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시민단체들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부모찬스 스펙쌓기'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 기자들을 고소한 행위는 무고죄에 해당한다며 고발에 나섰다.

민생경제연구소 등 5개 시민단체는 9일 한 후보자를 무고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가 한겨레 기자 3명과 보도 책임자를 상대로 고소에 나선 것은 허위사실을 기반으로 한 전형적인 무고죄에 해당한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오마이뉴스는 <[단독]'한동훈 딸 이름' 기부 안 했다? 기념사진에 담긴 동아리명>에서 한 후보자 딸이 주도했던 동아리 '피스 오브 탤런트'(Piece Of Talent, POT)가 '기부스펙 의혹' 당시 기념사진 전면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는 충북 소재 보육원의 2021년 소식지에 실린 '피스 오브 탤런트' 소개 기사를 확보해 보도했다. 소식지는 기사에서 "POT 봉사단의 연계로 화상수업에 필요한 노트북 25대를 OOOOO(주)에서 지원받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사에는 보육원과 기업 측이 '기증'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찍은 기념사진이 담겨 있었다. 후원처는 'OOOOO(주)', 교육봉사 주체는 'Piece of Talent 봉사단'으로 적시돼 있다.

지난 4일 한겨레는 한 후보자의 딸이 엄마 친구가 임원인 모 기업에서 노트북 50대를 후원받아 복지관에 기부한 정황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한 후보자 배우자 진 모 씨의 지인인 '기업 법무 담당' 임원 고 모 씨가 노트북 기증과정에서 연결고리 구실을 했다고 전했다. 한 후보자, 진 씨, 고 씨는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고 씨는 2020년 11월 복지관에 노트북을 기부할 때 참석했다고 한다.

한겨레는 '대학진학용 기부 스펙 의혹'으로 해당 사건을 규정했다. 미국 대학은 시험 성적뿐만 아니라 수상 실적, 봉사, 대외활동 등 사회적 활동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한 후보자 딸의 '스펙 쌓기'에 어머니 인맥이 동원된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한 후보자 딸은 미국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노트북 기부 사실을 공개했는데, 해당 기사가 돈을 주면 게재되는 '광고성 기사'였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이에 한 후보자는 한겨레 보도 당일 "출판물에 의한 허위사실 명예훼손 혐의로 한겨레 기자 3명과 보도 책임자들을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공정한 심사를 통해 딸 명의가 아닌 기업 명의로 기부가 이뤄졌다며 한겨레 보도가 허위보도라고 주장했다. 딸의 미국 지역 언론 인터뷰 기사들에 대해 한 후보자는 "언론 기사가 아니라 '지역 인터넷 블로그'"라고 해명했다. 이후 한 후보자는 자녀 신상보호를 이유로 관련 기사를 삭제조치했다.

시민단체들은 고발장에서 오마이뉴스 보도를 인용하며 "애초부터 한 후보자는 언론을 상대로 심히 부당한 고소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등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무고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한 후보자의 한겨레 고소는 전형적인 무고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 5월 9일 <[단독] '한동훈 딸 이름' 기부 안 했다? 기념사진에 담긴 동아리명> 갈무리

한편, 9일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자 보도를 보니 후보자 딸의 동아리명이 기념사진에 그대로 찍혀 있다"며 "이런 기부행위가 정상적 기부행위인가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다. 후보 배우자와 이 회사 임원이 동문이어서 기부를 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라고 질문했다.

이어 김 의원은 한 후보자의 한겨레 기자 고소에 대해 "언론 재갈부터 물리려고 하는 고소가 아닌가 싶다. 특히 후보자는 사정기관, 검찰의 수장인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기 때문에 이 고소는 '셀프 고소'"라며 "이 보도들이 실제적 악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후보자가 전광석화처럼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고 있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 후보자는 "아동시설에 노트북이 부족해 기업에서 폐기 처분할 불용 용도의 노트북을 기증한 것이다. 크게 문제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장려해야 될 부분"이라며 "폐기 처분될 것들이 취약계층 아동의 영어 공부에 쓰일 수 있으면 좋은 일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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