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중앙일보가 윤석열 정부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 매체는 문재인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금권선거' '선거용 퍼주기' 프레임으로 비난했다. 선거를 앞둔 시기에는 시급한 지원정책도 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최소한의 일관성마저 상실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1일 정부여당은 당정협의를 열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합의했다. 정부여당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모두에게 최소 600만원의 손실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영업손실 규모를 54조원으로 추정, '차등 지원' 방침을 세워 공약 파기 논란이 불거졌다. 소상공인 반발 등을 의식한 정부여당이 차등 지원 방침에서 선회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2차 추경 총액은 '33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올해 첫 추경에 편성된 17조원을 제외한 33조원 플러스 알파 규모를 정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추경 재원 마련에 있어 국채 발행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지출 구조조정과 올해 예상되는 초과세수를 기반으로 추경을 편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여당이 초과세수 규모 등을 밝히지 않아 재원문제를 해결한 게 맞느냐는 물음이 따라붙고 있다. 아직 걷히지도 않은 세금을 당겨쓰는 것은 국채발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금은 놔두면 국채 반환 등에 쓰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11일 국회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을 위한 제2회 추경안 관련 당정 협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12일 조선일보는 사설 <빚 안 늘리고 33조원 소상공인 지원, 맞는 방향이다>에서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600만원'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코로나 거리 두기가 2년여 동안 계속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피해가 극심했다. (중략)국민 전체의 건강을 위해 강제로 영업을 못하게 된 것인 만큼 이들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2차 추경 재원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추가 국채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나랏빚을 더 늘리지 않고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고 전제하며 '병사 월급 200만원' 등의 공약 파기로 비판받는 윤석열 정부가 "솔직히 양해를 구하고 재검토하는 것이 옳다. 국민도 이해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조선일보는 "전 정부는 각종 선심성 지출과 현금 뿌리기로 나랏빚을 5년간 400조원 이상 불려 놓았다. 여기에서 빚을 더 늘렸다가는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고 국가 신용도와 금융시장 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아이 낳은 부모에게 1200만원씩 주고, 고령자 기초연금을 월 10만원, 병장 월급은 단계적으로 200만원까지 올리는 등의 현금 공약은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설 <불가피한 소상공인 추경, 국회 신속하게 처리해야>에서 "코로나19로 손실을 본 소상공인의 재기를 위해 신속하고 충분한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통령 공약사항이 모두 이행되는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 시대를 맞아 부작용 우려에도 이런 내용의 소상공인 대책이 나온 건 소상공인 지원의 시급성 때문일 것"이라며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결국 복지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 지원이 늦어질수록 사회 전체의 부담도 커진다"고 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추경은 국회 논의를 거쳐 신속히 집행돼야 한다. 야당도 대승적으로 협조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2월 21일 중앙일보·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전 정부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선거용으로 깎아내렸다. 불과 두달여 전 민주당이 손실보상을 위해 14조원 규모의 추경을 추진하자 조선일보는 <총선·재보선 이어 세 번째 습화된 '선거용 추경' 돈 뿌리기>(2월 21일)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다. 조선일보는 "독재 정권 시절 '고무신 선거'를 연상시키는 21세기형 금권 선거"라며 "달콤한 설탕물 같은 선심성 돈 뿌리기가 이자 폭탄으로 돌아오고 서민·취약층의 생활고를 키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설 <민주당 추경 기습 처리, 매표행위 아닌가>에서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자영업자들에게 현급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매표 행위나 다름없다"며 "민주당은 2020년 21대 총선 직전에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내걸어 180석을 얻는 압승을 거둔 경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세계일보, 한국경제, 서울경제, 매일경제 등 주요 보수경제지는 '매표행위', '날치기', '군사작전', '선거용 돈뿌리기' 등의 딱지를 붙였다.

지난 1월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방침을 발표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보상을 위해 '선지급 후정산' 방식의 보상금 지원책을 발표했을 때도 조선일보 등 주요 보수·경제지는 이를 '포퓰리즘' '금권선거'로 몰아세웠다. 조선일보는 "행정부가 여당 선거운동본부냐"고 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어떤 지원정책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에 다름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보수·경제지 논리를 선거전에 활용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28일 강원도 유세 현장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지급될 2차 방역지원금을 '대국민 사기술'로 규정하고, 금권선거 공세에 나섰다.

당시 윤 후보는 "저와 국민의힘은 작년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실질적인 손실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선거가 얼마 안 남으니까 선심성 예산 14조원을 만들어 새벽에 날치기 통과시켰다"며 "선거 앞두고 3백만원을 뿌리는 모양인데, 여러분의 혈세를 가지고 유혹하는 아주 못된 기만 사기술"이라고 말했다. 2월 추경을 '매표 행위'라며 비판한 국민의힘은 1월 돌연 소상공인 대폭 지원을 위한 추경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정작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사진행은 거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대선 후보 시절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자영업자들을 위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일보의 이 같은 논조는 최소한의 일관성을 갖춘 보수지 동아일보와도 차이를 보인다. 동아일보는 12일 사설 <소상공인에 600만 원+α 일괄 지급, 또 뒤집은 선거용 퍼주기>에서 "윤 대통령도 어제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제일 문제가 물가'라고 말하지 않았는가"라며 "그렇다면 국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우선했어야 한다. (중략)선거 때마다 돈을 풀어 표를 매수한다고 비판했던 전 정권과 다를 바 없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일괄 지급으로 다시 말을 바꿨다. 예산 지출 조정으로 국채 발행 없이 재원을 충당한다고 했지만 기초연금, 부모급여, 병사월급 인상 등 이행해야 할 현금 지원 공약이 즐비하다"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고통받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은 필요하다. 다만 오락가락 원칙 없는 돈 풀기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한편, 12일 한겨레는 사설 <‘자영업 2차 추경’ 미루다 선거 코앞에 확정한 여당>에서 "이번 추경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큰 희생을 치른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이 미흡했던 만큼 꼭 필요한 일"이라면서 "다만 추경 편성 시기를 미루고 미루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확정하는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애초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이었던 3월2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최대한 문 대통령 임기 안에 추경 편성을 요청하겠다고 했다가, 사흘 뒤에 갑자기 새 정부 출범 뒤로 미뤘다"며 "5월 말에 추경을 집행해 선거에서 여당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읽혔다"고 풀이했다. 또 인수위의 차등 지원 방침을 뒤집은 정부여당에 대해 한겨레는 "다분히 6월1일 지방선거를 의식한 조처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 이럴 거면 인수위가 왜 힘들게 ‘과학적 추계’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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