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제동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죄가 인정되지만 처벌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검사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그러나 실제로 처벌을 받지 않지만 기소유예를 통해서 김제동이 선거를 독려해온 사실이 처벌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니 불쾌하면서도 웃기고, 웃기면서도 슬프다.

이 사건은 미상의 시민이 검찰에 고발해 수사에 착수했다. 먼저 김제동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각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니 보통은 무혐의처분을 내리는 것이 상식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그냥 넘기지 못하고 기소유예라는 앙금을 남기기로 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투표독려 따위는 하지 말라는 엄포가 담겨진 것이라 오해할 수 있다.

정말 죄가 있다면 기소를 해서 재판을 할 일이다. 그렇지만 투표인증샷은 기소유지가 불가능한 사건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트위터를 통해서 투표인증샷을 올렸는데, 김제동 하나만을 처벌한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거니와 이후 선관위에서는 단순한 인증샷은 불법이 아니라고 완화된 해석을 내놓은 바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런저런 복잡한 법 조항 따위 다 치워버리고 투표 독려에 나선 것이 죄라는 것 자체가 통탄할 일이다.

민주주의는 투표로 권력을 결정하는 대의정치다. 그러니까 투표하자고 독려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최선인 시민행동일 수밖에 없다. 왜 일반시민이 하면 괜찮은 일이 김제동이 하면 고발당하고, 기소유예로 겁이나 주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김제동에 대한 이런 검찰의 앙심 품은 결정은 단순히 선거법에 대한 해석의 문제만은 아니다. 소위 소셜네트워크가 대세를 이룬 사회에서 그것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억압하는 결과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어디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김제동은 모든 것을 거의 다 빼앗겼다. 잘 하던 방송에서 쫓겨나고, 야심차게 준비했던 프로그램은 느닷없이 취소되었다. 그렇지만 마이크만 잡으면 무서울 것이 없다는 김제동은 티비 밖에서 더 펄펄 뛰었다. 김제동으로 인해서 방송국 외곽의 토크 콘서트는 유행이 되었다.

그러나 어쩌면 이 토크 콘서트도 불법이라고 할지 모를 일이다. 김제동이 하면 모든 것이 다 죄가 되니 말이다. 이 정권이 지속되는 한 김제동은 숨만 쉬어도 죄를 짓는 일이 될 것만 같다. 수십조의 예산도 펑펑 써대는 정권이 뭐가 아쉽고 두려워서 일개 연예인 하나에 이렇게나 정색을 하고 달려드는지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도대체 김제동이 해도 죄가 되지 않는 일은 무엇인가?

이번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김제동에 대한 불법사찰과 더불어 민간인에 대한 이 정권의 가장 부끄럽고 옹졸한 행위로 기억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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