뉴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면서까지 총력투쟁에 돌입했다.

특히, 보직을 맡고 있는 국ㆍ부장 18명은 20일 보직을 총사퇴하고 노조와 행동을 같이 하기로 하는 등 '낙하산 사장 반대 총력투쟁'에 동참하는 간부들의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도 26일 오전 8시30분, 대구MBC 앞에서 '차경호 신임 사장 사퇴, 방송사 지배구조 개편 요구 집회'를 개최하는 등 '낙하산 반대 투쟁' 행렬에 동참하고 나섰다. 대구경북진보연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경북미디어공공성연대,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25일 공동 성명에서 "김재철 사장이 대선을 앞두고 권력에 더욱 기생하기 위해 자신의 최측근들을 주요 임원으로 배치해 '낙하산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이라고 평하며 "대구MBC노조와 함께 MB정권 4년이 유린한 언론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차경호 사장 내정자의 임명을 위한 대구MBC 주주총회는 당초 23일로 예정됐으나 추후 개최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채 미뤄진 상황이다.

정경수 MBC본사 글로벌사업본부장이 신임 사장으로 임명된 MBC경남의 경우, 노조의 출근저지로 인해 25일 정경수 사장이 출근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MBC 외에 다른 지역MBC에서도 뉴스를 비롯한 프로그램 파행이 확산되고 있다. 대전MBC, 청주MBC, 충주MBC, 안동MBC, 원주MBC, 광주MBC, 목포MBC 등도 뉴스데스크 외에 아침과 낮 뉴스를 포함한 모든 자체제작 프로그램 방송이 중단됐다. 여수MBC의 경우, 기자들의 파업 참가로 기자 리포트 없이 뉴스가 방영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방송협의회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MBC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MBC의 지역성 말살 주범'으로 김재철 사장을 지목하며 퇴진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역여론을 대변하고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온 지역MBC의 수십년 역사를 질곡으로 빠뜨린 김재철 사장은 스스로 책임을 지고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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