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홍보수석에 이강덕 전 KBS 대외협력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전 실장은 2011년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당시 KBS 정치부장을 맡고 있었다. 또한 2017년 KBS '낙하산 인턴 채용' 의혹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22일 동아일보 등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실 '마지막 퍼즐'이라는 홍보수석비서관 자리에 이강덕 전 실장이 유력하다. 이 전 실장에 대한 인사 검증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실장은 KBS 기자 출신으로 정치외교부장, 워싱턴지국장, 디지털뉴스국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미국 특파원 출신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임인 '한미클럽' 회장을 맡고 있다.

대통령실 대변인은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의 강인선 당선자 외신대변인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중앙일보는 "홍보수석엔 대선 당시 윤 당선인의 언론 특보를 지낸 인사도 물망에 올라있고, 대변인엔 최근 계약 종료를 앞둔 여성 방송인의 이름이 하마평에 주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강덕 전 KBS 대외협력실장 (사진=연합뉴스)

이 전 실장은 2011년 KBS가 민주당 대표 회의실을 몰래 녹음하고 문건으로 작성해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에게 넘겼다는 이른바 '민주당 도청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2011년 6월 23일 민주당 최고위원·문방위원들이 수신료 인상 관련 회의를 진행한 다음날 한선교 의원은 녹취록이라며 회의 내용을 폭로해 도청 의혹이 불거졌다. 정치부 기자가 독단적으로 도청을 감행했다고 보기 어려워 KBS의 조직적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이 전 실장은 KBS 정치부장이었다.

이와 관련해 2017년 6월 임창건 전 KBS 보도국장은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KBS가 민주당 대표회의실을 도청한 건가'라는 질문에 "나는 잘 모른다. (중략) 나도 사실은 그게 궁금해서 현장에 있는 정치부장하고 기자에게 물어봤는데 본인들은 '그런 도청'은 아니다고 이야기하더라"라고 답했다.

이어 '한선교 의원이 폭로했던 녹취록은 KBS가 만든 것인가', '녹취록을 건네준 사람도 KBS 인사인가'라는 질문에 임 전 국장은 "그 문건은 우리(KBS)가 만든 것이다. 그건 맞다"라며 "이 이야기는 이미 그때 우리가 줬다고 정치부장 이강덕이가 다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국장은 "(KBS가)공식적으로 넘겨줬다는 게 아니라 강덕이(이강덕 당시 정치부장) 이야기로는 내부에서 이런 것을 야당(민주당)에서 논의한 것 같다, 그러니까 당신들(한나라당)이 야당하고 이야기할 때 그걸 참고로 해 달라고 하면서 보여줬는데 한선교가 좀 달라고 해서 (넘어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 전 실장을 포함한 6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KBS는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해 "이강덕 당시 정치부장에게 확인한 결과 KBS는 한나라당 쪽에 보고서를 전달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7년 9월 KBS 기자협회 진상조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민주당 도청 의혹' 취재기자는 "녹음을 하든지 녹취를 하든지 취재해 오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의혹이 불거진 이후 민주당 비공개 회의 내용이 담긴 KBS 내부 문건을 확인했다는 고위간부 증언도 나왔다.

또한 이강덕 전 실장은 2017년 KBS 디지털 주간 시절 외교부 고위급 출신 인사의 자녀를 '낙하산 인턴'으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2017년 8월 외교부가 이 전 실장을 공공외교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하려 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을 내어 '낙하산 금수저 인턴'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2017년 4월 외교부 고위급 출신 인사의 딸 A 씨를 별다른 절차 없이 KBS 디지털 뉴스부에 데려와 기사를 작성하게 하고, 바이라인을 달아 KBS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A 씨에게는 '인턴 자료 조사비'라는 명목으로 한 달에 180만 원 급여가 지급됐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다른 인턴들이 서류심사와 1차, 2차 면접 등을 거치며 10: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 받는 180만 원을 아무런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지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노조 KBS본부는 "급기야 6월 초엔 이 인사의 딸을 선발 절차도 없이 ‘해외 인턴’이란 명목으로 채용하려다 이를 알게 된 기자들과 기자협회가 문제를 삼겠다고 하자 마지못해 철회한 일까지 벌어졌다"며 "한마디로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우롱하는 이른바 ‘낙하산 금수저 인턴’을 심고 거액의 돈과 혜택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언론노조 KBS본부 성명 이후 이 전 실장이 민간위원직을 고사했다고 밝혔다.

당시 KBS는 언론노조 KBS본부 성명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을 제기했다. 반론조정이 이뤄진 한겨레 기사를 보면 KBS는 "전직 외교부 간부의 딸을 아무런 절차 없이 인턴으로 특혜채용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실 초대 대변인으로 거론되는 강인선 당선자 외신대변인은 지난달 조선일보 부국장 자리에서 당선자 비서실로 직행해 '폴리널리스트'(politician+journalist, '정치인'과 '언론인'의 합성어) 논란을 빚었다. 강 대변인은 당선자 외신대변인 임명 3일 전까지 신문지면에 칼럼을 쓰고, 유튜브 방송을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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