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의 사랑이란 말은 어색하다. 사랑이라고 하면 20대나 30대에나 어울리는 단어 같다. 특히나 영화, 드라마에서 다루는 것이 거의 다 그렇다. 그래야 장사가 되는 것도 이유겠지만 아직도 우리사회가 그만큼 보수적이라는 지표도 된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제 40대, 50대 혹은 그 이상의 연령대의 사랑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옛날 세상에 둘도 없이 답답한 사랑을 하던 두 사람이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다. 인하 입장에서는 더욱 기가 막힐 일이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이번에도 똑같은 짓을 하면 아주 패죽이고 싶어질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지금 사랑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의 자기 힐난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다. 사랑비가 2012년이라는 재빠른 시대로 와서도 여전히 인하와 윤희에게 무거운 중량을 얹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데 그 끝이 벌써부터 아파온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인하와 윤희는 잘 될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30여 년의 세월은 인하에게 적극적인, 더 이상은 주저할 수 없는 용기를 준 것 같고, 윤희도 그 오랜 그리움 때문에라도 더는 도망칠 수 없는 끝자락에 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들의 아들딸이 사랑하게 된다면 이 답답한 아저씨와 아줌씨가 택한 결정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나를 보내고 준은 광고주를 찾아가 왜 무단도용을 했냐고 따진다. 이 남자의 방식은 색깔만 달랐을 뿐 아버지를 빼다 았다. 그런데 광고주 반응이 가관이다. 하나가 너무 맘에 들어 꼭 정식 모델로 써야겠단다. 그 자리에서 안 된다고 했지만 조수를 통해 들리는 말은 그렇다면 준의 라이벌 사진가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자존심 센 준은 울고 싶은 데 뺨 맞은 기분으로 하나를 찾아 수목원으로 향한다. 그런데 서준 말이 의미심장하다. 그 사진가가 완전 바람둥이라는 것이다. 그게 왜? 자신도 모르게 서준은 하나를 지키고 싶다.
바로 그 날, 운명적인 두 만남이 이뤄진다. 물론 비와 함께. 윤희는 하나가 거처할 방을 보기 위해서, 인하는 소원해진 부자 사이를 풀기 위해서 같은 곳을 향해 길을 걷는다. 인하와 윤희는 횡단보도를 앞에 두고 섰다. 아직은 서로를 모른다.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고 신호등이 바뀐다. 다소 다급하게 길을 건너다 윤희를 먼저 알아본 것은 인하다. 보통 예쁜 여자들은 사람들을 잘 안 보고 다니기 때문이다. 인하도 처음에는 예뻐서 봤을 것이다.
사랑 경험이 충분하다면 사랑비는 좀 싱거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면 이 사랑의 엇갈린 쌍곡선은 보슬비처럼 어느덧 가슴을 다 적시고 있다. 비를 맞으면 추워져야 하는데 사랑비라 더 뜨거워지기만 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