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전 자격논란이 제기된 새누리당 후보들에 침묵해온 보수 언론들이 총선 이후에야 '단독보도'까지 하면서 새누리당 후보들의 저격수로 나섰다.

▲ 김형태 당선자 목소리 분석 보도를 한 17일 < TV 조선 뉴스 > 방송화면 캡쳐

문대성 새누리당 당선자의 논문 표절 논란은 3월 26일 불거졌으며, 김형태 당선자는 4월 8일 제수인 최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

그러나 보수언론, 방송사들이 이 같은 의혹을 다룬 것은 '김용민 막말 논란'이 등장하면서부터다.

방송사들은 문대성 당선자의 논문표절이 제기 되었음에도 관련보도를 하지 않았으나 4월 4일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 논란이 일자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논문 표절 의혹을 김용민 막말 논란과 함께 보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김형태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도 피해자인 최씨가 기자회견에서 음성파일까지 공개하는 등 구체적 증거까지 내놓았으나 메인뉴스에서 전혀 다루지 않았다.

KBS 새 노조는 18일자 파업특보에서 KBS의 총선보도에 대해 “<KBS 뉴스9>에서 김용민 후보에 막말 내용은 한 문장 한 문장 친절하게 다 소개됐지만 문대성 후보의 경우 어떤 논문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소개되지 않았다”며 '편파의 종결자'라고 평했다.

또 김형태 당선자에 대해서는 “8일 공개된 김형태(사진) 새누리당 후보 지금은 당선인의 제수 성추행 의혹은 <KBS 뉴스9>에 소개되지 않았으며 기자회견 다음날 포항방송국에서 2줄짜리 단신으로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보수 신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총선 전날인 10일 '대구ㆍ경북 지역' 면에서 김형태 의혹을 다뤘으며, 중앙일보는 총선 당일인 22면 하단에서 간략히 언급했다. 동아일보는 총선 당일까지 김형태 의혹을 아예 다루지 않았다. 문대성 의혹의 경우에도, 조중동은 지면 하단에 간략하게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동아일보는 13일 3면에 <“문제 당선자 출당”… 총선 승리 하루만에 대선 향한 쇄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16일 예정된 회의에서 성추문 파문이 있었던 분, 논문 표절 관련 문제가 있었던 분에 대해 엄격한 대응을 주문할 것”이라고 밝힌 내용을 인용한 기사였다. <조선일보>는 17일자 4면에서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에게 제기된 의혹을 상세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김형태 의혹에 대한 결정적인 '한 방'은 조선일보의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에서 나왔다. TV조선은 17일 메인뉴스에서 “숭실대 배명진 교수에게 김형태 당선자의 성추행을 했던 최씨가 공개한 음성파일을 의뢰한 결과 김형태 당선자와 92~94% 일치해 동일 인물로 볼 수 있다”고 보도했으며, 다음날인 18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다루며 탈당 수순으로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TV조선의 이 같은 보도가 나간 다음날(18일) 김형태 당선자는 18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새누리당 탈당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보수 언론들의 보도는 총선 전에는 관련 보도를 누락해 총선에 유리한 영향을 주고, 대선 정국으로 가는 길에는 방해가 될 사안들을 미리 정리해 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7일 문대성 논문 표절 관련 기사를 쓴 동아일보의 기자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전엔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취재도 미처 이루어지지 않아 (그동안) 보도를 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수언론들의 의도를 잘 보여주는 '고백'과도 같은 발언은 아닐까? 뒤늦은 단독, 집중 보도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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