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넥센과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연장 12회 끝에 7:3으로 패했습니다. 느슨한 투수 교체와 타선의 집중력 부재가 패인입니다.

3:3으로 맞선 12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규민이 허도환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좌타자 오재일이 대타로 투입되었을 때 투수를 교체하지 않은 것이 화를 불렀습니다. 오재일은 우중간 결승 2루타를 터뜨렸는데 결승타를 허용한 우규민의 투구는 낮게 제구가 잘된 공이었습니다.

제구가 잘된 우규민의 공이 맞아 나간 이유는 첫째, 좌타자 오재일이 사이드암 우규민에 유리한 입장이며 둘째, 김기태 감독이 우규민의 투구 수가 30개를 훨씬 넘어 공에 힘이 떨어진 시점에서도 교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에 앞서 봉중근부터 유원상에 이르기까지 네 명의 불펜 투수들은 30개 이내의 투구 수를 지키며 마운드를 내려갔는데 유독 우규민만큼은 30개 이상을 고집하다 화를 자초한 것입니다. 2.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뒤 적절하게 교체되었다면 오늘 경기는 우규민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겠지만 투수 교체 시점을 놓치며 호투한 우규민에게 악몽으로 각인되었습니다.

▲ LG 우규민 ⓒ연합뉴스
아마도 아웃 카운트를 하나만 잡으면 12회초가 종료되어 더 이상 새로운 이닝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LG가 승리 혹은 무승부를 확정짓는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우규민이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 방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유명한 속설이 말해주듯 1개의 아웃 카운트를 남기고도 온갖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김기태 감독은 간과했습니다. 우규민이 한계 투구 수에 근접했으니 좌완 류택현을 미리 준비시킨 뒤 오재일의 타석에서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했지만 느슨한 투수 교체로 인해 최소 무승부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날렸습니다. 주말 비로 2경기가 취소되며 3일을 쉬었고 내일도 비가 예보되어 경기 진행 여부가 미지수인 상황에서 불펜 투수들을 쏟아붓는 총력전을 취했지만 마지막 한 명의 투수를 설마, 설마하며 아끼다 패배한 것입니다.

느슨한 투수 교체로 인해 1점을 내준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12회초는 LG의 입장에서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이닝이었습니다. 5:3으로 벌어진 뒤 장기영의 땅볼 타구를 2루수 서동욱은 뒤로 빠뜨려 2루 주자 오윤의 득점으로 이어지는 클러치 에러를 범했고 우규민을 뒤늦게 구원한 한희는 견제 악송구 실책으로 장기영을 2루에 보내준 뒤 이택근의 적시 2루타에 실점했습니다. 우규민이 2실점하며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다 하더라도 내일을 비롯해 앞으로도 넥센과 18경기나 남겨 두고 있기에 어처구니없는 실책은 나오지 말아야 했지만 연속 실책으로 빅 이닝을 만들어주며 끝내 매우 찜찜하게 경기를 내줬습니다.

선발 정재복과 두 번째 투수 봉중근은 불안했습니다. 정재복은 1회초와 2회초 매 이닝 볼넷을 내주며 투구 수가 불어나더니 3회초와 4회초에는 모두 2사 후에 실점하며 고비를 넘지 못했습니다. 3회초 2사 2루에서 박병호의 타석에서 3B 0S로 몰리다 간신히 스트라이크를 하나 잡은 후 적시타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줬고 4회초 2사 2루에서는 허도환을 상대로 풀 카운트로 끌려간 끝에 적시 2루타를 내주며 2실점했습니다. 특히 4회초에는 1사 3루의 실점 위기에서 내야 땅볼을 유도해 3루 주자를 런다운 끝에 횡사시켜 실점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허도환에게 불리한 카운트로 끌려가며 추가 실점했습니다. 구위가 팔꿈치 수술 이전만 못해 제구로 승부해야 하는 정재복이 제구마저 흔들린다면 선발 투수로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1군에 복귀한 봉중근 역시 5회초 3피안타 1실점했는데 견제사와 도루자가 아니었다면 2실점 이상 했을 정도로 구속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4월 11일 잠실 롯데전에 비해 구속이 떨어져 있는데 오늘 경기에서와 같이 140km/h를 간신히 넘는 평범한 구속이라면 일부에서 거론되는 마무리 투수는커녕 필승계투진에도 포함되기 어렵습니다.

LG 타선에도 면죄부를 줄 수는 없습니다. 0:3으로 끌려가다 3:3 동점을 만들기는 했지만 분위기를 타고 역전하는 데는 실패했고 경기 종반 딱 1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7회말 무사 1루, 8회말 2사 2루, 9회말 2사 만루의 기회에서 1점을 뽑았다면 LG는 연장전까지 끌려가서 패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올 시즌 LG는 밀리는 경기에서 동점에는 성공하지만 역전에는 이르지 못한 뒤 패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현 시점에서 LG의 한계를 입증합니다.

LG는 3연승을 마감했고 올 시즌 3번의 연장전에서 1승 2패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즌 7승 12패로 밀린 넥센을 상대로 올 시즌에도 험난한 경기를 반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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