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재일교포 여성 무용인 J씨에게 십 수억원 대의 특혜를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정방송 쟁취'와 '김재철 퇴진'을 내걸고 1월 30일부터 총파업을 진행 중인 MBC노동조합은 17일 '무용인 J씨 특혜 폭로 기자회견'을 열어 "김재철 사장이 MBC 본사와 계열사 사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무려 7년에 걸쳐, 사적으로 알고 지내던 무용인 J씨에게 십 수억 원대의 특혜를 몰아줬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 MBC노동조합은 17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MBC본사 1층 로비에서 '무용인 J씨 특혜 폭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곽상아

MBC노조에 따르면, 지난 7년간 MBC가 J씨에게 협찬금과 출연료를 지원한 사례는 17차례에 달한다. 김재철 사장이 울산과 청주MBC 그리고 MBC본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올해 MBC 창사 51주년 특집 기획으로 마련된 뮤지컬 '이육사'는 무용인 J씨가 대표로 있는 기획사가 제작했으며, 제작비 12억원의 이 공연에서 J씨는 예술 총감독과 안무는 물론 주연 여배우까지 1인 3역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MBC노조는 "총 11회로 기획된 이 공연의 티켓을 전부 판매해도 벌 수 있는 돈은 4억 4천만원이다. MBC 내부 문서에 따르면, 예상 티켓 판매율은 14%, 금액으로 환산하면 5천 5백만원에 그친다"며 "12억원을 투입해도 겨우 5%의 수익도 내지 못하는 공연이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데도 J씨의 기획사는 제작비로 9억여원을 받았고, 이 가운데 4천여만 원을 J씨가 혼자 가져갔다"며 "결국 재주는 MBC가 부리고 돈은 J씨가 챙긴 셈"이라고 꼬집었다.

MBC가 지난해 3월 J씨의 '최승희 100주년' 개인 공연에 공동 주최로 참여했고, 대기업에서 7천만원을 협찬받아 J씨에게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MBC노조는 "MBC는 그동안 협찬 시 제작비 명목을 따져 돈을 지급했던 전례와 달리, 사용 내역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고, 통상적인 사업성 검토 절차도 생략한 채 돈을 보냈다"며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할 뿐 아니라 MBC를 개인 기업처럼 운용한 부도덕한 처사"라고 전했다.

또, "MBC내부 관계자들은 김재철 사장이 직접 J씨를 출연시키라고 지시했거나 J씨 기획사에 공연 기획을 맡기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고 MBC노조는 전했다.

MBC노조는 김재철 사장과 J씨의 관계에 대해 "(김 사장이) 도쿄 특파원을 지낸 90년대 중반부터 J씨와 알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J씨는 김재철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고향 사천의 전통무용 '가산 오광대'의 전수자를 자처하고 있으며, J씨 공연에 김재철이 수차례 직접 찾아가 관람을 하기도 했다"며 "실제로 김재철의 법인카드 사용 기록을 분석한 결과, 결재 시간과 장소가 J씨의 행적과 겹치는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영하 MBC노조위원장은 "김 사장과 J씨가 정확히 어떤 인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법인카드 남용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며 "이미 법률검토가 끝났고, 이 문제에 대한 국민 여론을 들어본 뒤 곧바로 김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MBC 사측은 "(뮤지컬 이육사 등의 공연이) 공익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지원했으며, 김 사장과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MBC사측은 노조 측이 기자회견 개최에 앞서 질의서를 보내 해명을 요구하자 "독립투사이자 시인인 이육사를 알리기 위한 공익적 뮤지컬이었기 때문에 지원했다" "(김재철 사장이 지원을 지시한 게 아니라) 안동MBC의 담당PD가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 "(J씨의 개인 공연인) 최승희 공연 역시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지원했다" 등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J씨의 공연을 수차례 관람했다는 대목에 대해서는 "한 차례 관람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영활동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했다.

'MBC가 왜 지난 7년간 17차례나 J씨에게 협찬금과 출연료를 지원했는지' '김재철 사장이 직접 J씨를 출연하라고 지시했다는 MBC내부관계자들의 증언' 등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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