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듣다보면 빡이치고(화가 난다) 보다보면 목이 막히는데 사이다가 없어! 본격 고구마 섭취방송” “나느으으으으은 기레기가, 싫어요오오오오오!!”

공영방송 KBS 기자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의 오프닝이다. 이들이 내세운 슬로건은 ‘4차 언론 혁명을 꿈꾸는 기자들’이다. <댓읽기>는 1차 언론혁명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 2차는 신문과 방송, 3차는 인터넷 댓글과 같은 시민의 언론 참여, 4차는 이에 대응하는 언론과 시민의 양방향 소통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자사 보도에 대한 비판은 물론 정치계로 간 동료·선배에 대해 가차 없이 비판한다. 한때 인터넷에서 ‘KBS 뼈 때리는 KBS 기자’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당연히 내부 시선은 곱지 않아 금방 폐지될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댓읽기>는 곧 5년째를 바라보고 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도 23만 명이 넘는다. <댓읽기> 5년을 갈무리하는 책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기레기가 싫다’고 외쳤던 이들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외람이(외람된 기자들)’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미디어스는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의 진행자 김기화, 정연욱 기자와 만나 ‘외람이’가 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또 <댓읽기>가 추구하는 저널리즘은 무엇인지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댓읽기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부탁한다

김기화 기자 :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은 KBS 기사에 달린 댓글을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 물어보고 댓글에 대한 반응, 기사에 대한 추가 해설 등을 직접 들어보는 유튜브 플랫폼이다.

그동안 기자가 일방적으로 기사를 내는 것이 다였다면 <댓읽기>는 기자가 직접 기사의 댓글 등을 통해 담긴 시민의 의견이나 비판 응원 등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기사로 인해 기자나 독자 모두 오해가 생길 수 있고, 기사에 부족한 면이 있으면 반성이나 기사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2018년 8월 27일에 시작했으니 4년 정도 했다. 지금 구독자가 23만명 정도인데 사안에 따라 조회수가 많이 나올 때도 있고, 적게 나올 때도 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꾸준히 사랑해 주셔서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방송 기자가 언론 보도에 관한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것은 처음 같은데 계기는 무엇인가

김기화 기자 : 기획 당시에는 팟캐스트의 영향력이 큰 시절이었다. 처음에 의기투합한 기자들끼리 팟캐스트를 제작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디지털뉴스부 팀장으로 있는 위재천 기자가 기록 차원으로라도 유튜브에 업로드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시작하게 됐다.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나?

김기화 기자 : 화요일이 <댓읽기> 녹화날이다. 최대한 시의성 있는 기사를 아이템으로 다루려고 하기 때문에 월요일에 출연할 기자를 섭외한다. 그리고 화요일 낮에 원고 회의를 하고 저녁 8시나 9시 쯤에 녹화를 한다. 그리고 수요일에 편집하고 그날 1부를 올린다. 2부는 목요일에 올린다.

아이템은 어떻게 찾나?

김기화 기자 : 아이템의 경우 전주의 KBS 기사 중에 제일 재밌는 거, 댓글 반응이 많은 거,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을 중점으로 찾는다. 무엇보다 출연해 줄 수 있는 기자가 중요하다. 취재기자를 섭외해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나와 달라고 해도 싫다는 사람이 꽤 된다.

정연욱 기자 : 취재원에게 거절당하면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는데 같은 동료에게 거절 당하면 상처받는다. 김 기자가 섭외를 거의 전담하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자사 보도를 비평하는 프로그램인데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김기화 기자 : 내부 분위기는 반반인 것 같다. 4년 동안 방송하면서 <댓읽기>를 싫어했다가 좋아하게 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싫어하는 사람은 쭉 싫어하는 것 같고, 처음부터 좋아했던 사람은 꾸준히 좋아하는 것 같다.

정연욱 기자 : 세 부류가 있는 것 같다. KBS 기자들 중 KBS의 보도국 메시지는 KBS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된다. 이를테면 KBS의 뉴스와 논조가 유튜브라는 채널을 통해서 나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예상보다 많았다. 그런 분들은 주로 의사결정 과정에 있다.

반면 미디어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에 KBS 내에서도 ‘회사의 지원없이 유튜브 방송을 하는 게 대단한 시도 아니냐’며 적극적으로 협력하자는 분들도 있다. 싫어하는 분들과 좋아하는 분들 사이에서 흐름을 보며 <댓읽기> 섭외가 들어오면 출연은 하지만 꾸준히 지켜보지는 않는 분도 있다.

최근 자사 보도에 대한 비판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기화 기자 : 줄타기를 해가며 최대한 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느끼기에 시원하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KBS 보도에서 비판받을 지점이 있으면 얘기하고 있다. 비판 지점에 대한 티라도 내는 정도가 <댓읽기>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원하게 말도 못 할 거면 그냥 문 닫아라’라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고, ‘이렇게라도 얘기해 주는 게 어디냐’는 분들도 있다. 그러면 늘 이렇게 대답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다' 그래서 늘 살아남는 데 일단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는 것 같다.

KBS의 어떤 분들한테는 <댓읽기>가 목에 가시가 걸린 것 같이 불편한데 뽑자니 반발이 있을 것 같고, 그냥 냅두자니 껄끄럽고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언론사 안에 그런 존재가 있는 것이 건강한 것 같다. 예를 들어 KBS의 누가 어떤 보도를 할 때 ‘아, 이거 또 댓읽기에서 뭐라 하는 거 아니야’ 같은 약간의 짜증이 오히려 KBS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생각이다. 회사 내에서 이러한 불편한 역할을 계속 해야 할 것 같다.

정연욱 기자 : 나름대로 어떻게든 타협해서 최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려고 노력은 한다. 자사 비판일 수 있는데 KBS 뉴스는 가급적 튀지 않으려고 하고 무색무취하기 때문에 딱 꼬집어서 저널리즘적으로 문제라고 하는 보도는 솔직히 드물다. 아주 정제된 언어로 양쪽의 입장을 다 담으려고 노력한다. 선거철에는 특히 더 그랬다. 근데 이제 최근에는 코너도 바뀌었고, 문제적 보도를 모른척 넘어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게 구독자들의 눈높이에는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런 간극을 좁혀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녹화장면 인스타그램 갈무리

댓읽기가 추구하는 저널리즘은 무엇인가?

김기화 기자 : 각자 생각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솔직한 삶을 살고 싶다. 갈등이 있어도 서로 차분하게 대화를 하면 대부분 해소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시청자와 기자도 서로 통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서로 이해하고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의 저널리즘이 결국 언론의 불신을 좀 치유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저널리즘을 추구하려고 한다.

독자나 시청자들이 기사에 악플을 쓴다고 기자가 외면하는 것은 순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순서는 기자가 먼저 독자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내가 기사를 썼는데, 독자에게 어떤 반응이 왔으면 기자가 말을 걸어야 한다. 그게 구체화된 것이 <댓읽기>다.

정연욱 기자 : <댓읽기>가 어떤 저널리즘을 지향한다는 말 자체가 거창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댓읽기>는 KBS 저널리즘 안에 있다. 워낙 우리 방송 뉴스가 경직돼 있고, 정제되다 보니 날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보완하려고 탐사보도도 하고 1시간짜리 프로그램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새 미디어를 소비하는 분들은 TV를 잘 안 본다. 그래서 <댓읽기>는 시청자들이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튜브를 통해 뉴스가 가지고 있는 간접적인 맥락을 해설해주는 보완제 역할이다. 조금 더 솔직한 말을 통해 기존 방송 뉴스에 한발 더 나아가 다시 뉴스를 생기있게 만들려는 역할을 기대하고 노력하고 있다. 근데 아직까지 그러기에는 사이즈가 좀 작은 것 같다.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

소통을 강조했는데 구독자들과 소통에 어려운 점은?

정연욱 기자 : 막 적대적인 댓글을 다는 분들이 있다. 한 2년 전에 의사들이 파업할 때 <댓읽기>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고 나서 의대생들에게 엄청 많은 메일을 받았다. 그 메일에 대한 답장을 통해 상호 간의 의견을 좁혀가는 게 소통일 텐데 사실 그렇게 못했다. 수백 통의 메일들이 공감이 안 됐던 것도 있었고 일일이 메일만 붙잡을 수는 없었으니까. 그런 소통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김기화 기자 : 쉽지 않은 숙제다. 방송을 재밌게 보시던 분들도 본인이 속한 집단에 대해 <댓읽기>가 가차없이 비판하면 깜짝 놀라신다.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댓읽기>가 주로 정치인이나 이른바 권력기관을 상대로 비판을 하다가 자기가 속한 특정 집단에 비판하면 깜짝 놀라고 상처받는 경우가 있다.

근데 그런 경험 자체가 언론을 접하는 시민으로서 되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다른 집단에 대해 함부로 말할 때 당사자는 억울한 게 많겠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른바 상대진영 지지자나 혹은 사회적 약자 등 타자화하고 비판할 수 있는 집단이 많은데 이런 경험을 통해 '억울한 면이 있겠구나'라는 마음을 본인이 당했을 때의 억울함을 통해서 한번 되돌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선국면에서 정치 아이템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정연욱 기자 : 그건 논란의 여지가 없는 팩트다. 대선국면에서 정치 아이템을 안 했다. KBS라는 독특한 위치가 있기 때문에 선거 국면에서는 또 선거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방송심의가 더 엄격해진다. <댓읽기>가 KBS랑 아예 상관이 없는 채널이면 모르겠는데, 일례로 김 기자는 <댓읽기>를 제작한다는 이유로 같은 부서에 3년째 있다. 사실 보도국에서 배려해주는 것이다. <댓읽기>도 KBS의 리소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또 대선 기간 정치 이슈 중에 획기적으로 길게 다룰 만한 탐사 아이템이 나왔다면 했을 텐데 그런 것은 없었다. 의식적으로 정치 아이템을 다루지 않은 것도 있지만 논란을 피하려고 했다기보다는 KBS 플랫폼 안의 유튜브 채널 한계였다고 본다.

김기화 기자 : 특히 평시가 아닌 대선 정국 때는 <댓읽기>가 조금이라도 잘못하지 않나 눈에 불을 켜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말은 안 하지만 회사 내에서도 호시탐탐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대선 국면에서 정치 이슈를 다루기는 여러 이유로 힘들었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유튜브 채널 갈무리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도 있다

김기화 기자 :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에 자유한국당 비판을 많이 했던 것에 대해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그때는 자유한국당이 진짜 잘못을 많이 했다. 당시 이상직 의원 사건을 포함한 민주당 잘못에 대해서 여러 번 방송했다. 예전에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올 수 있다고 해서 과거에 다뤘던 아이템들을 한번 정리해봤는데 여당 것도 많이 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불편하시다고 하면 앞으로는 민주당이 뭘 잘못했는지 잘 보겠다.

최근 KBS 미디어비평이 축소되는 추세다. '댓읽기'의 비평 역할이 강화되나

정연욱 기자 : 자사 비평은 기회가 되면 하겠지만, 타사 비평은 좀 다른 영역인 것 같다. 미디어비평은 엄밀하게 그냥 직관적으로 생각을 나누는 정도에 그칠 거면 아예 안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다른 언론사의 기자가 쓴 기사를 같은 기자가 비판하려면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정확한 취재가 필요하다.

KBS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지금와서 하는 얘기지만 기자들은 미디어비평 부서에 안 가려고 했다. 미디어비평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속할 역량이 없는데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자들이 미디어비평 부서를 안 가려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기자가 기자를 비평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댓읽기>가 그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타사 기자들과 협업하는 방송도 있었는데 늘려나갈 생각은 없나?

김기화 기자 : 한 번 같이 만들 타사 기자분들이 계신지 이번 기회를 통해 광고하고 싶다. 안 그래도 계획 중이다. 타사 기자들이 정기적으로 나오는 코너를 만들고 싶다. 타사 보도를 제가 비판하면 그 기자는 방어를 하고 그 기자가 KBS보도를 비판하면 제가 방어하는 그림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지난번 타사 기자들과 얘기한 적 있고, 다들 좋아했다. 그런데 각 팀장, 부장들이 허락을 안 해줄 것 같다. 그래도 찾다 보면 허락해 줄 만한 기자도 있지 않을까, <댓읽기>도 우당탕탕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젊은 기자 중에서 용기를 내봤으면 좋겠다.

일단 팀장 부장들이 본인들의 영역을 넘어서 기자가 다른 곳에 나가 다른 얘기를 하고 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이해 한다. 그런데 우당탕탕같은 것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시민들에게 기자라는 직군은 흔히 기레기라고 통칭되는 혐오나 멸시의 대상인데 기자들끼리도 ‘잘해보려고 노력한다’는 제스쳐를 던지는 노력은 해야할 것 같다.

시민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는 것이 기존의 언론판에서 보면 파격일 수밖에 없다. 그 벽을 깨야 하는데 간부들의 벽이 잘 깨지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젊은 기자들이 기존의 형식을 깨는 시도를 먼저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같이 할 수 있는 기자들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코너 '책 읽어주는 기자들' 갈무리

댓읽기의 성격이 초창기와 달라졌는데

김기화 기자 : 일단 초창기와 달리 여유가 좀 생겼다. 예전에는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는 일도 많았고, KBS와 관련한 일도 많았다. 실제로 KBS가 잘못한 일도 많아서 하나하나 해명하고 설명하느라 바쁘고 힘들었다. 익숙해지다 보니 다른 것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때 마침 정연욱 기자가 ‘우리 시대의 소설 50편’이라는 기획 보도를 시작했다. 그냥 리포트만 내보내기 너무 아까운 아이템이라, 유튜브에서도 하지 않겠냐고 정 기자에게 제안했다. 무엇보다 제가 책을 워낙 안 읽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책 읽는 습관을 좀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댓읽기> 외에 <책 읽어주는 기자들>이라는 코너를 새로 하게 됐다.

책읽기는 어떤 프로그램인가?

정연욱 기자 : 제가 9개월 동안 ‘우리시대의 소설 50편’이라는 연중 기획을 했다. 생존 작가들 작품 50편을 선정했는데 평론가단체와 함께한 협업 프로젝트였다. <댓읽기>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한 뒤부터 김 기자가 끊임없이 다른 스핀오프를 하고 싶어했다.

뭔가 <댓읽기> 포맷에서 탈피한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고민하다가 이제 마침 제 기획이 김 기자의 취지와 맞았다. 김 기자가 '기획에 나갔던 작품을 다시 소개하면서 작품에 대한 좀 더 깊은 얘기를 해보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취재한 입장에서 취재물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면 훨씬 좋다. 그리고 또 더 많은 분들이 작품을 알 수 있고, <댓읽기> 고정 시청층이 있으니까, 그래서 <댓읽기> 녹화와 별개로 둘이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리 취재를 한 기자여도 책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것이 전문가가 보기에 너무 작품 소개가 가볍지 않을까는 하는 걱정도 했다. 그런데 이 정도 수준에서 책을 다루는 유튜브가 별로 없더라. 생각보다 조회수도 잘 나왔다.

책읽기가 더 좋다는 구독자들도 생기고 또 해보니까 나름대로 꽤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 <댓읽기>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느낌이어서 나름 보람을 느끼고 재미도 있어서 계속 진행하고 있다.

KBS 유튜브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진행자 정연욱(좌) 김기화(우) 기자(사진=미디어스)

‘외람이’라는 새로운 코너를 신설했는데 ‘외람이’가 무엇인가?

김기화 기자 : 모 기자가 윤석열 당선자에게 ‘외람된 말씀이지만’이라고 질문을 던진 게 영상에 잡힌 적이 있다. 그러자 인터넷에 지금 언론들이 바뀐 정부에 대해 이렇게 태도를 취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담긴 밈(Meme·인터넷에 유행하는 사진)이 생겼다.

이런 밈은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기자들이 역할을 잘했으면 기자가 ‘외람된’ 같은 얘기를 해도 시민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이 인식하는 언론은 특정 정치 세력한테 굉장히 수그리고 들어가는 모습들이기 때문에 그 발언이 회자된 것 아니겠나

이런 밈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시민들이 진짜 원하는 기자의 모습은 상대가 아무리 거악이라도 정말 ‘외람되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진짜 외람된 질문을 던지는 기자가 돼보자는 차원에서 또 그런 기자들을 모아서 소개해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싶어서 ‘외람이’ 코너를 시작하게 됐다.

시청자들에게 정부나 검찰 경찰 재벌 등에 대해 겁먹지 않는 기자들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물론 잘못하는 기자들도 많다. 정말 야만적인 기자들의 보도 행태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하는 분이 많이 계신 것도 사실이다.

정연욱 기자 : 우리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할 때 ‘외람되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지 않나. 근데 갑자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언론인 안에 뭔가 권력을 비판할 때 용기가 필요해야 할 것 같은 이중잣대가 생긴 것 같다. 그것은 우리(기자)가 잘못해서가 아니고 보수 정권이 언론을 직접적으로 간섭하고 개입한 역사가 불과 얼마 전에 있었기 때문에 언론인 스스로 갖게 된 것이다.

그 세력이 다시 집권을 했으니 기자로서 경계하고 우려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런 세월을 겪어서 우리가 파업도 했고 고초를 겪은 분도 있었다. 기자마다 정치적 성향은 다르겠으나 기자로서 다시 한번 다잡고, 그런 세상이 또 오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예방하자. 설사 그런 사태가 반복돼도 우리는 용기를 잃지 않고 기자의 결기를 유지하자는 우리끼리의 다짐이기도 하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4년 동안 4번의 시즌이 있었는데 어떤 차이점이 있나?

김기화 기자 :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많았던 것 같다. 기존의 취지를 잃지 않으면서 유튜브 안에서 새로운 저널리즘에 대한 시도를 많이 했다. 좋게 말하면 진화라고 할 수 있고, 어떤 분들은 타협했다고 얘기한다. 근데 타협과 진화가 배치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타협하고 진화하면서 살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제는 기존에 생각했던 것을 잃지 않으려고 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최근 라이브 방송을 자주하고 있다

김기화 기자 : 재밌는데, 자꾸 하다 보면 실수가 나올 수 있어 위험하긴 하다. 언론사에 속해서 일하는 기자 한 명이 라이브 하는 방송이 없는 이유가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말실수한 것이 KBS 입장이 되거나 악의적인 기자에 의해 왜곡돼서 기사가 나갈 수 있다. 그렇지만 소통 차원에서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있다. 양날의 검이다. 라이브 방송을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다.

정연욱 기자 : 기자가 하는 유튜브를 보는 시청자들은 아마 기자들끼리 이야기하는 속칭 고급 정보같은 얘기들을 듣고 싶어 할 것이다. 예컨대 어떤 정치 사안이 있을 때 뒷이야기 같은 맥락을 짚어주길 원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얘기는 방송에서 못 한다. 그런 이야기들은 결국 취재원이 검증되지 않은 전언일 뿐이고 그런 얘기를 기자가 공개적인 유튜브에서 할 수 없다. 그런 정치 유튜브 방송은 많이 있다. 그런 유튜버는 기자가 아니니까 할 수 있지만 기자는 직업적인 윤리가 있기 때문에 속시원한 논평이나 여러 맥락을 해석하는 데 있어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정권 교체 이후 댓읽기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김기화 기자 : 구독자들의 응원과 관심 사랑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 구독자들이 더 좋아할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 가는 것 자체가 생존 전략이다. 혹시 나중에 정말 바쁜 곳으로 인사발령을 보내도 계속 영상을 올릴 거기 때문에 생존 전략 같은 건 없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이다. 제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딱히 걱정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KBS 유튜브'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진행자 정연욱(좌) 김기화(우) 기자 (사진=미디어스)

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기화 기자 : 책 관련된 얘기를 라이브 방송에서 얘기하다 출판사에게 혼났다. 그래서 많은 얘기는 못 한다. <댓읽기>가 지금까지 해온 것에 대해 갈무리하는 차원에서 책을 쓰고 있다. 4년 동안의 세월을 돌아보고 뉴미디어에 대한 고민도 들어가 있다. 레거시미디어에서 자생적으로 뉴미디어 콘텐츠를 만들면서 겪었던 좌충우돌 이야기다. 출판은 연말 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제목도 정해지지 않았다.

정연욱 기자 : <댓읽기>가 기자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니까, 어떤 경험이었는지 다른 기자들과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청자들도 <댓읽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댓읽기>가 저널리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 번쯤 짚고 넘어갈 시점이었는데 마침 제안이 왔고 시기가 맞아 떨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을 꼽아달라

김기화 기자 :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지금까지 올린 영상이 560개 정도인데, 딱히 특정해 기억에 남는 회차를 꼽기 어렵다. 모든 방송이 다 의미있다. 최근 책을 쓰면서 예전에 올렸던 방송들을 다시 보는데, 다 재밌더라. 방송을 보면서 ‘이때는 이런 의미를 담으려 노력했구나’하는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정연욱 기자 : <댓읽기>에 되게 큰 시련을 가져다 준 방송이 있었는데(<동물국회? 아니죠. 자유한국당 잘못입니다>편) 제가 <댓읽기>에 합류하고 얼마 안 돼서 KBS의 정치부 집회 보도를 비판했었다. 그때 ‘AI가 쓴 기사같다’ 등 자사 비판을 세게 했다. 그때 사내에서 큰 파장이 있었다. 여러모로 고초를 겪었다.

사실 지금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방송이 우리의 정체성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기도 했다. <댓읽기>에 합류하고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 고민했는데, 이런 역할을 해야겠구나는 인식을 갖게 해준 방송이었다.

기자면서 유튜버이기도 한데 정체성에 혼동이 오지 않나?

김기화 기자 : 일단 기자와 유튜버는 완전 다르다. 기자 정체성을 가지고 유튜브를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늘 생각한다. 그래야 제가 진행하는 영상이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신뢰를 줄 수 있고, 제 자신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잃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유튜버와 기자가 약간 섞인 상태의 사람으로 살아보는 것 자체가 나 스스로 새로운 저널리즘의 어떤 실험 과정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 과정에서 실수도 하고, 과하기도 하고, 잘못할 때도 있는데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까지 KBS가 <댓읽기>를 때려치라고 안 한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회사가 <댓읽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구독자분들이다. 구독자분들이 응원해 주시니까 이런 기회를 또 가질 수 있게 됐다.

정연욱 기자 : 김 기자에게 철저한 기자 정체성이 있다. 기자가 하는 유튜브로서 자신이 직접 취재를 하지 않았더라도 팩트를 확인하고, 누군가가 문제제기를 했을 때 반박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또 방송에서 책임질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유튜브를 하는 기자의 정체성인 것이다.

그동안 말실수를 할 때도 있고, 대화를 하다 보면 감정이 들어갈 수도 있고, 팩트가 헷갈렸을 수 있는데 적어도 지금까지 그런 사고가 안 난 이유는 김 기자가 편집하면서 데스킹을 아주 잘했기 때문이다. 발언들을 계속 검증하고 걸러내는 것은 기자의 프로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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