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선발 김광삼의 호투와 4번 타자 정성훈의 결승 홈런에 힘입어 한화에 6:1로 역전승했습니다. 우규민은 경찰청 제대 이후 첫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김광삼은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5이닝 1실점으로 세 번의 위기에서 실점을 최소화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4월 12일 잠실 롯데전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던 것까지 감안하면 2경기 11이닝에서 1점만 내주는 호투로 실질적인 제2선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옥에 티는 역시 김광삼의 약점인 제구력이었습니다. 김광삼은 4개의 볼넷을 내줬는데 그 중 3개가 1회말에 집중되며 유일한 실점과 연결되었습니다. 1회말 선두 타자 강동우에게 볼넷을 내준 이후 2사 만루에서 최진행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것입니다. 최근 최진행이 타격감이 좋지 않아 방망이를 선뜻 내지 못해 타순이 내려간 것을 감안하면 2B 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유인구 볼보다는 과감히 스트라이크로 승부했어야 합니다. 즉 방망이에 맞혀 범타로 유도하거나 볼로 헛스윙을 노리기보다 스트라이크로 삼진을 노리는 편이 나았다는 것입니다. 김광삼이 스트라이크를 던졌어도 최진행은 서서 삼진을 당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 7회초 주자 2루에서 LG 정성훈이 박찬호로부터 2점 홈런을 친 후 베이스를 돌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성훈은 4번 타자답게 7회초 좌중월 역전 2점 홈런으로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한화 선발 박찬호에게 국내 무대 첫 피홈런, 첫 패전을 안기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어제 경기 9회말 1사 만루의 역전 기회에서의 병살타와 오늘 경기 앞선 두 타석 삼진의 부진을 일거에 씻어내는 시원한 한 방이었습니다.

7회초 1사 1루에서 서동욱의 기습 번트 안타는 박찬호의 강판 뒤 분위기가 가라앉은 한화 내야진의 실책까지 유도해 대타 최동수의 2타점 적시타까지 다리를 놓으며 7회초를 빅 이닝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했습니다. 어제 9회초 1사 1, 2루 상황에서 이진영의 안타에 2루에서 홈 쇄도를 하지 못해 결국 팀을 패배로 몰아넣은 주루 실수를 만회했습니다.

6회초부터 LG는 우규민을 비롯한 불펜진을 가동시키며 한화 타선을 4이닝 동안 꽁꽁 묶었는데 무실점을 한 것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고의사구 1개를 제외하면 5명의 불펜 투수가 단 1개의 사사구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훌륭했습니다.

아쉬운 점을 지적하면 8회초 이진영이 주루 실수 2개를 연속적으로 범한 것입니다. 1사 후 중전 안타로 출루한 이진영은 도루를 성공시켜 2루에 안착했으나 이후 정성훈의 좌전 안타에 3루에 가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정성훈의 3유간 타구를 유격수 이대수가 포구하면 3루로 향하다 주루사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타구가 깊었기에 설령 포구한다 해도 이대수가 3루에 송구할 확률은 낮았습니다. 안타에도 불구하고 진루하지 못한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이진영은 뒤이은 작은 이병규의 타석에서 초구에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슬라이딩도 해보지 못하고 넉넉하게 아웃되었습니다. 안타에 가지 못한 3루를 도루로 가겠다는 의도였는데 실수를 단번에 만회하기 위해 곧바로 무리한 플레이를 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점을 경험이 풍부한 이진영이 몰랐을 리 없습니다. 이틀 연속 장타와 3안타로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은 다행스럽지만 2번의 주루 실수는 아쉽습니다.

이대형이 과연 1번 타자로 적합한지도 고민해야 할 듯합니다. 1번 타자 이대형은 이틀 연속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도합 8타수 무안타에 볼넷 1개만을 얻었을 뿐입니다. 2번 타자로 출장한 박용택 역시 오늘은 5타수 1안타에 그쳤습니다. 이병규의 이탈로 이대형보다는 상대적으로 정교한 박용택을 중심 타선 가까이 배치하려는 의도로 이대형을 1번, 박용택을 2번으로 출장시킨 것으로 보이는데 김기태 감독이 개막 이전에 공언했듯이 박용택이 1번 타자로 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 7회초 한화 선발 박찬호가 LG 정성훈에게 홈런으로 실점한 뒤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박찬호는 2경기 연속 6회까지는 호투했지만 투구 수 80개가 넘어가며 힘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국내 무대에서도 상당히 노출된 만큼 앞으로 이른 이닝에서도 실점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나이를 감안하면 투구 수를 늘리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불펜진이 강하지 않은 한화의 입장에서는 박찬호가 5이닝 정도만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 역할에 머무르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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