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IPTV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시안을 확정했다. 방통위는 이 초안을 갖고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 협의, 공청회 등 사업자 의견 수렴 등에 나설 계획이다. 방통위가 5월초 입법예고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일정대로 6월경에 사업자 선정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전자신문 4월 22일자 1면
하지만 방통위의 시행령 초안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업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관계부처와의 협의 과정이 남아있는 상태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는 셈이다.

이번 시행령(안)에서 KT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법인이나 사업부문 분리가 아닌 회계분리만으로 IPTV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에 대해 케이블TV쪽에선 특정 사업자를 위한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필수설비와 관련된 네트워크 동등접근의 경우도 '시장에서 경쟁력이 현저히 저하돼 공정경쟁이 불가능한 전기통신설비'로 한정해 인터넷 업계의 반발을 낳고 있다. 방통위는 망 동등접근 대상이 되는 설비와 콘텐츠 동등접근권 대상이 되는 핵심 내용은 시행령이 아닌 고시를 통해 확정한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22일자 신문들 가운데 일부는 방통위가 마련한 IPTV법 시행령(안)을 별다른 분석없이 단순 정리하거나 향후 처리 일정만 짧막하게 처리하는데 그치면서 "특정 사업자를 위한 특혜법" "방통위 비공개 회의 불법" 등 각종 사회적 논란과 비판을 외면하고 있다. 케이블TV업계와 인터넷업계, 지상파방송사들의 '이견'과 '반발', 방통위의 비공개 회의 방침에 대한 문제제기는 다루지 않고 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특정 업계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지원한다는 의구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디지털타임스 4월 22일자 3면
전자신문은 22일자 1면 <IPTV, 회계분리만으로 시장 진출>에서 "방통위가 IPTV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전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부문 분리대신 회계분리를 통해 IPTV 시장에 진출하도록 한 'IPTV특별법 시행령(안)'을 당초 원안대로 확정했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IPTV법이 아니라 KTTV법"이라고 반발하는 케이블과 인터넷쪽의 반발은 보도하지 않았다. <IPTV, 회계분리만으로 시장 진출> 제목부터가 의미심장하다. 또 지난 16일에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방통위 회의의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계의 목소리는 이번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디지털타임스는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협의 과정에 주목했지만 역시 사업자별 입장 차이와 논란은 다루지 않았다. 디지털타임스는 22일자 <'망 동등접근' 등 공정위 협의 주목>에서 "부처협의 과정에서 통신 규제정책과 관련해 자주 충돌해온 공정위를 비롯해 콘텐츠 동등접근권과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문화부가 막판 변수로 남아있다"면서도 "방통위가 방송-통신 진영간 입장을 조율해 어렵게 최종안을 내놓은 만큼 정부안 채택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무리없는 통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서울신문은 22일자 <IPTV법 시행령 '산넘어 산'>에서 "(방통위가 21일 IPTV법 시행령 시안을 확정한 것에 대해) 케이블TV업계와 인터넷업계가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 조치'라며 공동대응 방침을 밝히는 등 각계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또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16일에 이어 21일에도 방통위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며 언론노조의 성명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 서울신문 4월 22일자 24면
방통위가 21일 확정한 IPTV법 시행령 초안에 대해 꼼꼼한 분석과 진단을 시도한 언론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의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방통위의 IPTV 시행령 논의는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지만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곳은 드물다.

그나마 사업자간의 다른 입장과 논란은 '중계'되고 있지만 '수용자 권리'라는 대원칙을 견지하는 언론 보도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다. 앞으로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매체간 공정경쟁, 무료보편 서비스의 확대 등 IPTV 도입 기준과 원칙이 훼손되지 않으려면 좀 더 면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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