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공정과 상식'을 대표 슬로건으로 내건 윤석열 정부의 정통성이 장관 후보자들 의혹으로 의심받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문화일보·매일경제 등 일부 보수·경제지는 '민주당 대선불복' 프레임을 전면에 깔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7일 국회에 정호영(보건복지)·원희룡(국토교통)·이상민(행정안전)·박보균(문화체육관광)·박진(외교)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오늘(9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장관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얘기다. 현재까지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장관 후보자는 추경호(기획재정)·이종호(과학기술)·한화진(환경)·이정식(고용노동) 등 4명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사진=연합뉴스)

임명 강행이 예상되는 장관 후보자들의 공정성 문제로 ▲정호영 후보자 자녀의 '아빠 찬스' 의혹 ▲원희룡 후보자의 오등봉 특혜·법인카드 의혹 ▲이상민 후보자의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 ▲박진 후보자 아들의 조세회피처 업체 설립자 의혹 ▲박보균 후보자 위장전입·딸 연봉 특혜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김앤장 회전문-고액보수' 논란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매각 연루 의혹 ▲배우자 그림 고가 판매 의혹 ▲외국기업 자택 임대 이해충돌 논란 등이 불거진 상태다. 여기에 9일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모친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 ▲딸 부모찬스 스펙쌓기 의혹 등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후보자 임명 강행 시 "정권의 정통성 자체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경제지는 민주당이 발목잡고 있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9일 사설 <뭐든지 마음대로, 마치 민주당이 정권 잡은 듯>에서 "요즘 나라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두 달 전 대선에서 승리한 게 어느 쪽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라며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갔다.

조선일보는 "국회 임명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총리 후보자를 인질 삼아 자신들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을 낙마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중략)국민의 선택을 받은 새 정부가 내각 구성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라며 "국민은 두 달 전 윤석열 당선인을 선택해서 앞으로 5년간의 국정을 맡겼다.(중략)명백한 대선 불복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7일 사설 <총리 장관 없는 새 정부 출범 위기, 민주당의 대선 불복>에서도 "한동훈 후보자 등 민주당이 정치적 이유로 반대하는 일부 장관들을 사퇴시키기 위해 한덕수 후보자 인준안을 끝까지 인질로 이용할 것이라는 얘기"라며 "정파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정이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라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매일경제는 9일 사설에서 "국정방해 추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썼다. 매일경제는 "글로벌 경제위기 등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안고 출발하는 윤석열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런 식으론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이를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인준 표결을 차일피일 미루는 건 국정 방해 행위"라고 했다.

매일경제는 김앤장으로부터 거액의 고문료를 받아 온 한덕수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한 편의 코미디"라고 깎아 내리면서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와 총리 인준을 연계하는 정치 구태는 저열하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는 지난 6일 사설 <새 정부 총리 표결 않는 민주당, 직무유기 넘어 국회 파괴>에서 "한동훈 후보자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의 정황을 종합하면 굳이 부적격으로 판단할 만한 결정적인 것은 아직 없다"면서 "그런데 총리 임명동의와 연계해 낙마시키려는 것은 무책임하고 반민주적인 행태"라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새 정부의 정상 출범에 발목을 잡는 것은 사실상 대선 불복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며 "윤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금리·물가 인상에 대한 대책 마련, 취임식을 전후한 북한 핵실험 재개 조짐 등 안팎의 난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발목잡기는 대선 민의 불복과 반(反)국익적 행태"라고 썼다.

제20대 대통령 취임을 앞둔 8일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장식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중앙일보는 9일 사설에서 한동훈·정호영 후보자 비판에 나섰다. 중앙일보는 한 후보자에게 "딸 논문 작성에 케냐 출신 대필 작가의 도움이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이 또한 공정의 문제"라며 "더욱이 한 후보자는 조 전 장관 가족 수사를 했다. 자녀를 향한 검증을 불편해 하거나 반발하기보단 겸허한 자세로 충분히 설명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특히 "일부 보도에 대해 사법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의 형사 고소가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정호영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누차 지적하지만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원장·부원장으로 있으면서 자녀들을 같은 대학 의대 편입학 시험에 응시하도록 한 자체가 낯뜨거운 일이다. 엄청난 이해충돌"이라며 "국민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법은 없다'고 대충 뭉개고 넘길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중앙일보는 대통령실 인선을 포함한 윤 당선자의 새 정부 첫 인선에 대해 "‘아는 사람’ 위주로 하다 보니 내각도, 청와대도 치우쳤다. 지역별·성별·연령별로 고른 안배가 없었고, 특히 청와대에 검찰 출신들이 과도하게 포진한 것은 우려를 낳는다"며 "민주당에서 ‘검찰공화국’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윤 당선인이 빌미를 제공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같은 날 경향신문은 사설 <정호영 후보자 등 ‘문제 장관’ 임명 강행 안 된다>에서 "새 정부가 첫출발부터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당선인은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정 후보자에 대해 당장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선 과정에서 외쳐온 ‘공정’과 ‘상식’이라는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 지명 철회를 통해 협치의 돌파구를 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겨레는 사설 <‘변칙적 스펙쌓기’ 의혹에 당당한 한동훈식 공정·상식>에서 "한 후보자 딸의 스펙 쌓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녀의 입시 준비와 관련해 ‘부모 찬스’나 허위·과장 등 불공정한 방식이 동원됐는지 여부가 고위 공직자 검증의 한 기준이 됐기 때문"이라며 "가뜩이나 부모의 경제력과 인맥에 따라 학벌이 세습되는 구조에 많은 이들이 절망하는 현실에서 고위 공직자가 일부 계층의 변칙적인 입시 경로를 답습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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