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우리 손에 휴지조각으로 남아 있는 '공영방송 정치독립'이라는 부도어음, 이제 현금으로 받아냅시다"

6개 언론현업단체가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5월 내로 입법처리하지 않으면 조직적인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언론인들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인내를 반복했다며 "이번이 말로 하는 마지막 요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1일 6개 언론현업단체(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에서 '공영방송 정치독립 5월 입법 총력집회'를 열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사를 향해 행진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6개 언론현업단체(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는 '공영방송 정치독립 5월 입법 총력집회'를 진행했다. (사진=미디어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5년 전 촛불의 힘으로 집권한 문재인 당시 후보와 민주당은 우리 언론인들의 손에 약속어음 한 장 쥐어줬다.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겠다, 지배구조 개선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었다"며 "개혁을 미루고 나서야, 권력을 내주고 나서야 당론발의가 이뤄졌지만 또다시 허공에 떠버렸다. 부도처리된 어음 그냥 손에만 쥐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언론노조와 함께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겠다고 공개 발언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도 같은 말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며 "언론중재법을 먼저 하자, 국회 미디어특위에서 논의하자 미루면서 기득권 강화라는 비판을 받는 검찰개혁 입법은 강행했다. 정치놀음에 언론을 들러리 세우는 상황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위원장은 "악랄한 채권추심자가 되어 거짓약속을 허공에 띄우는 정치인들에게 끝까지 받아내자. 5월 처리를 요구하는 이유는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이 말장난이 또 어떻게 되풀이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5월 언제까지, 어떤 일정으로 진행할 것인지 15일까지 답하라. 답하지 않으면 언론인들은 구체적인 응징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사진=미디어스)

민주당은 지난달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 수사권 조정 법안 처리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언론개혁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어 지난달 27일 민주당 의원 171명 전원은 '공영방송운영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발의했다.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를 '운영위원회'로 변경하고 운영위원 정수를 25명으로 확대개편하는 내용이다. 기존 정치권 추천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영방송 운영위원회를 국회, 공영방송 종사자, 시청자, 학계, 직능단체, 시도의회의장협의회 등이 추천, 구성하는 안이다.

그러나 검찰개혁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언론개혁 법안에 대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논의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법안심사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가 5월 말까지 가동되지만 입법권이 없다.

강성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민주당이 당론 법안을 발의한 지 보름이 지났다. 그들의 법안 발의가 언론인과 시청자를 기만하는 것 아닌지 의심을 거둘 수 없다"며 "검찰개혁 의지의 100분의 1이라도 있다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과의 약속을 이렇게 끝내 저버릴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최성혁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이번 법안이야말로 민주당에게는 약속을 지킬 마지막 기회다. 우리로서는 마지막 경고"라며 "윤석열 정부 주변에 모여드는 인사들의 면면과 인수위 발표 내용 등을 보면 이명박 정부 시절과 많이 닮았다. 낙하산 사장을 막기위해 파업과 해고를 감수해야 했던 흑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6개 언론현업단체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5월 처리를 촉구하며 서울 여의도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언론현업단체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공영방송 불개입을 공개 약속하고 저질 방해공작을 집어 치우라"고 촉구했다. 정부여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았다. 언론현업단체는 결의문에서 "국회 미디어특위에 자질이 의심스런 자문위원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워 어설픈 시간끌기로 일관한다면 그에 상응한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며 "대안 없는 반대만 한다면 30년동안 법적 근거도 없이 행사해 온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고 또 방송장악에 나서겠다는 선언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들은 "윤 대통령도 후보 시절 언론자유 보장과 불개입 원칙을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주변은 온통 방송장악 언론탄압 경력의 인사들로 득실거리고 있다"며 "이들을 앞세워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공영방송 독립성 확보를 위한 개혁 작업을 방해한다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한 '강성노조'의 참맛을 보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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