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프로야구 4경기가 모두 우천 취소되었습니다. LG는 어제까지 16경기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그중 4경기가 취소되어 12경기를 소화해 7승 5패로 공동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면 득실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올 시즌 LG는 우천 취소로 인해 득과 실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4월 10일에는 8개 구단의 4경기가 모두 취소되었는데 이날 삼성과의 광주 홈 개막전에 선발 등판 예정이었던 KIA의 에이스 윤석민이 경기 취소로 인해 다음날로 등판이 밀리면서 4월 15일 잠실 LG전에 등판하지 못했습니다. LG는 4월 13일부터 KIA와의 2연전에서 모두 패해 시리즈 스윕의 위기에 몰렸지만 다행히 4월 15일 KIA전에서 역전승하며 한숨을 돌린 바 있습니다. 만일 4월 10일 경기가 우천 취소되지 않아 4월 15일 경기에 예정대로 윤석민이 등판했다면 LG는 개막 2연승도 헛되이 KIA 전 3연패로 승률 5할 아래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우천 취소로 LG가 득을 본 것입니다.

우천 취소로 인한 실도 없지 않았습니다. 지난 주말 SK와의 홈 3연전 중 토요일과 일요일 경기는 비로 인해 열리지 못했는데 LG가 3연승 중이었으며 SK가 2연패였음을 감안하면 아쉬운 우천 취소였습니다. 게다가 SK의 선발이 사이드암 임치영이라 좌타자가 많은 LG로서는 해 볼만 한 상대였습니다. 김광현, 송은범, 로페즈 등의 선발 투수가 1군에서 제외되었으며 박정권, 정근우가 제 컨디션이 아니었음을 감안하면 LG는 지난 주말 SK와 2연전을 치르지 못하게 한 비가 야속했습니다.

주말 2연전 우천 취소에 월요일 휴식일까지 사흘을 쉰 LG 타선은 4월 24일 잠실 넥센 전에서 집중력을 상실한 모습이었습니다. 0:3으로 뒤지다 3:3 동점을 만들었지만 경기 종반 타선은 기회를 번번이 놓치며 득점에 실패했고 연장 12회 초 2사 후 대량 실점으로 LG는 패배했습니다. 지난 주말 우천 취소의 여파가 주중 3연전 첫 경기까지 이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제 넥센전의 우천 취소는 일단 LG로서는 반가운 일입니다. 그제 연장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잊을 수 있으며 2연승 중인 넥센의 상승세가 한풀 꺾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제 경기 선발로 예정된 김광삼을 금요일 롯데 전으로 돌릴 수 있게 된 것도 득입니다.

김광삼은 작년 넥센 전에는 1승 2패를 기록했지만 롯데 전에서는 2승 무패를 기록한 바 있고 지난 4월 12일 잠실 롯데 전에는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을 정도로 롯데에는 강했습니다. 오늘 선발로 예고된 주키치가 넥센을 상대로 호투해 승리한다면 LG는 까다로운 넥센과의 첫 2연전을 1승 1패로 호각을 맞춘 뒤 부산으로 내려가 김광삼을 첫 번째 선발 카드로 내세워 롯데와 3연전을 치를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LG는 잦은 우천 취소에도 불구하고 득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우천 취소가 잦으면 선발 투수진이 취약한 팀이 이득을 보기 마련이지만 주치키와 리즈 등 확실한 3명의 선발 투수를 보유하고 있어 우천 취소가 결코 반갑지 않았습니다. 타자들의 부상이 속출해 우천 취소가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시즌 말 추가 편성된 경기에 복귀한 타자들은 힘을 쓰지 못했고 LG는 6월 중순 이후 끝없는 추락을 반복해 이미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상황이 다릅니다. 주키치 외에는 확실한 선발 투수가 없기에 우천 취소는 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이스 주치키만이 4일 혹은 5일 휴식 후 등판 일정을 규칙적으로 반복할 뿐 나머지 투수들은 상대 팀에 따라 선발 등판이 결정되는 유동적인 ‘표적 선발’ 로테이션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발진이 취약해 불펜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현재의 팀 컬러 역시 불펜 투수들을 총동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당한 우천 취소는 반가운 일입니다. 어제 경기 취소로 화요일에 등판했던 우규민, 유원상 등 불펜 투수들을 오늘 당장 재가동할 수 있습니다.

2007년 한화는 4강 싸움을 하던 LG를 상대로 우천 취소를 이용해 에이스 류현진을 집중 투입, LG를 5위로 밀어내고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같은 해 외국인 투수 듀오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선발 투수가 없었던 두산은 소위 ‘리오스 - 랜들 - 비비비’의 로테이션을 활용해 한국 시리즈까지 진출했습니다. 이 같은 우천 취소의 행운이 올 시즌 LG에도 찾아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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