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이사회의 ‘특별법’으로 인해 국내 무대에 발을 들이게 된 순간부터 전지훈련과 시범 경기를 거쳐 정규 시즌에 이르기까지 한화 박찬호는 뉴스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시범 경기에서의 부진과 달리 정규 시즌 2경기에서는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구속과 구위가 일취월장해 역시 메이저 리거답다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화를 제외한 7개 구단의 입장에서는 박찬호의 투구에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분석을 통해 공략해야 할 상대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박찬호가 첫 패전을 기록한 4월 18일 청주 LG전은 박찬호 공략법을 강력히 암시합니다.

▲ 역투하는 박찬호 ⓒ연합뉴스
한화가 1:0으로 앞선 박찬호 7회초 정성훈에게 국내 무대 첫 피홈런인 좌중월 역전 2점 홈런을 허용했습니다. 정성훈은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앞선 두 타석에서 모두 삼진을 당한 뒤 공 배합을 읽고 초구를 노렸다’고 밝혔습니다. 메이저 리거답게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과감하게 잡는 박찬호의 공 배합을 간파했다는 의미입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초구부터 공략해 아웃으로 물러나면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대신 상대 투수로 하여금 많은 공을 던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초구부터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잡는 박찬호를 상대로 타자가 초구를 지나치고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면 제구력이 뛰어난 박찬호에게 이길 가능성은 낮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초구 직구에 초점을 맞춰 공략하면 타자는 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박찬호의 또 다른 약점은 불혹의 나이에서 비롯된 투구 수 한계입니다.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80개를 전후해 구속과 구위가 저하하는 한계를 드러낸 것입니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꽂는 것은 한계 투구 수를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박찬호가 투구 수를 줄여 많은 이닝을 소화하려는 고육지책일 수도 있습니다.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유인구보다는 스트라이크로 빠르게 승부하는 것 역시 동일한 맥락입니다. 그렇다고 공 배합을 유인구 위주로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박찬호가 초구부터 과감히 공략하는 상대 타자들로 인해 주자를 출루시키며 실점해 투구 수가 늘어나게 되면 불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까지 2경기에서는 80구의 한계 투구 수가 6회에 왔지만 그보다 빠른 이닝인 4회나 5회에 한계 투구 수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박찬호의 적은 내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로 최하위 한화의 팀 동료들입니다. 취약한 계투진은 박찬호로 하여금 많은 이닝을 소화하도록 부담을 갖게 합니다. 마무리 바티스타는 제구가 불안합니다. FA로 영입된 송신영은 4월 19일 청주 LG전에서 연장 10회초 2사 후 연속 3안타로 실점해 패전 투수가 되었습니다. 지난 시즌 가장 믿을 만한 불펜 투수였던 박정진은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닙니다.

박찬호에게 득점 지원을 해야 하는 타자들 역시 부진합니다. 김태균만이 고군분투하고 있을 뿐 최진행의 부진으로 중심 타선의 힘이 떨어지며 하위 타선은 짜임새가 부족합니다. 수비에서도 야수들은 8개 구단 중 최다 실책(9개)을 기록 중입니다. 어제 청주 삼성전 8회초 진갑용의 안타에 고동진과 이대수가 엉성한 수비를 범했듯이 기록되지 않은 실책의 숫자도 많습니다. 포수들의 도루 저지 능력 또한 취약합니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국내 구장 중 가장 작은 청주 구장과 그에 버금가는 작은 규모의 대전구장을 홈으로 사용해 홈런을 허용하기 쉬운 조건도 박찬호에게 불리합니다. 장마와 무더위가 이어지는 한여름에 박찬호가 어떻게 적응하느냐 또한 관건입니다. 박찬호는 한국인이지만 한국 프로 무대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대화 감독의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라는 사실이 팀 내 최고령 선수이며 책임감이 강한 박찬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지난 2경기를 통해 상대 전력 분석원들은 미지의 투수였던 박찬호에 대해 현미경 분석을 했을 것입니다. 당장 KIA와의 원정 3연전에서 박찬호가 어떤 투구 내용을 보여줄지 흥미롭습니다. 외국인 투수들이 상당히 애를 먹는 KIA의 끈질긴 단신 테이블 세터 이용규, 김선빈과의 맞대결부터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투수가 무실점으로 막아도 동료들이 점수를 뽑지 못하면 결코 승리할 수 없는 것이 야구입니다. 4연패의 부진에 빠진 한화가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나며 메이저 리그 아시아 투수 최다승에 빛나는 박찬호를 지원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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