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국회 경호과와 경찰이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장 등에 철거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법 제정까지 농성장을 떠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일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저희 국회 앞 농성장이 두 곳이다. 단식자들이 있는 커다란 천막 쪽은 국회 땅이라 국회 경호과에서 9일까지 철거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왔다"며 "그 앞에 연대자들이 모이는 작은 텐트는 공공부지다. 경찰에서 6일까지 철거해달라고 요청이 왔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국회와 경찰의 자진철거 요청 사유를 묻는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때문이다. 취임식을 앞두고 정리하기로 해서 다른 농성장에도 전부 철거 요청을 했다고 얘기했다"며 "보안상의 이유로 보인다. 우리는 법 제정까지 우리 발로 못 나간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진성준·박주민·강민정·고민정·권인숙·양이원영·윤영덕·이동주·이수진(비례)·이용빈·이탄희·최혜영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에 평등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대한 신속하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공청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금 당장 나서달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 국회 앞에는 평등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목숨을 걸고 단식하는 국민이 계신다.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평등법 공청회 계획서는 공청회 일정과 진술인을 국민의힘과 합의해 정하기 위해 공란으로 남겨두었다. 그러나 이후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법사위는 평등법 공청회 실시를 위한 계획서를 채택했다. 국회 입법 절차의 일환으로 차별금지법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노무현 정부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발의한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21대 국회 들어 정의당 장혜영 의원, 민주당 권인숙·박주민·이상민 의원 등이 총 4건의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를 통해 10만 명의 동의를 얻은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이 법사위로 회부됐지만 국회는 한 차례도 법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20대 대선 종료 이후 민주당에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고, 시민사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목소리가 모이면서 기류가 변했다. 이종걸 공동대표와 미류 집행위원은 지난달 11일 국회 앞에서 텐트를 치고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국회 정기회 100일 동안 부산에서 서울까지의 도보행진, 30km 오체투지와 1인 시위, 각계각층의 릴레이 기자회견과 성명 발표, 국회 앞 24시간 농성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사회 각계 인사 800여 명이 참여한 시민사회 '비상시국선언'이 국회에서 열렸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향해 "3월 제게 같이 공동 비대위원장을 해서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자고 했다"며 "그때 그 말씀을 듣고 이 자리에 왔다. 이제 약속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평등법 제정에 서로 다른 의견이 있으면 공청회와 법안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하면 된다. 필요하면 인원, 시간을 제한하지 말고 밤샘 토론을 하면 된다"며 "지금처럼 대화와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입법기관으로서 무책임한 일이며 직무유기다. 국민의힘이 날짜 협의조차 하지 않는다면 과연 국민이 이를 용납할 수 있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인권과 민주주의가 더 이상 퇴보하지 않도록, 그 고리를 끊기 위해 더 많은 국민이 평등법 제정에 손을 들어주고 계신다"면서 "정쟁을 뒤로 하고 5월 국회에서 신속하게 평등법 제정 공청회를 개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입법논의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국민의힘에 재차 요구했다.
차별금지법 찬성 여론은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2020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5%는 차별금지와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1대 국회, 국민이 바라는 성평등입법과제'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87.7%가 "성별, 장애, 인종, 성적지향 등 다양한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5월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8명(81%)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해고' 조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지난해 11월 한겨레가 발표한 '대선 D-100'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찬성(71.2%)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의 84.6%,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의 62%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27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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