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선발로 낙점된 LG 임찬규가 어제 잠실 넥센전에 3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했습니다. 4월 17일 청주 한화전 선발 등판 이후 꼭 1주일만의 등판으로 애당초 4월 22일 잠실 SK전의 선발 투수로 예정되었지만 비로 인해 취소되었고 오늘도 비 예보로 인해 경기 진행을 장담할 수 없어 불펜으로 잠시 돌아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번의 선발 등판에서 임찬규는 부진했습니다. 4월 11일 잠실 롯데전에 시즌 처음으로 선발 등판했지만 5이닝 3실점(2자책)을 기록했는데 무려 10개의 피안타가 말해주듯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습니다. 롯데 타자들의 주루사가 속출하지 않았다면 대량 실점했을 것입니다.

▲ LG 임찬규 ⓒ연합뉴스
4월 17일 청주 한화전에서는 난타당했습니다. 4이닝 9피안타 7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된 것입니다. 그에 앞서 LG 타선이 분발해 3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6득점하며 앞서갔지만 임찬규는 대량 실점으로 역전을 허용했고 LG 타선은 재역전에 실패해 패했습니다.

하지만 임찬규는 어제 3:2로 뒤진 넥센전 6회초에 등판해 1이닝을 삼자 범퇴로 깔끔하게 소화했습니다. 선두 타자 강정호를 상대로 1B 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풀 카운트까지 끌려갔지만 파울 플라이로 처리해 한숨을 돌린 뒤 조중근을 4구만에 삼진으로, 김민우를 3구만에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습니다. 1이닝 동안 임찬규가 던진 투구 수는 16개로 비교적 경제적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임찬규에게 어울리는 옷은 중간 계투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시즌 패전 처리, 셋업맨, 마무리, 그리고 선발 투수까지 투수의 모든 보직을 차례로 경험했지만 임찬규가 가장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좋은 투구를 선보였던 것은 패전 처리와 셋업맨, 즉 중간 계투 보직을 맡았을 때입니다.

겨우내 불미스런 일도 2명의 선발 투수가 이탈하고 선발 투수였던 리즈가 마무리로 옮겨가면서 임찬규는 선발 투수 로테이션 합류를 목표로 전지훈련에서 준비해왔지만 경험이 부족한 프로 2년차의 고졸 투수에게 선발 투수 보직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습니다. 청주 한화전패전 이후 임찬규는 ‘전력투구와 완급 조절 사이에서 답을 못 찾겠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결국 상대 타자를 상대하며 이닝을 소화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투수의 선수 생명에는 일정한 등판 간격을 지키는 선발 투수가 가장 바람직한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시즌 잦은 보직 변경이 임찬규에게 부담이 되었듯이 선발로 시즌을 출발한 투수를 중간 계투로 옮기는 것에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선발로 등판해 난타당한다면 승패 부담 없이 중간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롱 릴리프로 경험을 쌓으며 상대 타자에 맞서는 노하우를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선발 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LG이지만 가장 나이가 적으며 가장 투구 내용이 좋지 않은 선발 투수가 바로 임찬규인 만큼 다각도에서 보직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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