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부터 이어 온 지역 순회가 '선거용 행보' 아니냐는 언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윤 당선자가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를 져버리고 취임 직전까지 지역 투어를 다니는 것은 문제적 행보라는 얘기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윤 당선자의 당선사례를 빙자한 지역투어는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며 "'당선 후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지킨다'는 명목이지만 6·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전국을 도는 모습이 '민생행보'로만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신 대변인은 "당선자 신분이라 당장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당선자의 모든 활동은 국고로 지원된다"며 "대통령에게 엄정하게 요구되는 선거 중립 의무에서 자신은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당선자는 답변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반박 논평을 내어 "민주당의 내로남불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억지 네거티브"라고 날을 세웠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야말로 대선을 고작 13일 남겨둔 시점에 군산조선소를 방문했다. 참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민주당"이라며 "지역 민심 청취가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현안을 보고받는 것이 선거 개입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 12일 대구 중구 동성로를 방문,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어퍼컷 세리머니'로 인사하는 모습 (사진=인수위 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 당선자는 지난달부터 대구·경북(4월 11~12일), 전북(4월 20일), 전남(4월 21일), 부산·울산·경남(4월 21~22일), 경기(4월 25일), 인천(4월 26일), 대전·충북(4월 28~29일) 등 전국 주요 권역을 두루 방문하고 있다. 오늘(2일)은 일산·안양·수원·용인 등 경기지역 4개 도시를 찾는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윤 당선자가 한 달 가까이 지역 순회에 '올인'하면서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윤 당선자가 지역 순회 과정에서 보인 '언행'은 선거 개입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는 지역 순회 시작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 "면목 없다"고 고개를 숙이고, 박근혜 정부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꺼내 보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유영하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아 정치 관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동아일보는 관련 사설에서 "6월 지방선거를 50일 정도 앞둔 시점에서 당선인 신분으로 지역 순회를 하는 것을 두고 선거용 행보 아니냐는 논란을 사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윤 당선자의 선거용 언행은 이어졌다. 그는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를 곁에 세워두고 "충청의 아들" "저희 집안이 400년 이상 충청에서 뿌리내린 집안" 등의 발언을 했다. 청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윤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청주시민과 충북도민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하나하나 반드시 잘 지키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인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와 동행하며 공약 추진현황 등을 점검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참석한 '부산 엑스포 유치기원 대회' 현장에서는 "(새 정부)출범 뒤에도 산업부·외교부·부산시에서 총력 대응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밀겠다"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윤 당선자의 지역 순회 행보는 '노골적인 선거지원 유세'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윤 당선자의 내각 인선이 각종 특혜 의혹에 휩싸이는 등 새 정부 출범 준비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언론에서 함께 거론되고 있다. '지금이 그럴 때냐'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 29일 충북 청주시 육거리 시장을 방문, 시민들에게 '어퍼컷 세리머니'로 인사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한겨레는 사설 < ‘당선사례’ 빙자한 윤 당선자의 지방선거 지원>에서 "지방선거를 앞둔 예민한 시점에 지원유세 같은 일정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을 순수한 ‘당선사례’라 보기 어렵다"며 "선거가 끝나고 한달이 훌쩍 넘어 당선사례를 하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과거 대통령 당선자 중에선 전례를 찾기 어렵다. 가는 곳마다 자기 당 후보를 대동하는 것은 의심을 키우키에 충분하다"며 "자칫 법에 저촉될 소지도 있다"고 썼다.

이어 한겨레는 "무엇보다 윤 당선자의 처지가 지금 당선사례를 하고 다닐 때는 아닐 것이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선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45%)가 긍정 평가(42%)를 앞섰다"며 "'찬스 내각'이라 불릴 정도로 내각 인선이 난맥상을 드러내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 추진 과정에서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며 자초한 결과"라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29일 사설 <지역 돌며 후보 만나는 윤 당선인, 선거중립은 생각 않나>에서 "윤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선거중립 위반 소지가 있는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렇게 노골적 행보를 하면서도 '당선사례'라는 말을 믿으라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경향신문은 "윤 당선인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은 좋지 않다. 능력 위주로 뽑았다는 장관 후보자들은 각종 찬스·특혜 의혹에 휘말렸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물가는 치솟고,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2일 사설 <취임 코앞인데 지방 투어, 선거용 의심받을 만>에서 "새 정부 출범부터 난관이 많고 취임하자마자 해결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는데 당선인이 지방선거에 매진할 때인가"라며 "법규상 공백은 있지만 당선인 또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선거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국민의힘은 지역민에 당선 인사를 하고 지역 현안을 살피기 위한 방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선거가 끝난 지 두 달이 돼 가는 지금까지 당선 사례라니 납득하기 어렵다"며 "윤 당선인은 지방선거가 아닌 국정 준비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일보는 "당장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파행 끝에 미뤄지고 민주당은 낙마 대상으로 꼽고 있어 총리가 제때 장관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부터 불투명하다"며 "인수위는 소상공인 차등 보상안을 발표했다가 '공약 파기' 반발에 부딪혀 번복했는데 이제 재원 확보를 위한 추경 편성과 국회 통과가 난제로 떠오를 것이다. 취임 열흘 뒤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 준비만으로도 분초를 다퉈야 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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