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결국 이재명 안철수 두 대선 후보가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안랩을 해당 지역에 만들었다는 걸 근거로 경기 분당구 갑 지역구와의 인연을 강조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구 을 출마를 비난하고 있는데, 양쪽 모두 ‘연고’를 따지면 별로 명분이 안 서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명분도 없는 지역구에 왜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이재명 고문의 경우 지금까지 이 ‘답’은 개인의 정치 진로와 연관된 것으로 이해되었다. 당권 도전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거나 수사를 대비한 ‘갑옷’을 걸쳐야 한다는 식의 설명이다. 호사가들뿐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 소속된 인사들도 이런 설명을 공공연하게 했다.

안철수 위원장도 같은 처지다. 대선에서 단일화를 하고 공동정부를 구성한다는 약속까지 받아냈으나 지금까지의 분위기로 볼 때 ‘윤석열 정권’은 ‘공동정부’라는 표현과 맞지 않는 형태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을 한데다 앞으로의 국정에 안철수 위원장 개인의 의향이 충분히 반영될 걸로 기대할 수 있는 장면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궐선거 출마를 지원하고 원내진출 이후 당내 기반 확보에 조력하는 걸로 봉합하기로 한 거 아니냐는 게 여의도 이야기꾼들의 진단이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안철수 후보

그런데 이제 본인들이 직접 출마 선언도 한 만큼 이런 얘기들과는 다른 명분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두 사람 다 지방선거 승리를 언급하는 것은 그래서다. 뒤집어 말하면 양쪽 모두 당 차원에서의 지방선거 전략에 종속되는 형태가 아니면 두 사람의 출마는 정당화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전략’이란 무엇인지가 핵심인 거다.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얼마나 크게 이기느냐’,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얼마나 피해를 최소화 하느냐’의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2018년 지방선거 결과가 워낙 압도적으로 기울어졌던 탓이다. 영남이나 충청의 경우 탄핵과 ‘촛불정부’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생긴 ‘기울어진 운동장’의 파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되찾을 것이다. 역시 관건은 수도권인데, 이런 점에서 이재명 고문과 안철수 위원장의 출마는 ‘수도권 전략’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재명 고문이 출마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특히 수도권에서 ‘이재명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애초에 경기도는 이재명 고문의 영향력으로 치를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인천은 이재명 고문의 직접 출마로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했던 구도가 출렁일 것이다.

서울은 송영길 전 대표가 오세훈 시장을 얼마나 따라잡느냐가 관건이다. 송영길 전 대표는 자신이 이재명 고문에게 지역구를 양보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사실을 전면에 내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서울 선거를 ‘이재명 선거’로 만들더라도 송영길 전 대표가 오세훈 시장과의 격차를 뒤집는 것은 어렵다. 다만 광역, 기초의원과 구청장 후보들 입장에선 ‘송영길 선거’와 ‘이재명 선거’는 다를 수 있다. 결국은 그러한 차원에서의 효과를 노리겠다는 거다.

그런데 이러한 대선의 연장전과 같은 선거 구도는 ‘새 정부에 힘을 실어달라’는 걸 기본 전략으로 할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그리 나쁘지 않다. 어쨌건간에 대선에서 이긴 건 윤석열 당선인이고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자’란 당위도 상당 부분은 먹힐 게 분명하다.

그러나 여전히 위험 요소는 있는데 지방선거 직전까지도 논란일 집무실 이전과 인사 문제가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목을 파고 들게 분명하다. 따라서 국민의힘에 있어선 ‘맞춤형 공천’으로 이재명 고문을 인천 계양구 을에 묶어 놓고 ‘검수완박’ 등에 대한 피로감을 ‘민주당 심판론’으로 이어가면서 자신들의 약점을 덮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경기도는 이런 전략이 가장 작동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앞서 언급한 이재명 고문의 후광효과와 더불어민주당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 김동연 전 부총리의 색깔 때문이다. 김은혜 전 의원은 ‘이재명 저격수’로 최근 이름을 알렸지만 당선인 대변인 활동과 경선 과정의 논란 때문에 이제는 ‘윤심’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 되었다. 경기 분당구 갑에 안철수 위원장 출마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도 선거는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가 아니라 ‘이재명 대 윤석열 플러스 알파’ 구도가 필요한 것이다.

안철수 위원장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여기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플러스 알파’는 안철수 위원장의 출마만으로 충족되는 게 아니다. 유권자들이 ‘윤석열 정권’에 대해 우려하고 불안해하는 부분이 앞으로 해소될 거라는 전망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인사에 대한 입장이다. 국무위원 후보자는 물론 대통령실의 문제가 되는 인사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를 지금부터 내야 한다.

이런 역할은 이재명 고문에게 더 크게 요구된다. 이재명 고문은 대선 패배의 당사자이다. 대선을 왜 졌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자기 평가가 있어야 한다. 또 대선 패배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행보, 특히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검수완박’을 밀어 붙인 것에 대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 이를 근거로 이번 재보궐선거 출마를 통해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앞으로의 처방은 무엇인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만일 민감한 주제들에 대한 답이 ‘남탓’으로 귀결되면 ‘이재명의 민주당’일 수밖에 없는 더불어민주당의 향후 5년 전망은 어두울 것이다. 반면 문제의 원인을 자기 자신과 더불어민주당의 안에서 찾고 변화를 약속하며 그에 대한 구체적 전망을 내놓는 것에 성공한다면 5년 후 정권 탈환은 ‘가능한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즉 이재명 고문과 더불어민주당에게 있어 이번 선거는 패배한 대선을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되풀이하는 것이냐, 아니면 대선에서도 이기는 전략을 뒤늦게라도 선보이는 데 성공하느냐의 기로인 것이다. 답은 이미 나와 있고, 남는 것은 그걸 감당할 의지와 실력이 있느냐이다. 스스로 증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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