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 투하츠 9회는 선왕의 죽음이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한 시해라는 사실로 한 발 다가섰다. 다만 문제라면 국내에서 중대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배후나 진범으로 지목되는 북한으로 잘못 짚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클럽엠 김봉구가 파놓은 어설픈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김봉구는 왕실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은 동시에 선왕이 서거한 별장주변을 추모공원으로 조성하는 비용까지 내놓았다. 그것은 물론 왕실과 행정부를 클럽엠이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빠지도록 유인하는 미끼였다.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세 개의 비닐봉지에서 목탄과 북한 전용 휴대폰이 발견됐다. 겉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 휴대폰의 핵심부품은 세계적으로 단 두 나라만 가능한데, 그 중 하나가 북한인 것이다.

사실 리얼리티를 따진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상에 국왕이라는 주요 인사를 시해하고 증거를 굳이 주변에다가 파묻고 도망칠 멍청한 범인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무도 그 개연성에 의심을 품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을 지목하는 휴대폰이라는 대단히 불충분한 증거만으로 세상은 북한을 범인으로 결정하고 만다.

분단 상황에서 한번 의심을 받고나면 이후 어떤 증거로도 뒤집기 어려운 것이 북한배후설이라는 것을 더킹은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이런 걸 블랙코미디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허구의 드라마라서 가능한 일일까? 분단 후 수십 년을 남북한이 모두 이런 코미디를 하고 살았다는 것은 한국사의 불편한 진실일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북한 측에서 나서서 비공개로 결정적 증거를 내놓았다. 자기들이 개발에 성공했다던 부품이 사실은 거짓이라는 것을 털어놓은 것이다. 결국 북한은 범인도 아니고, 범인일 수도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다만 이것을 공개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벌려놓은 일이 있으니 누군가는 정치적 무대에 올라 쇼를 해야만 했다. 남한 국정조사위가 선택한 희생양은 물론 김항아였다. 그런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그것도 공개된 청문회에 서야 하는 김항아에게는 정말 두렵고 피하고픈 일이었다. 이재하에게도 그 일은 차마 할 수 없는 일이다. 왕을 떠나서 남자로서 더 그렇다.

그런 둘 사이를 교묘히 이용한 것은 비서실장 은규태였다. 항아에게는 진정성을 확인하고 싶다는 말로 움직였고, 재하에게는 항아의 자발적인 결심이었다고 전함으로써 해결했다. 하필 종묘제례까지 겹쳐서 숨 쉴 틈도 없이 바쁜 왕실의 상황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선왕의 사건에 이어 이번 일도 은실장을 악인으로 보이게는 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자리에 누가 있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다.

다만 거짓을 동원했다는 방법이 문제인 것이다. 은실장의 거짓말로 인해 정치적 국면은 해결해나갈 수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왕과 왕비 될 두 사람의 마음은 심각하게 다치고 말았다. 처음 청문회에 나갈 때만 해도 두 사람은 와인을 나누며 진심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항아는 스스로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공화국을 위해서도 있겠지만 사랑하는 재하의 마음을 편케 해주고 싶은 여자의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그런 항아에게 재하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직접 죽이고 싶도록 믿는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은 한참 뒤로 거슬러 올라가 북한에서 훈련 중에 벌어진 총격사건에 대한 변명도 담겨져 있었다. 그만큼 믿었다는 늦은 고백이기도 했다. 이때 두 사람의 눈빛에 담긴 의미는 사랑뿐 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두 번째 공개청문회가 끝나고 돌아온 후 두 사람의 만남을 막은 은실장의 알 수 없는 태도로 인해 큰 오해가 생기고 말았다. 청문회를 마치고 돌아와 항아는 재하부터 찾았으나 은실장은 자리에 없다는 말을 했다. 물론 아주 거짓은 아니었다. 재하는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수상을 만나 선왕 시해에 북한이 무관하다는 발표를 하도록 협박하느라 바쁘긴 했다. 그렇지만 재하는 시간에 맞춰 왕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은실장은 항아가 피곤할 거라며 만남을 방해했다.

그날 밤 항아는 악몽에 시달린다. 다정했던 재하가 갑자기 방문을 나서면서 자기에게 총을 쏘는 장면에서 잠에서 깬다. 그리고 휴대폰을 확인해봤지만 재하로부터 도착한 어떤 문자도 없었다. 아무리 남자 열도 당해내지 못할 특수부대 군관이라 할지라도 항아는 그 상황은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여자일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재하는 직접 아침까지 들고 항아를 찾았으나 상처받은 항아로 인해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해서는 안 될 독설을 쏟아붓게 된다. 항아는 재하에게 쓰레기라는 말을, 재하는 항아에게 북한년이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당장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소리를 지르고 방을 나섰다. 이게 모두 은 실장 때문이다. 아니 더 진짜 사실은 분단이라는 불신의 장벽 때문이다.

은 실장은 도대체 왜 이 두 사람을 이리도 모질게 괴롭히는 것일까? 그 이유와 반전은 좀 더 기다려야 밝혀지겠지만 당장은 김봉구보다 더 미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재하와 항아에게 참 다행한 것은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항아를 식구로, 절대로 버리지 않을 식구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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