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한화에 7:6으로 재역전패했습니다. 데뷔 첫 선발승에 도전한 임찬규는 4이닝 9피안타 2사사구 7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습니다.

2:1로 뒤진 4회초 LG는 이진영의 2점 홈런과 오지환의 3점 홈런으로 5득점하며 6:2로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폭발적인 타선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임찬규는 4회말 6피안타, 4연속 피안타로 난타당하며 5실점해 단번에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타선이 득점에 성공한 다음 이닝에서 실점하지 않는 것이 투수의 기본인데 넉넉한 4점차를 안고도 임찬규는 1, 2점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재역전을 허용하며 무참하게 무너졌습니다.

▲ LG 선발투수 임찬규 ⓒ연합뉴스
이번 경기에서 임찬규는 4이닝 중 3이닝에 걸쳐 실점했는데 작년 초반에 비해 구위와 구속이 모두 떨어져 상대 타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습니다. 선발 투수라면 무더운 여름이 낀 한 시즌을 나기 위해 체중을 불려 구위와 구속을 상승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지훈련부터 선발 투수를 준비한 임찬규는 오히려 작년보다 체중이 줄어 몸이 부실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시즌 중에 갑자기 체중을 불리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애당초 선발 투수로 준비한 임찬규가 겨우내 살이 빠졌다는 점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벼운 구위로 2경기 연속 난타당한 임찬규를 과연 선발 로테이션에 그대로 두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남습니다.

김기태 감독의 투수 교체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4회말 강동우의 중전 적시타로 6:5 턱밑까지 추격당한 뒤 이여상에게 2루타를 허용해 2사 2, 3루 역전 위기에 닥쳤을 때가 임찬규를 강판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이미 임찬규는 4회말에 이여상의 안타까지 5피안타, 3연속 피안타를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4회말 2사였기에 승리 투수 요건과 무관했으며 설령 4회말을 넘어간다 해도 5회말까지 맡기기는 어려웠다는 점에서 이여상에게 안타를 허용한 시점에서 교체를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의 뚝심은 장성호의 2타점 역전 결승타로 빛이 바랬습니다.

7:6으로 뒤진 5회초 2사 1, 3루 기회에서 김용의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동점 혹은 역전을 바라볼 수 있었던 기회가 무산되었는데 노련한 마일영이 변화구 위주로 승부할 것이며 경험이 부족한 김용의가 변화구에 약점을 지니고 있음을 감안하면 최동수를 대타로 기용해 경기 중반에 승부수를 거는 편이 어땠을까 싶습니다. 김용의는 풀 카운트 끝에 마일영의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결과적으로 LG는 7:6 1점차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역전을 노려볼 수 있었던 9회초 무사 1, 2루 기회에서 박용택이 시종일관 강공으로 임하다 삼진으로 물러난 것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화 마무리 바티스타가 서동욱과 이대형을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연속 사사구를 내주며 무사 1, 2루가 되었을 때 김기태 감독은 4월 13일 잠실 KIA전에서 리즈가 그랬듯이 바티스타 또한 계속 제구를 잡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박용택에게 강공을 지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바티스타가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에 제구에 안정을 찾을 것이라 판단하고 희생 번트 지시로 전환했어야 합니다. 무사 1, 2루에서 강공은 병살타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부질없는 결과론이지만 만일 박용택에게 2구부터 희생 번트 사인이 나왔고 착실히 이행되었다면 1사 2, 3루가 되었을 것이고 이진영의 중전 안타는 역전타가 되었을 것입니다.

LG는 2개의 주루 실수를 범했습니다. 2회초 1사 2루에서 작은 이병규는 오지환의 2루수 뜬공에 2루 베이스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주루사해 더블 아웃되었는데 명백한 본헤드 플레이입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9회초 1사 1, 2루에서 이진영의 중전 안타가 나왔을 때 홈을 파고들지 않은 2루 주자 서동욱의 주루 실수입니다. 9회초 1점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를 해서라도 홈 쇄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서동욱은 3루에 머물렀습니다. 애당초 타구가 안타가 될 것인지 아닌지 판단에 실패해 스타트가 늦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4월 13일 잠실 KIA전 3회말 무사 1, 2루에서 오지환의 직선타구에 2루에서 스타트했다 주루사했던 기억으로 인해 서동욱이 소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역전까지 노려볼 수 있었던 9회초 1사 만루의 기회에서 4번 타자 정성훈의 병살타로 경기는 LG의 패배로 귀결되었습니다. 만일 이번 경기에서 마무리 바티스타를 무너뜨리며 재역전승에 성공했다면 시즌 초반 1승 6패로 침체된 분위기의 한화의 시즌 전체 성적과 마운드 운용을 뒤흔들 수도 있었지만 LG는 상대가 맛있게 차려준 밥상을 스스로 발로 차 뒤엎었습니다.

LG는 시즌 초반 부진하던 KIA를 지난 주말 3연전에서 부활시켜주었고 이번에는 최하위로 가라앉은 한화의 기를 살려줄 차례인 듯합니다. 오늘부터 박찬호와 류현진이 한화 선발로 대기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LG가 청주 원정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이끌기는커녕 자칫 스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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