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모든 방역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며 현 정부의 방역 완화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도 마스크 착용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위의 이 같은 비판은 차기 정부로 넘기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20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5월 초 실외 마스크 계속 착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해철 장관은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정부는 방역상황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전문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착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거리두기 해제 발표 당시 실외 마스크 조정 여부는 2주간의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발표드린 바 있다"며 "다음주부터 실외 마스크 해제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 판매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자 인수위가 발끈했다. 같은 날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전한 메시지"라며 "마치 코로나가 없는 것처럼 모든 방역 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일상 회복을 하면서도 코로나 위험으로부터 고위험군과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면서 "여전히 하루 10만명의 확진자와 하루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많은 방역·의료 전문가는 방역 조치 완화가 한꺼번에 이뤄져 자칫 방역 긴장감이 사회 전반적으로 약화하진 않을까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대변인은 "마스크 착용은 모든 감염병 예방 관리의 기본 수칙이자 최종 방어선"이라며 "국민께서 잘 지키고 있는 마스크 착용에 대해 정부가 섣불리 방역 해제하지 않도록 당부드린다. 차기 정부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격리 의무를 해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위가 마스크 해제 등 방역 조치를 두고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3일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정부가)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것은 너무 성급한 조치가 아닌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에도 안 위원장은 "마스크 착용은 모든 감염병 예방 관리의 기본 수칙이자 최종 방어선"이라며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한 긍정 평가가 86%로 압도적이었다. 정부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많은 의료 전문가들이 마스크 해제, 거리두기 완화 등 방역조치 완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사실이며 문제는 윤 당선자가 정반대의 주장을 펴 왔다는 점이다. 지난달 헬스조선, YTN 등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윤 당선자는 실외 마스크 착용 폐지 방침을 세웠다. 다만 실내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 유행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당선자는 지난 1월 후보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일단 마스크를 쓰는 데에 대한 제한은 철폐하거나 확 줄이자는 것"이라며 "마스크를 쓰지 않는 식당·주점·노래방 이런 데는 우수 환기시설 업소가 되면 이걸(입장제한 기준을)2배로 늘려주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자는 선거 유세 현장에서 "실외 마스크 착용은 폐지하되, 실내 마스크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봐가며 탄력적으로 결정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과학적 데이터를 준비 하나도 안 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방역)하다가 일일확진자가 세계 1위"라며 "이게 정부고 나라냐. 집에 앉아서 알아서 하라는 것인데 서민과 자영업자를 얼마나 우습게 아냐"고 현 정부를 비난했다.

지난달 17일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본부 보건바이오의료정책분과 위원장 박은철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새 정권 출범과 함께 실외 마스크 착용 조치는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집권 100일 안에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현재 기준으로도 실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실외의 경우 2m 이상 거리를 유지할 수 있고, 집회·공연·행사 등에 참석한 게 아니라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실외에서 거리유지가 어렵거나 다중집합행사 중인 상황에서 마스크를 벗지 않는 한 과태료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2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부 방역 조치 비판 보도. 포털 검색화면 갈무리

윤 당선자의 약속과 인수위 입장이 상반되지만 대다수 언론은 인수위 입장을 그대로 싣거나, 현 정부와 인수위 간 대립구도를 전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21일 조선일보는 <인수위 "섣불리 마스크 해제 말라">에서 "현 정부의 급격한 방역 조치 완화에 인수위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방역 당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 폐지, 코로나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 확진자 격리 해제 등을 포함한 ‘포스트 오미크론 체제’를 발표했다"며 "하지만 국내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한 달 넘게 전 세계 확진자 중 꾸준히 20% 안팎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성급한 조치라는 지적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인수위가 현 정부의 방역 완화 조치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새 정부 출범 전후로 자칫 코로나 확산세가 반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며 "더구나 치료비가 개인 부담으로 전환될 경우 새 정부가 국민적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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