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경북 포항시 남구ㆍ울릉군 당선자의 '제수 성폭행 미수 파문'으로 포항이 들썩이고 있다.

▲ 김형태 성폭행 미수 의혹에 대한 KBS의 편파보도를 지적한 19일 <리셋 KBS뉴스9> 보도 캡처. 포항KBS는 총선을 하루 앞둔 10일, 포항 지역 판세를 점검하면서도 성폭행 미수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포항지역 시민단체 26곳은 '친족 성폭력 가해자 김형태 사퇴 촉구를 위한 포항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24일 출범시키며, 김형태 당선자가 아예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본격적인 압박에 나섰다. 죽은 친동생의 부인을 성폭행하려 한, 치명적 도덕적 결함을 가진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대책위는 '언론들의 의도적인 침묵'이 김형태씨의 당선에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언론들이 김형태 후보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침묵한 탓에 유권자들이 관련 정보를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투표에 임하게 됐다는 것.

대책위는 발족선언문을 통해 "김형태를 뽑은 포항시민들이 전국적으로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새누리당 기관지 역할을 자처하거나 자기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던 일부 지역언론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앞으로 올바른 여론 형성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기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던 일부 지역언론'은 포항KBS를 의미한다. 포항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는 포항KBS가 KBS 공채 6기 기자로 입사해 뉴욕특파원, 정치부장, 시청자센터 시청자국장 등을 지낸 김형태씨와 관련된 이번 사태를 의도적으로 침묵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포항KBS는 피해자인 최모씨 기자회견(4월 8일), 김형태 후보 반박 기자회견(4월 9일), 성폭행 미수 입증 녹취록 공개(4월 9일) 등 일련의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김형태 후보'를 '모 후보'라고 표현하는 단신을 내보내는 데 그쳤다. 총선을 하루 앞둔 10일, 포항 지역의 판세를 점검하는 리포트에서조차 관련 의혹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저는 흔들리지 않는다. 누가 일을 더 잘할 것인지 유권자들이 선택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김형태 당시 후보의 발언만이 전파를 탔다.

총선 후인 13일에도 포항KBS는 '당선자 대담'을 통해 관련 의혹에 대해 "유세기간 아픈 가족 이야기가 폭로돼 애를 먹었다"고 표현하는 질문을 한 뒤, 김형태 당선자가 이에 대해 "선거기간 많이 아팠고, 가족들도 많이 울었다. 이같은 흑색선전을 없애는 데 앞장서겠다"고 답변하는 것만을 내보냈을 뿐이다. 성폭행 미수 입증 녹취록, 피해자 입장 등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포항KBS 측은 "특정 후보에 대한 폭로성 주장의 경우 반드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보도한다는 준칙을 엄격하게 적용했다"고 해명했다.

▲ KBS 새 노조 대구경북지부 조합원들이 24일 오후 포항 남구 KBS포항방송국 앞에서 검은색 옷을 입고 침묵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오마이뉴스 유성호 기자

그러나 KBS 새 노조 대구경북지부는 24일 오후 포항KBS 앞에서 검은색 옷을 입고 침묵시위를 진행한 뒤 정일태 포항KBS 국장에게 전달한 항의서한에서 "4월 9일, 김형태 후보가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김형태 후보의 제수가 또 기자회견을 열어 녹취록을 공개하는 등 선거 직전을 뜨겁게 달구었던 일련의 사건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도하지 않아야 할 사안이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김형태 후보의 기자회견 이후 포항MBC를 비롯해 포항CBS, 경북일보, 경북매일 등 포항지역 대부분 언론사들이 김형태 후보의 실명을 거론하며 기사를 쏟아냈지만, 끝까지 '김형태'의 얼굴과 이름 석 자를 감춰주는 것이 선거보도 준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셨느냐?"며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른 사람을 KBS 출신이라는 이유로, 또 여당 후보라는 이유로 감쌌던 포항KBS뉴스에 대해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정일태 포항KBS 국장은 김형태 후보가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이후 "KBS 선배가 출마했으니 도와줘야 하고, 껄끄러운 내용은 감춰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태 사퇴촉구 포항 범시민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포항여성회의 윤정숙 회장은 25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일이 터진 이후 우리 쪽으로도 '포항시민들은 도대체 뭘 보고 그런 인물을 당선시켰느냐'는 항의전화와 메일이 빗발치고 있다"며 "그러나 언론들이 성폭행 미수의혹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포항시민들 사이에서도 이 사안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비판이 제기되자) 포항KBS 국장이 찾아와서 '신중을 기해서 보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어찌됐든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 아니냐. (김형태 당선자가 KBS 출신이라서) 너무 눈치를 본 것 같다"며 "새누리당은 공천시킨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에서 사퇴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포항 지역에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보수적인 단체들조차 김형태 당선자의 사퇴촉구 성명을 발표하는 등 분노의 열기가 뜨겁다"며 "아무리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성범죄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이 없는 사람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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