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앞두고 최하위로 점쳐진 LG가 예상을 뒤엎고 7승 4패로 공동 2위를 달리는 요인으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지만 오지환의 안정된 수비도 그 중 하나입니다. 실질적인 1군 무대 첫해였던 2010년에는 125경기에 출장해 무려 27개의 실책을 범했으며 작년에는 부상과 플래툰 기용으로 인해 63경기로 출장 경기 수가 절반으로 감소했지만 10개의 실책을 범했습니다.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실책 이외에도 오지환의 수비는 항상 위태로웠습니다.

하지만 11경기를 치른 올 시즌 오지환은 단 1개의 실책만을 범해 센터 라인의 일원이자 내야 수비의 핵인 유격수로서 제몫을 해내고 있습니다. 어제 잠실 SK전 7회초 선두 타자 조인성의 좌전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한 뒤 1루에 송구해 아웃시킨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수비와 더불어 타격 또한 달라졌습니다. 4월 7일 대구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3타수 1안타를 기록한 이래 6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4월 14일 잠실 KIA전에서는 3타수 3안타로 절정에 오른 타격감을 과시했습니다. 이 사이 오지환은 20타수 9안타 0.450의 고타율을 이어갔습니다.

▲ 15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LG 경기. 3회말 1사에서 LG 오지환이 KIA 선발 김진우에게 삼진을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오지환의 타격감은 주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경기에서 각각 1개 씩 안타를 기록하며 8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갔으나 박찬호와 대결한 4월 18일 청주 한화전 이래 3경기 연속 무안타입니다. 4월 14일 잠실 KIA전까지 6경기에서 삼진 4개에 불과했지만 4월 15일 KIA전에서 어제 잠실 SK전까지 5경기에서는 매 경기 삼진을 당하며 8개의 삼진을 기록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는 3타수 3삼진을 기록했는데 8회말 네 번째 타석 볼 카운트 1B 2S로 몰린 상황에서 1루 주자 김용의의 도루가 실패해 이닝이 종료되지 않았다면 오지환은 4타수 4삼진을 기록했을지도 모릅니다.

시즌 초반 오지환은 작년과 달리 밀어치는 타법으로 좌중간으로 좋은 타구를 많이 날려 보냈습니다. 밀어치는 타법을 강조하는 김무관 타격 코치의 지도가 적중한 것입니다. 특히 4월 17일 청주 한화전에서 선발 양훈을 상대로 4회초 좌중월 3점 홈런으로 시즌 첫 홈런을 장식하며 오지환의 새로운 타격 자세는 완전히 정착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시즌 첫 홈런이 독이 되었는지 이후 오지환은 13타석 무안타를 기록 중이며 삼진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4경기에서 홈런을 제외하면 안타가 전무합니다. 슬럼프에 빠진 것입니다. 타격 포인트를 잃었는지 나쁜 공에도 방망이를 쉽게 휘두르고 있습니다. 주로 가운데나 바깥쪽 공을 노려 밀어치는 타법으로 양질의 타구를 좌측으로 보내는 일이 잦아지자 상대 배터리가 이를 간파하고 오지환의 몸쪽을 집중 공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법은 역시 선구안입니다. 몸쪽 공을 자유자재로 공략해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는 타자는 드뭅니다. 삼성 이승엽이나 현재 일본 오릭스에 진출한 이대호와 같이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 역시 몸쪽에는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상대 투수가 스트라이크 3개를 연속으로 몸쪽으로 던지기도 쉽지 않은 노릇입니다. 실투가 될 경우 가장 치기 좋은 한복판 스트라이크나 혹은 타자의 몸에 맞는 공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지환은 약점인 몸쪽은 골라내거나 커트하며 헛스윙의 빈도를 줄이고 선구안을 통해 가운데 혹은 바깥쪽 공을 선택해 공략하는 타격을 추구해야 합니다. 애당초 수비보다는 타격에 타고난 잠재력을 지닌 선수인 만큼 슬럼프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일기 예보에 따르면 오늘 경기는 비로 인해 취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슬럼프에 빠진 오지환으로서는 반가운 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연습과 분석을 통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오지환이 재정비를 통해 타격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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