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라이브 무대를 연 엠넷 보이스 코리아 첫 방송은 유성은을 위한 무대였다. 방송 전까지만 해도 강미진의 카리스마를 넘을 도전자가 있을까 싶었지만 결과는 깜짝 놀랍게도 유성은의 압승이었다. 물론 강미진이 성대를 혹사해서 무리가 온 것도 있었지만 가창력 그 자체를 떠나서 노래 한 곡의 완성과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었다.

반면 오디션 곡으로 썩 어울린다고 할 수 없는 심수봉의 비나리를 부른 유성은은 편곡부터 곡 해석과 감정 절제까지 완벽한 무대를 보여줬다. 프로같다는 비유법은 적어도 이 날 무대에만은 결례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프로 이상이었고, 어쩌면 나가수 감동 무대 중에서도 상위에 꼽힐 정도의 아름다운 크로스오버였다.

코치들은 트로트와 알엔비만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유성은의 비나리에는 두 곡의 클래식이 녹아 있었다. 전주에는 베토벤 월광을 변주했고, 간주에는 에릭 칼멘이 부른 올 바이 마이셀프의 간주가 샘플링되어 비나리의 비장함의 감성을 풍부하게 했다. 올 바이 마이셀프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에릭 칼멘이 편곡해 부른 것으로 아마도 팝송을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유성은의 비나리 간주가 무척 귀에 익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아직 어린 유성은이 원곡에 담긴 아픈 사랑의 감성을 한 음마다 꼭꼭 눌려 표현했다는 것과 트로트나 알엔비라는 장르에 함몰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유성은의 창법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노래가 끝나고 엠씨 김진표가 코치 백지영을 부르자, 백지영은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너무 잘했잖아요”라며 평가할 수준을 넘었음을 행간에 담았다. 신승훈은 자진해서 마이크를 잡고 “전에 솔앤 알엔비라고 했는데 비나리를 들으면서 또 새로운 장르를 발견했다. 만약 트롯 알앤비가 있다면 유성은의 비나리가 그것이다”라고 극찬했다.

허나 어린 유성은이 트로트 고수라도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비나리의 감성을 해석해낸 데는 아픈 이유도 있었다. 지병을 가졌던 아버지를 일찍 잃은 성은은 이제 조금 철이 들고서야 아빠에게 알게 모르게 준 상처 때문에 더 아파지는 것이다. 이제 오디션의 휴먼스토리에 둔감해질 법도 하지만 나중에 노래를 듣고서야 그 아픔에 더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디션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쩌면 이렇게도 한결같이 아픈 사연을 갖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 아픔이 한이 되고 그래서 어린 나이로는 소화해내기 힘든 트로트와 알엔비가 몸에 배인 것인가 생각도 하게 된다.

앞서 하예나의 어머니도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느라 제대로 딸 뒷바라지 못한 것이 속상해 근처 학교를 돌며 딸의 보코 출연을 알리며 문자투표를 부탁하는 모습이었다. 하나같이 보는 이의 마음을 짠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는데, 모두가 보코 우승을 할 수는 없겠지만 소원하는 가수가 되어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기를 바라게 된다.

다른 오디션과 달리 50%의 탈락율이라는 살벌 그 자체인 보이스 코리아는 매번 경연에서 살아남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다. 이번에만 해도 총 8명이 무대에 섰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유성은, 강미진을 비롯해서 고작 네 명뿐이다. 관심을 끌었던 허각의 형 허공은 아쉽게도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세 번째 라이브 무대를 견뎌낸 4명은 하예나, 최준용, 유성은, 강미진으로 보이스 코리아 역시 여성파워가 압도적인 현상을 보이며 한걸음씩 결승무대를 향하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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