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뉴스타파가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아 '세월호 참사 팩트체킹 시스템' <세월호, 사실과 기록>(☞바로가기) 사이트를 공개했다.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세월호, 사실과 기록> 사이트에는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가 8년간 탐사 취재한 자료가 담겼다.

<세월호, 사실과 기록> 사이트 제작 과정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3일 김성수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지난 4월 15일 <세월호, 사실과 기록> 사이트를 오픈했는데 반응은 어떤지요?

“몇 군데 매체에서 써줘서 처음에 많이 들어오셨고, 지금은 하루에 한 30~40명 정도 들어와서 이용하고 계신 것 같아요. 공개 당시 SNS 같은 데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판단을 떠나서 방대한 자료들을 이렇게 모아놓는 작업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다’라는 평가들이 꽤 있었던 것 같아요.”

하루에 30~40명 들어오면 약간 아쉽지 않으세요?

“일반적인 기사나 보도처럼 단시간에 폭발력 있는 반응을 기대했다기보다, 일단 저 스스로도 오랫동안 취재하면서 모아둔 자료들을 정리해야겠다는 필요가 있었고요. 그리고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사실 그대로’ 보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세월호, 사실과 기록> 사이트는 언론인들이나 학자들이 앞으로 두고두고 중요한 사실관계들을 확인할 수 있는 창고로 활용할 수 있으면 해서, 기본적으로는 그런 취지로 기획하고 만들어 놓은 거라서요. 당장 하루에 3~40명 정도 오는 부분이 속상하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김성수 뉴스타파 기자

<세월호, 사실과 기록> 사이트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난 8년 동안 세월호에 관한 탐사 취재 과정에서 입수했던 자료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려는 생각이 계속 있었어요. 이게 보도는 아니지만 대중을 상대로 공표하는 형식이잖아요.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정식으로 생산된 것이 아니라, 제가 여기저기에서 입수한 자료들도 많은데 사실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자료들이기 때문에 정리하고자 했어요.”

방대한 양인데, 어떤 작업부터 시작하셨나요?

“사이트가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있는 시청각 타임라인과 데이터 아카이브는 어쩌면 성격이 같아요. 그동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조사와 수사 과정에서 입수된 공식적인 데이터들을 세월호를 사실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서 정렬하고 배치하는 거예요.

[시청각 타임라인]이라고 하면 일단 제가 잡았던 구간이 파트 1, 2, 3로 되어 있는데 그 파트 1은 단원고 학생들이 수학여행 가려고 인천항 여객터미널에 도착한 시각, 4월 15일 오후 5시 반이에요. 그때부터 세월호가 침몰할 때까지 17시간 10분 구간은 사건과 관련된 영상과 음성 기록들이 남아 있어요. 그것들을 말 그대로 타임라인 시간에 맞게 배치하려는 것이었는데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사진과 영상 기록들은 어떤 건 휴대전화로 촬영됐고 어떤 건 캠코더로, 또 어떤 건 해경 초계기처럼 자체적으로 붙어 있는 카메라로, 또 여러 군데 CCTV에서 촬영된 것들, 이렇게 다 달라요. 휴대전화로 찍힌 영상들은 파일명 자체가 그걸 녹화하기 시작한 시간으로 딱 설정이 되잖아요. 이건 신뢰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휴대전화의 시간은 위성이나 기지국 정보로 실시간으로 보정되기 때문에 틀어질 수가 없거든요. 반면 CCTV나 캠코더 이런 것들은 그 장비에 설정해놨던 시간대로 파일 이름이 찍혀 있어요. 그러니까 실제로는 몇 시 몇 분의 상황이 촬영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고 죄다 틀어져 있는 거죠.”

<세월호, 사실과 기록> '시청각 타임라인' 화면 구성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겠어요.

“그렇죠. 세월호 관련 영상 데이터 소스들의 ‘틀어진 시간’을 맞추는 작업은 사실은 지난 8년 동안에도 탐사 취재하면서 계속해왔지만, 이번엔 조금 더 디테일하게 정리한 거예요. 초 단위로 다 맞추려는 게 목표였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영상 파일의 경우는, 같은 시간에 똑같은 장면이 헬기에서도 촬영되고 해경 123정에서도 촬영됐다고 하면 예컨대 해경이 아이 한 명을 끌어올리는 장면이라든지 이걸 가지고 시간을 통일시키면 돼요. 그런데, 정말로 힘든 건 음성 기록들이에요. 음성 파일들은 VTS와 세월호가 교신한 것, 해경이 무선 공용통신 TRS로 서로 교신한 것, 해경 내부 경비전화로 통화한 기록 등 소스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 음성 소스들이야말로 진짜 파일 이름하고 실제 시간이 일치하는 게 거의 없어요.”

데이터 아카이브에 대한 설명 바랍니다

“[데이터 아카이브]는 두 번째 카테고리인데,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았죠. 지난 8년 동안의 세월호 진상 규명과 관련해서 활동했던, 국가 차원의 조사와 수사 기구에서 생산된 문서들을 마치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수사기록 같은 건 완전한 로데이터(raw data)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판결문 같은 걸 보면 실명,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휴대전화 번호, 통화내역 등이 그대로 써 있는데 이런 개인정보들은 다 가려줘야 되잖아요. 데이터 아카이브에 담긴 문서 자료들이 대략 7천 건 정도인데, 거기 담긴 개인정보들을 가리는 작업이 엄청난 노동력이 들어가는 일이었죠.”

<세월호, 사실과 기록> ‘의문과 팩트’ 화면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의문과 팩트에 대한 소개 바랍니다

“[의문과 팩트] 카테고리를 만든 취지는 이렇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세월호 참사를 사실에 기반해서 이해하기보다는 당시 정권의 성격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사실이 아닌, 어떤 음모론적 추론 등을 중심에 놓고 이해하는 소재들이 워낙 많았어요. 더구나 지금 3년 넘도록 활동하고 있는 2기 특조위,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가 그런 의문과 의혹을 해소하는 방식의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키우고, 또 본인들이 새로운 의혹을 덧붙이는 방식의 조사를 계속 진행해왔거든요.

저는 사참위가 세월호 진상 규명 과정을 더 혼돈스럽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이 참사를 8년 취재해온 제가 볼 때 가장 굵직굵직한 의혹들, 아직도 사람들이 세월호에 대해 ‘이런 이슈는 사실관계가 이런 거 아니었어? 이거 이상하지 않아?’라고 여기는 문제들 중에 제가 취재하면서 팩트 검증을 끝낸 것들은 제대로 요약해 정리해서 실어놓도록 하자는 취지로 만든 것입니다. ‘의문과 팩트’에 실릴 내용들은 앞으로도 계속 추가될 거예요. 이용자들에게 신청받아서요.”

가장 황당했던 음모론은 뭐였나요?

“너무나도 많죠. 그중에서도 김지영, 김어준 씨가 세월호 관련해 대중의 음모론적 시각 형성에 너무나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봐요. AIS(선박자동식별장치) 항적이 조작됐다거나 앵커를 떨어뜨려 배를 침몰시켰다거나 하는 주장들이 대표적이죠. 다른 한편으로 네티즌 자로가 제기했던, <세월X>라는 동영상에서 나오는 잠수함 충돌설도 있었는데요. 저는 잠수함 충돌설은 그나마 과학적 접근을 한 끝에 도출한 결론이었다고 봐요. 문제는 이 가설은 선체를 인양하기 전에 계산기만 두드려서 도출했던 것이고, 선체를 인양한 후에 확인된 직접 증거를 본 다음엔 스스로 수정해야 했는데 그걸 거부하고 처음 주장을 그냥 밀고 나갔단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과학성과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죠.

차분하게 분석해 보면 이런 음모론들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뭐냐 하면, 세월호 참사를 사회적 재난이나 참사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어떤 세력에 의한 ‘의도된 기획’이 빚은 사건으로 보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어떻게 해서든 책임자를 찾아내 형사처벌하겠다는 목적에 너무 집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재난과 참사는 특정 인물이나 세력의 단발적 기획과 테러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교정 없이 유지된 시스템의 빈곤과 구조적 모순들이 어느 순간 응축적으로 폭발해서 발생하는 것임을 전혀 이해하지도, 인정하지도 않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입니다.”

‘데이터 아카이브’에서 세월호 선원 사건 증거기록 데이터를 펼친 모습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복원성 때문에 참사가 발생했다고 보십니까?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이것 때문이었다’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에 데이터 아카이브를 구축한 이유도 이런 부분을 차분하게 살펴보자는 취지였는데요. 세월호 관련 조사와 수사 과정에서 정리된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의 진술조서, 신문조서들을 모두 다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그러면 세월호가 평상시에 운행하면서 얼마나 복원성이 안 좋았던 배였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세월호는 일상적으로 뒤뚱뒤뚱하면서 다녔기 때문에 선원들도 늘 불안해하는 배였습니다. 그럼에도 선사 고위층에서는 돈을 더 벌기 위해 화물을 최대한 많이 욱여넣으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 갈등도 많았어요. 일례로, 정식 선장이었던 신보식 선장 진술조서를 꼭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월호가 도입되기 전인 2012년엔 이준석이 청해진해운의 정규직 정식 선장이고, 신보식은 그 밑에 일등 항해사였어요. 청해진해운이 인천-제주 항로를 유일하게 운항하는 오하마나호를 보유하고 있던 때였죠. 그런데 당시 해운업계에서 파다한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모 해운사가 인천-제주 항로에 뛰어들 거라는 얘기였죠. 청해진해운은 후발 주자를 막기 위해 인천-제주 항로에 배 한 척을 더 투입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일본에서 세월호를 사들였습니다. 이걸 일본에서 끌고 올 때 이준석 선장과 신보식 일등 항해사가 같이 몰았습니다. 신보식은 ‘시운전 기간엔 복원성 문제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문제는 그 뒤였어요. 청해진해운이 이 배를 여수CC 조선에 가져가 4층과 5층 후미 쪽에 객실을 증축했습니다. 당연히 승객을 한 명이라도 더 태워서 돈을 벌려던 것이었죠. 또한 선수 오른쪽 부분에 있던 램프(화물을 싣기 위해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출입문)를 철거했습니다. 램프를 철거하면 선수 갑판 전체를 넓게 사용할 수 있어서 거기에다 컨테이너를 잔뜩 실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돈을 더 벌려는 것이었죠.

근데 신보식이 이런 식의 개조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잘못하면 배의 복원성이 위험한 수준까지 나빠질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청해진해운 임원들한테 문제제기를 여러 번 해요. 이렇게 뜯어고치면 안 된다고요. 하지만 위에서는 찍어누르면서 원래 계획대로 막 뜯어고친 거예요. 다 고치고 나서 신보식이 다시 배를 몰아봤습니다. 그랬더니 회전할 때 선체가 한쪽으로 휙 기울어진 뒤에 본래 상태로 복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복원성이 확 나빠졌던 거죠.

바로 이때부터 신보식 선장은 조타수들한테 타를 한 번에 많이 꺾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나눠서 돌리라고 강력하게 지시했습니다. 또 출항 전에 어떤 화물이 실리는지를 늘 눈여겨보다가 너무 무거운 화물이 실리려고 하면 임직원에게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신보식 선장하고 임직원들 사이에 빈번했던 갈등과 관련된 내용이 수사 기록에 다 나옵니다. 이런 내용을 종합적으로 보지 않고 그냥 단편적인 언론 기사들만 보면 세월호가 조금 뜯어고치느라 약간 불안해졌나 정도로 이해하는데, 실제로 세월호는 그 정도 수준이 아닌 배였습니다. 말 그대로 ‘언제 쓰러져도 쓰러질 수 있는 상태로 운항하던 배’였다는 거예요.”

<세월호, 사실과 기록> 메인 페이지 화면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앞으로의 과제는 뭘까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6월 10일까지 각 과제별 조사 결과 보고서를 채택하고, 그것들을 엮어서 9월 10일 내 종합보고서를 내거든요. 굉장히 우려스럽죠. 지금까지 사참위가 해온 조사의 흐름을 보면 말이에요. 어찌 됐건 공식적인 국가조사기구가 내는 종합보고서는 권위가 있는 거예요. 국가 차원의 보고서이기 때문에요. 그런데 그런 권위를 가지는 보고서에 굉장히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이며 비상식적인 어떤 내용이 담긴다면, 세월호 참사를 사실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획된 사건의 관점으로 본 음모론적 추론이 담긴, 그런 내용이 위주가 된 보고서가 나오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실 그렇게 되는 순간부터 국민들로부터 이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이런 용어 자체가 완전히 멀어지겠지요.

제 걱정은 그거에요. ‘이게 다 소용없는 일이네’라고 인식돼버리는 거예요. 참사가 흐지부지 잊히게 되고 유가족분들과 시민단체 몇 곳만이 매년 4월 ‘아직도 진상규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라고 도돌이표처럼 구호 외치고, 시민들에게서는 계속 멀어지는 거죠. 저는 그런 미래가 올까봐 두려워요. 올해 나오는 사참위의 종합보고서가 사실에 기반해서 촘촘하게, 세월호 참사의 과정을 설명하고 안전 대책을 제시할 수 있는 보고서가 될 수 있게 남은 기간에 뭔가를 해봐야죠. 취재하고 보도해서요.”

기자님에게 세월호는 무엇인가요?

“저한테 세월호는 끝까지 제가 마쳐야 하는 숙제인 것 같아요. 저널리스트로서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요. 그 이상 뭐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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