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중앙일보가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안정적 국정이양'을 위해 국회가 인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가 장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국회가 협조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 후보자는 무더기 자료제출 거부에 이은 부실 해명으로 검증회피 논란에 휩싸였다.

3일 중앙일보는 사설 <청문회서 제대로 검증하되 새 정부 출범 차질 없어야>에서 "이번 청문회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탁'(검수완박) 갈등 와중에 늑장 개최되고 있다"며 "과거 여야 대립 속에 총리 후보자 등에 대한 일부 인사청문회가 법정 시한을 넘겼던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썼다.

2일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앤장 고액 보수 및 회전문 인사 논란에 대한 의원질의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일보는 "특히 민주당이 한 총리 후보자와 자신들이 '낙마 3인방'으로 꼽은 한동훈 법무부, 정호영·김인철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헌법상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새 정부 장관 임명에도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윤 당선인의 취임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자칫 새 정부가 내각도 제대로 꾸리지 못한 채 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장관이 공석이 될 경우 새 정부가 이전 정부 장관들과 '불편한 동거'를 하는 일까지 벌어질 수 있다. 민주당은 청문회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해 정권 교체기에도 국정에 흔들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과 국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인준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반면 장관은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청문 절차만 거치면 국회 동의 없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다만 장관 임명은 국무총리 제청이 필요하다. 김부겸 현 국무총리의 제청권 행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 첫 장관들을 임명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중앙일보 주장이다.

그러나 상당수 주요 언론의 평가에 비춰보면 중앙일보의 사설은 선후관계가 뒤바뀐 '한덕수 감싸기'로 보일 소지가 있다. 한 후보자는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사실상 거부해 검증회피 논란을 빚고 있다. 2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대해 별다른 근거 없이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기초적인 의혹도 해소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앙일보 5월 3일 사설 <청문회서 제대로 검증하되 새 정부 출범 차질 없어야>

한 후보자는 ▲'김앤장 회전문-고액보수' 논란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매각 연루 의혹 ▲배우자 그림 고가 판매 의혹 ▲외국기업 자택 임대 이해충돌 논란 등이 불거진 상태다. 2일 발표된 TBS-KSOI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 후보자 인준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6.8%, 반대한다는 응답은 46.0%로 집계됐다. 지난달 11일 여론조사 대비 부정 응답이 10%p 이상 증가한 결과다.(4월 29~30일 성인남녀 1012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겨레는 3일 사설 <청문회 첫날부터 잇단 ‘자료 부실제출’, 검증 회피다>에서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서도 자료 제출은 최소한의 요건이다. 구체적인 의혹에 대한 자료 요구를 '개인정보' '비밀정보'라는 이유로 무더기로 거부하는 행태는 검증을 회피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한 후보자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액보수를 받고 고문으로 활동해 논란을 빚으면서도 김앤장 활동내역은 A4 한장 반짜리 자료 외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20억원을 받고 김앤장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는 국민들의 '상식적인 의혹'을 풀어주겠다는 의지가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또 한 후보자는 통상산업부 고위직 시절 미국 통신대기업 AT&T와 모빌오일 코리아로부터 주택 임대료 6억 2천만원을 받은 사실과 관련한 월세소득 정보, 배우자의 그림이 누구에게 팔렸는지 확인하기 위한 계좌현황 등을 모두 개인정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개인의 권리라고는 하나 고위공직자가 되겠다고 나선 인물들이 '개인정보 제공 거부'를 남발하는 것은 청문회를 무력화시키는 행태"라며 "기초적인 의혹조차 풀지 못한 이들을 총리, 장관으로 존중할 국민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같은 날 한국일보는 사설 <고액보수·회전문 인사 표적 된 한덕수 청문회>에서 "문제는 영업비밀이라면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밝히지 않아 전관예우 의심이 농후한데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를 후보자 스스로 막았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자료를 내기 어렵다면 가능한 범위에서 구두로라도 설명하는 것이 맞다. 법률회사가 수임한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전직 관료를 채용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면서 "그만한 경력으로 멈췄으면 다행이었을 인사가 다시 총리로 오는 구도는 더 심각하다. (중략)공직사회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후보자는 유념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사설 <“전관예우 끝판왕” 지적 한덕수, 국민 눈높이서 평가해야>에서 "국민의힘 엄호 속에 이해충돌 의혹을 내내 부인한 청문회"라고 총평했다. 경향신문은 "위공직자 전관예우 및 과도한 보수를 막는 ‘한덕수 방지법’을 만들겠다는 민주당 주장을 가볍게 볼 처지가 아니다"라며 "이틀간 열리는 총리 청문회 첫날은 도덕성 시비로 덮였다. (중략) 한 후보자는 명확한 자료·근거를 내놔 의혹 해소에 주력하고, 여야는 국민의 눈높이로 청문보고서 채택과 인준 잣대를 삼기 바란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사설 <의혹 넘치는데 역량·도덕성 검증 모두 부실한 맹탕 청문회>에서 "검증의 창은 무뎠고 후보자들은 진정성 있는 해명보다 자기합리화에 바빴다"며 "마구잡이식 발목 잡기는 경계하되 국민 눈높이에서 부적격자를 걸러내야 한다. 엄격한 통과의례를 거치는 게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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