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빈집 재생 프로젝트인 <라미란의 빈집살래2> 4부작이 17일 종영했다. 서울의 빈집을 재생했던 시즌 1과 달리, 시즌 2는 어촌에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예비 귀어‧귀촌인들과 지방의 빈집 문제를 해결할 매칭 솔루션 리얼리티 콘셉트로 제작됐다.

통영의 빈집을 재생해 어촌에 생기 불어넣고자 한 <라미란의 빈집살래2>. 방송 뒷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20일 <라미란의 빈집살래2> 공동 연출한 황순규 MBC PD를 전화로 만나 보았다. 다음은 황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MBC 빈집 환골탈태 재생 프로젝트 <라미란의 빈집살래2> (사진제공=MBC)

지난 17일로 <라미란의 빈집살래2> 4부작 방송이 끝났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빈집살래> 시즌 2를 준비하면서 좀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컸어요. 게다가 시즌 1 때는 빈집이 3채였는데. 시즌 2엔 두 배 이상이 늘어났어요. 그러다 보니 챙겨야 할 일도 많고, 통영까지 오가는 물리적인 시간 때문에 많이 힘들기도 했죠. 확실히 시즌 1보다 제작환경이 좀 더 어려웠어요.

그래도 저희 제작진, 건축가들, 시공하시는 분들 다 같이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주셨어요. 심각했던 코로나 상황 때문에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제작팀 모두 코로나를 잘 피해서(?) 무사히 방송 마칠 수 있었어요.”

시즌 2 지역을 통영으로 선정하신 이유는?

“저희가 부산, 울산, 보령, 제주 등 총 스무 군데 어촌 마을을 답사했는데요. 어촌계는 농촌보다 진입장벽이 높게 형성돼 있어서 누군가 들어와 바다를 같이 쓴다는 점에 부담감이 상당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진입장벽을 낮추고 가장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어주셨던 곳이 통영 달아마을이었어요. 그래서 빈집살래 시즌 2 지역으로 선정하게 됐죠.”

시즌 2에선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셨나요?

<라미란의 빈집살래2> 연출한 황순규 MBC PD

“시즌 1 때는 서울의 하나하나 집들 변화에 집중했었어요. 그 집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서 어떻게 변화되는지에 집중했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 재생’이란 좀 더 넓은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달아마을에 총 8채의 빈집이 재생됐잖아요. 빈집 8채가 재생되면서 마을이 변화하고, 결국은 도시를 바꿔 점점 더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달아마을의 경우 마을 중간에 폐가촌이 있을 정도로 밀집되어 있었거든요. 밀집된 폐가촌과 여러 집들을 변화시킨다면 이 마을 자체가 살아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걸 한번 실험해 보고 싶었어요.”

이번 프로젝트 경쟁률이 35:1이었다고 나오던데 의뢰인 선정 기준이 있었을까요?

“생각보다 경쟁률이 높았어요. 저희는 귀어를 특수한 분들만 하시는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신청이 많이 들어올지 약간 의구심을 갖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너무 많은 분이 신청해주셨어요. 저희는 귀어, 귀촌이 막연한 꿈 혹은 로망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생활 터전 자체를 옮기는 일이라, 거기 가서 어떤 일을 해서 먹고살지가 결정돼야 하거든요. 농촌이나 바닷가로 일주일 놀러 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죠.

많은 지원자와 미팅 하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정말 오랜 시간 준비해오신 분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준비하고 귀어 해도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분들도 많았고요. 저희 프로그램 초보 선장인 진형욱 씨 같은 경우는 2년 전에 귀어하신 분이거든요. 그렇지만 그분도 시행착오를 겪고 갈림길에 서 계셨어요. 이런 분들을 통해서 ‘귀어는 꿈이나 로망이 아니고 정말 치열한 삶의 터전이고 현장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진형욱 씨를 선정했어요.

젊은 부부 은행원 남편과 간호사 아내는 4개월 전에 귀촌 해봤더니 너무나 좋았던 거예요. 그래서 정착하고 싶은데 빈집은 너무나 많지만, 살 집이 없는 거죠. 이분들의 사연을 통해서, 정을 붙이고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집을 우리가 매칭해준다면 젊은 사람들도 이렇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마지막 출연자로 들어왔던 김심원 씨 같은 경우는 야자나무 집 뒷마당에 집을 짓게 됐잖아요. 사실 그 야자나무 집은 다섯 식구가 있는 집이었는데, 가족회의를 통해서 큰아들과 둘째 딸은 안 내려오기로 하고 부부와 제일 막둥이만 내려오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집 규모가 조금 줄어들었죠. 그러면 저 땅을 나눠서 한 분이라도 더 받아들이자고 했는데 그 땅이 좁았기 때문에 1인 가구인 김심원 씨가 들어오게 된 거죠.”

빈집이 많은데 집 구하는 건 왜 그렇게 어려울까요?

“어려운 질문 같으면서도 답은 간단한데 큰돈이 안 되기 때문이에요. 사실 빈집이 싸거든요. 만약 큰돈이 된다면 집을 팔아 재산에 증식에 썼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큰돈은 안 돼도 팔자니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산이며 본인이 어렸을 때 살던 곳이고, 또 계속 유지하면서 임대를 놓자니 집을 관리하는 데 돈이 더 들어가는 거죠. 그럴 바에는 나중에 은퇴하고 내려갈 때까지는 그냥 비워두자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빈집은 계속 늘어나고, 당장 집주인들은 다 도심에 살고 있죠. ‘이거 왜 안 파세요?’라고 물어보면 ‘은퇴 후에 뭘 짓든지 할 거예요. 지금은 그냥 놔두죠.’라고 해요. 이런 분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MBC 빈집 환골탈태 재생 프로젝트 <라미란의 빈집살래2> (사진제공=MBC)

이번에 빈집은 어떻게 구하셨나요?

“이번에는 저희가 해수부와 같이 쭉 돌아보면서 빈집이 가장 많은 곳을 정한 다음에, 통영시가 이 빈집을 매입했죠. 통영시 소유의 빈집입니다. 그 빈집을 수리하고 신축해서 귀어인들 그리고 스테이 하우스에 임대 주었습니다.”

임대라면 2년 살고 나가는 건가요?

“이분들은 이번 프로젝트의 시범 사업처럼 처음부터 설계에 참여했기 때문에 2년 살고 나가라고 할 수가 없어요. 통영시와 협의해서 이분들이 원한다면 최대 10년까지 그 집에서 살 수 있는 조건을 달았죠. 그리고 10년이 지나면 또 다른 귀어인이 그 집으로 들어와서 터전을 마련할 수 있게 선순환이 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빈집 재생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집 3채가 다닥다닥 붙어 있고 저쪽도 5채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보니 공사 과정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도 각각의 개성에 맞게 목조주택은 목조주택대로, 콘크리트 건물은 콘크리트 건물대로 그리고 철근구조인 또 야자나무 집도 그대로 다양한 색깔을 내면서 잘 지어졌다고 생각해요.”

시즌 1에서는 빈집을 리모델링했다면 이번에는 신축한 집도 있던데요.

“맞습니다. 시즌 1에는 모두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이번 시즌 2도 가능하면 리모델링 하려고 했죠. 그런데 너무 오래된 건축물이다 보니 기둥 하나, 벽면 하나 살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 빈집들이 문화재가 아닌 이상 무조건 보존해야 하는 건 아니었죠. 그렇다고 우리가 이 빈집을 싹 밀고 빌딩을 짓는다든지 오피스텔을 짓는다든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빈집이 가지고 있는 형태를 최대한 살려야 된다는 거죠.”

MBC 빈집 환골탈태 재생 프로젝트 <라미란의 빈집살래2> (사진제공=MBC)

시즌2 제작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시즌 1보다 두 배 정도 힘들 거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한 4~5배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일단 집채 수가 8채나 되니 신경 써야 되는 점이 많았고, 또 지자체 소유의 빈집이라 필수적인 행정적인 절차들이 있었어요. 시공업체를 정할 때도 공개 입찰 통해서, 또 철거하더라도 공개 입찰을 통해서 했죠, 그런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어요. 개인 집이면 개인이 판단해서 진행하면 되는데 시 소유의 빈집들이었기 때문에 절차를 따라야 하는 점들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초반에 말씀드렸듯, 통영과의 물리적인 거리가 이번 시즌에는 가장 힘든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PD님 개인적으로 어느 집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어느 자식이 제일 예쁘냐고 묻는 것과 같을 건데요. 각각의 집들이 다 개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느 한 집이 각별히 예쁘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고,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이 8채의 빈집은 다 개성을 가지고 훌륭하게 재생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즌 1과 방송 포맷을 다르게 한 이유가 있을까요?

“시즌 1에 다큐를 한 번 했고 그 다음번에 확장판 방송을 했어요. 확장판 때 라미란 씨와 건축가들이 출연해 리모델링 콘셉트 그리고 시공하면서 힘든 점, 어려운 점 등에 대한 얘기를 했거든요. 이번에는 라미란, 노홍철, 김나영 그리고 건축가들이 다 같이 스튜디오에 나오게 됐어요.

시즌 1 같은 경우는 집 한 채의 변화에 집중했어요. 그래서 MC 라미란과 건축가들이 스튜디오에서 토크하는 게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시즌2 의뢰인들은 도심에 살던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어촌으로 바꾸는 상황이었단 말이죠. 집의 건축적인 요소도 중요했지만, 귀어해서 어떤 생활 터전에 자리잡아 준비하느냐 이것도 포인트였어요. 그 사람이 내려가서 낚시업을 할지 통발업을 할지 등 어떤 일을 해서 먹고살지가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였거든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공감하고 호응해줄 연예인이 필요했던 거죠.

어떻게 보면 <체험 삶의 현장> 같기도 하죠. 굴 까기도 하고, 어떤 분은 가서 통발을 배우기도 하는데 그런 씬들이 상당히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공감해 줄 연예인이 누가 있을까 고민했고 회의를 거쳐 평소에 노후 주택 리모델링을 해본 경험이 많은 노홍철 씨, 그리고 두 아이 육아를 하고 있으며 패션 및 인테리어에 뛰어난 감각을 소유한 김나영 씨를 접촉했어요. 정말 다행인 게 이 두 분 다 저희 시즌 1을 재미있게 본 상황이라 바로 한 번에 출연 오케이 해주셨죠.”

MBC 빈집 환골탈태 재생 프로젝트 <라미란의 빈집살래2> (사진제공=MBC)

의뢰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는데, 쿠키 영상을 통해 보여줘서 좋았던 거 같아요.

“저도 그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사실 시간이 있었다면 조금 더 다양하게 집을 활용하는 모습을 찍고 싶었는데, 그때가 이사 들어온 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된 상황이었어요. 쌍둥이 아빠 창수 씨는 은행에 사표 쓰고 굴 양식장도 체험하면서 용기를 많이 얻었었고, 가장으로서 어업인으로서 뭘 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방향을 찾고 있었고요. 낚싯배 선장인 진형욱 씨도 원룸 생활을 하다가 보고 싶은 막둥이와 아내가 내려올 수 있는 이 집을 마련해 조금 더 안정되게 낚시업에 집중할 수가 있게 돼 한 번 더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좋아하셨고요.

김심원 씨는 편의점만을 열심히 해오던 청년이었어요. 이분도 처음으로 본인 집이 생기고 편의점에서 벗어난 후 첫 직장이 된 거죠. 달아마을에 정착하기 위해서 열심히 통발업을 배우고 있는 그런 상태였어요. 그리고 김남길 씨도 문화예술의 도시 통영에서 문화예술인들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짜야 될지 고민하고 계셨는데, 그런 모습을 짧게라도 찍어서 보여줘야 되겠다는 생각에 쿠키 영상을 만들어 넣었습니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즌 3는 얼마나 준비됐나요?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어떻게 할지는 지금부터 고민해야 될 것 같아요. 사실 지난 연말에 MBC와 포스코가 시즌 3에 대한 MOU 업무 협약식을 맺었어요. 저희 MBC 제작진은 시즌 1, 2와 좀 더 다른 모습으로 시즌 3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지역의 빈공간, 꼭 주거 형태인 집이 아니더라도 빈 상가, 폐공장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MBC 빈집 환골탈태 재생 프로젝트 <라미란의 빈집살래2> (사진제공=MBC)

<빈집살래> 시청해준 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빈집살래>가 시즌 1에 이어 시즌 2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의 관심과 ‘빈집이 저렇게 재탄생할 수 있구나’라는 빈집에 대한 인식 개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거든요. 저희 <빈집살래>를 계기로 빈집을 활용한 사업들도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의 관심이 없었다면 시즌 3 제작까지 오기는 불가능했죠. 또 9명의 제작진과 설계를 맡아주셨던 5명의 건축가 그리고 시공을 담당해주신 수많은 인부들이 없었다면 이런 재생의 기적은 일어날 수 없었겠죠. 그래서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무엇보다 시즌 3에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인사드릴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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