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전 최하위로 예상된 LG는 7경기를 치른 현재 4승 3패로 3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경기 수가 많지 않았지만 의외로 선전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LG에는 불안 요인이 잠재하고 있습니다. 주장 이병규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가운데 이진영이 부진해 중심 타선에서 공격의 맥이 번번이 끊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진영은 올 시즌 7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해 27타수 6안타 0.222를 기록 중입니다. 통산 타율 0.301로 은퇴한 선수들까지 포함해 역대 타격 10위에 올라있는 타자답지 않은 저조한 기록입니다.

▲ 15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LG 경기. 7회말 2사에서 LG 이진영이 스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록을 상세히 파고들면 더욱 내용이 좋지 않습니다. 6개의 안타 중 장타는 단 1개도 없습니다. 모두 단타였던 것입니다.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국제 대회에서도 곧잘 장타를 터뜨리던 중장거리 타자로서의 면모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멀티 히트를 기록한 경기도 없습니다.

어이가 없는 것은 6개의 안타가 모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주자를 두고 모두 범타로 물러나 기회를 연결시키지 못했으며 득점권 타율은 0.000이라는 의미입니다. 타점은 고작 1개에 그치고 있습니다. 주자를 둔 상황에서 이진영이 울렁증에 시달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진영이 아웃으로 물러난 21개의 타석을 분석해보면 내야 땅볼이 14개, 외야 뜬공이 6개, 삼진이 1개입니다. 범타 중 66.7%가 내야 땅볼 아웃으로 3번 아웃되면 2번이 내야 땅볼인 셈입니다. 4월 11일 잠실 롯데전에는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는데 3루 땅볼, 2루 땅볼, 2루 땅볼, 유격수 땅볼을 기록했습니다. 14개의 내야 땅볼 중 71.4%에 해당하는 10개가 1루 땅볼 및 2루 땅볼입니다. 좌타자 이진영이 잡아당기는 타격에 치중하고 있으며 타구 질이 좋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특정한 방향의 땅볼 타구가 양산되는 것은 타격 메커니즘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국민우익수’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수비에서도 약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4월 11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3:3으로 맞선 8회초 1사 후 박종윤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포구하지 못해 3루타가 되었고 결국 박종윤의 결승 득점으로 LG는 패했습니다. 9회초에는 조성환의 안타에 바운드를 맞추지 못해 포구에 실패해 2루타로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최근 들어 이진영은 수비 범위도 크게 줄어들고 특유의 강견을 뽐내는 장면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진영이 2008 시즌 종료 후 FA를 통해 LG에 입단한 이래 매년 성적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만 32세의 나이로 인해 노쇠화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3년간은 매해 부상과 싸워야 했지만 올 시즌 만큼은 부상도 없는데 부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TV 프로그램에서 ‘야구는 잘 하는 사람이 잘한다’고 했던 자신만만한 언사를 스스로 입증해야 할 시점이 왔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