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 퇴진과 함께 그룹 쇄신안이 발표된 22일 저녁 각 방송사 메인뉴스는 머리기사부터 집중적으로 이 소식을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가 20꼭지로 보도량이 가장 많았고 KBS <뉴스9> 11꼭지, SBS <8뉴스> 10꼭지 순이었다.

특히 MBC는 삼성 사옥 이미지를 배경으로 한 별도의 세트까지 마련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형식에서의 이 같은 차이는 보도 내용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MBC "후계구도 변함없다" 한계 지적

▲ 4월22일 MBC <뉴스데스크>.
이날 삼성이 내놓은 10가지 항목의 경영쇄신안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긴 했지만 핵심인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 방안 역시 비켜갔다.

이에 대해 MBC는 삼성의 앞날을 진단하는 리포트에서 "이건희 회장이 경영권을 내놓았지만 대주주의 지위는 그대로이고 이재용 전무의 지분도 변하지 않았다. 이재용 전무는 특검에서 기소도 되지 않았다"면서 "이 전무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승계구도는 그대로일 거란 분석이 우세하다"고 정리했다.

MBC는 삼성 관련 마지막 리포트인 홍은주 논설위원의 해설에서는 "이건희 회장 부자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이재용 씨를 중심으로 하는 삼성의 후계구도 자체는 변할 것이 없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홍 위원은 "쇄신방안에 삼성그룹의 핵심문제인 순환출자 해소방안은 포함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MBC는, 삼성 측이 "당장은 지주회사 전환이 어렵다"며 "에버랜드 주식을 4~5년 내에 처분해 순환출자 구조를 끊겠다"고 밝힌 데 대해 금산분리 원칙을 제시하며 "결국 삼성은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을 팔아 지배구조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KBS, 삼성 쇄신안 시민단체 반응 '기계적균형' 아닌가

▲ 4월22일 KBS <뉴스9>.
KBS와 SBS의 경우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직접적인 비판은 없었다. 삼성 쇄신안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응을 정리하면서 참여연대와 민변의 비판적 입장과 바른사회시민회의의 긍정적 입장을 나란히 나열하는 수준이다.

KBS는 삼성 관련 뉴스 마지막으로 경제팀 박유한 기자가 출연해 삼성의 앞날을 전망하면서 "이재용씨가 앞으로 4~5년동안 해외현장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하면서 한편으로는 느슨한 형태의 지주회사 같은 새로운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구도를 만들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측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KBS는 그룹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는 이날 쇄신안이 "미완"이라고 비판적 평가를 내렸다.

KBS는 "삼성생명 고객의 돈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해결하지 않고서 삼성그룹이 자신의 지배구조문제를 해결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경제개혁연대 최한수 팀장)이라는 인터뷰를 인용하며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 미완의 개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SBS, 상대적으로 삼성 측 입장에 비중

▲ 4월22일 SBS <8뉴스>.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SBS는 "핵심은 비켜갔다"고 지적하면서도 삼성 측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

SBS는,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그룹 전체가 적대적 인수 합병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삼성 측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순환출자 구조를 끊게 되면 아마 구조적으로 취약하게 될 것"(최병일/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이라는 내용의 인터뷰도 인용됐다.

그러나 SBS는 "삼성은 지배구조와 관련한 비판의 핵심이었던 순환출자 해소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의 여지를 남겨뒀다.

SBS는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를 전망하는 리포트에서 "수조 원대의 투자가 수반되는 그룹 차원의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할 경우 사장단 회의의 의사 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며 전경련 관계자의 인터뷰를 전하는 등 MBC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삼성 측 입장에 비중을 실었다.

SBS는 이재용 전무의 경영권 승계 관련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는 삼성의 입장과 해외 경영수업 후 전자와 금융 부문을 맡아 그룹 경영을 책임질 것이라는 재계의 예측을 전달할 뿐 이에 대한 적극적 평가는 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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