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9일)로 MBC노조와 KBS 새 노조가 '낙하산 사장 퇴진'을 내걸고 종결 투쟁에 돌입한 지 어느덧 81일, 45일째다. 당초, 4.11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국회가 구성되면 낙하산 사장 퇴진, 언론장악 청문회 등 파업 언론인들의 주장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새누리당 단독 과반'으로 총선 결과가 나오면서 총파업은 뚜렷한 해결책도 없이 장기화되고 있다.

▲ 3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문화마당에서 열린 '방송3사(MBC, KBS, YTN) 공동파업 집회'에서 MBC노조원들이 "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이런 가운데, MBC노조는 '방문진법 개정'으로 투쟁의 노선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MBC 대주주이자 사장 선임권한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의 여야 6대 3 구조를 청산함으로써 제2의 김재철 사장을 막겠다는 의미다.

정영하 MBC노조위원장은 17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 '김재철, 정말 너무합니다' 편에 출연해 "총선 전에 (언론이 장악된 현실을) 바꿔라. 그러면 (파업을 풀고) 올라가서 방송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를 거부한) 이 정권에는 더 이상 얘기할 가치가 없다"며 "19대 (국회) 전체가 이를 바꾸라는 것으로 투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정영하 위원장은 "8월 7일부터 새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가 시작되는데, 그 전에 (방문진법이) 바뀌어야 한다. 특정 정당이 과반을 점유하면 안 되고, 여야 합의로 넣을 수 있는 이사 수를 늘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하 위원장은 19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구체적 안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특정 정당이 방문진 이사 과반을 점유해 모든 것을 표결로 처리해 버리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칙"이라며 "이 원칙이 반영된다면, (방문진법 개정에 있어서) 다양한 방식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방문진법을 개정하려는 목적은 김재철 사장이 공영방송 MBC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했음을 법안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라며 "만약 여야가 (방문진법 개정에 대해) 선언적으로 합의를 하고,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파업을 풀지 않을 것이다. 여야가 김재철 사장의 거취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투쟁은 KBS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 KBS노동조합(위원장 최재훈)이 '사장과 이사진 선임개혁을 위한 방송법 개정'을 내걸고 총파업 투표를 진행한 결과, 18일 76.5%의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투쟁'이라는 공동의 구호 아래 MBC노조, KBS 기존 노조가 모이는 양상이다.

그러나 KBS노조의 지배구조 개선 투쟁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만만찮다. 낙하산 사장을 막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 투쟁에 나서면서도 정작 특보 출신의 김인규 사장에 대한 퇴진은 전면에 내걸지 못한 '반쪽짜리 투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유영주 언론연대 정책위원장은 "지배구조 개선은 낙하산 사장을 막자고 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현재의 낙하산인 김인규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한 투쟁에 힘을 모으는 게 우선 아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영하 위원장도 '반쪽 투쟁'이라는 비판과 관련해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지만 비난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KBS 기존 노조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해서 직접 몇 차례 만나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45일째 총파업을 진행 중인 KBS 새 노조의 경우, 19일 김인규 사장 자택을 찾아가 집회를 개최하는 등 법 개정 보다는 '김인규 퇴진투쟁'에 집중하고 있다.

새 노조 한 관계자는 "MBC노조는 탈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지배구조개선 투쟁에 힘을 싣는 것이지만, 기존 노조는 원래 싸울 생각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이 둘의 지배구조개선 투쟁은 좀 다르다고 본다"며 "MBC노조, KBS기존 노조가 지배구조개선 투쟁으로 옮겨가면서 우리만 홀로 낙하산 퇴진을 외치게 될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새노조의 다른 한 조합원은 "MBC노조와 비교하면 새 노조는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집행부 차원에서 출구 전략을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며 "그러나 당장의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마냥 파업을 끌고갈 수는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때문에 노조원 일부에서는 '재파업 결의 후 복귀'라는 출구전략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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