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당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일 전체회의를 열고 박보균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한 시간가량 박 후보자의 자료 부실제출 문제를 지적했다. 박정 민주당 간사는 “박 후보자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청문회가 연기되기도 했는데,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박 후보자는 자료제출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인사청문회를 경시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인사청문회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KBS 인사청문회 중계화면 갈무리)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자료를 못 낼 거면 장관을 하면 안 된다”며 “청문회를 하고 싶어도 자료가 와야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자료를 주지 않는다면 오늘(2일) 인사청문회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정 의원은 박보균 후보자에게 장녀 결혼식 비용 자료, 장녀·차녀 입사자료, 외화 송금 내역, 특임교수 관련 자료 등을 요구했으나 받지 못했다. 박 후보자 장녀는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결혼했다. 웨스틴조선은 박 후보자가 사외이사로 재직한 신세계인터네셔날이 운영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언론 관련 질의서를 보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박보균 후보자는 ‘언론자유를 가장 잘 보장한 정부는 어디였는가’라는 질문에 “언론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박 후보자는 ‘언론 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하는 것에 대한 해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언론이 책임감과 균형감각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하나 마나 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이런 인사청문회는 처음”이라며 “어려운 자료도 아닌데, 제출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답변도 무성의한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 중 박보균 후보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제출자료가 부실하니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 같다’는 오해가 생긴다”며 “박양우·황희 문체부 장관이 제출한 출입국기록도 제출 거부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박보균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거들었다. 김승수 국민의힘 간사는 “여야가 바뀐 게 실감된다”며 “지난 황희 장관 청문회 때 국민의힘이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나 황 장관은 제출하지 않았다. 청문회에 불필요한 자료도 많다”도 말했다. 이용 의원은 “황희 장관도 자료제출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며 “자료제출이 미비하더라도 우선 (박 후보자) 의견 청취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이채익 문체위원장은 박보균 후보자에게 “오후 일정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박 후보자는 “물리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빨리 자료를 내겠다”고 밝혔다.

박보균 후보자는 인사말에서 중앙일보 재직 시절 해외문화 관련 취재 경험을 내세웠다. 박 후보자는 “해외 취재에 나설 때마다 문화예술 현장에 있었다”며 “기자 시절 미국 워싱턴에 있는 대한제국 공사관을 조명했고, 편집국장 시절엔 문화·예술·스포츠 관련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기자 시절 늘 현장주의를 강조했는데, 장관이 된다면 현장과 소통해 공감대를 넓혀 나가겠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MBC <[단독] "일본, 아시아 지배해봐서 준법정신이‥" 박보균의 친일 역사관> 방송화면 갈무리

민주당, 칼럼 편향성-역사관 문제 지적…국민의힘 '적극 옹호'

민주당은 박보균 후보자가 작성한 칼럼 편향성, 역사관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박 후보자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 작성한 칼럼에서 일본인들의 침착한 대응을 칭찬하고, 한국을 두고 “호들갑에 익숙하다, 남 탓하기와 떼 법의 싸구려 사회풍토가 득세했다”고 썼다. 또한 박 후보자는 2014년 한림대학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일본도 아시아를 지배해봤기 때문에 준법정신이 좋다. 세계를 경영해본 습관”이라고 말했다.

유정주 의원은 “한국은 모멸차게 비판하고, 일본은 경이롭게 표현했다”며 “한국을 경멸적 시선으로 본 것 아닌가”라고 했다. 전용기 의원은 박보균 후보자가 2013년 일왕 생일파티에 참석한 것을 지적했다.

박보균 후보자는 “일왕 생일파티 초청장을 받지 않았다”며 “일본 역사 왜곡의 뿌리와 근원을 찾기 위해 취재 목적으로 갔다. 기자 정신에 충실했기 때문에 간 것인데 초대장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 뭐가 중요한가”라고 답했다. 또한 박 후보자는 일본 관련 칼럼에 대해 “친일과 반일을 뛰어넘어 일본을 잘 알고 극복하자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은 박보균 후보자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칼럼을 작성한 점을 문제로 꼽았다. 박 후보자는 2019년 칼럼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평생 의리를 중시했다. 전두환식 리더십의 바탕은 의리”라고 썼다. 임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저지른 학살이 의리의 결과물인가. 사과할 생각은 없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박보균 후보자는 “일부만 보지 말고 전체를 봐야 한다”며 “칼럼을 (읽은 사람이) 잘못 이해한 것인데, 사과할 이유는 없다. 해당 칼럼을 통해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부부 동반으로 초청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합의 정치’를 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박보균 후보자를 옹호하고 나섰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위안부 문제를 최초로 규명한 나라가 일본 아닌가”라면서 “일본 학자가 위안부 문제를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했다. 윤 의원은 “일왕 생일파티에 간 것은 취재차 간 것”이라며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을 해부하는 대기자가 현장에 갈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박보균 후보자는 미국 공사관을 복원하는 데 역할을 했다”며 “그 누구도 공사관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박 후보자는 전통과 문화를 살려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원했던 ‘문화대국’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를 이루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증인으로 채택된 장충기 전 삼성그룹 사장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장 전 사장은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 삼성 관련 재판에 출석해야 해 청문회에 참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