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선발 정재복의 호투와 정성훈의 결승 홈런에 힘입어 KIA에 5:3으로 승리하며 2연패에서 벗어났습니다. 올 시즌 선취점을 내준 경기에서 모두 패했던 LG는 선취점을 내주고도 처음으로 역전승을 이끌어냈습니다.

LG 정재복과 KIA 김진우로 예고된 양 팀의 선발 투수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타격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았으나 어제 필승 계투진을 아낀 LG가 오늘은 불펜 싸움에서 우월한 입장에 섰던 것이 사실입니다. 양 팀 선발 투수가 모두 기대 이상으로 호투해 타격전으로 전개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LG는 중반 이후 불펜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어제 경기에 패했지만 이틀 연속으로 심동섭과 한기주를 끌어낸 것이 오늘 경기 승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정재복은 1회초 2사 후 최희섭에게 2점 홈런을 내준 이후 5회초까지 추가 실점하지 않았습니다.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달아오른 KIA 타선을 맞아 5이닝 동안 무사사구로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지난 2연전에서 LG 배터리와 내야진을 뒤흔든 이용규를 출루시키지 않은 것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안정적인 제구에 비해 구속이 올라오지 않은 것이 아쉬운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직구 구속이 140km/h를 넘어설 수 있다면 보다 위협적일 것입니다. LG는 개막 이후 5명의 선발 투수가 등판했는데 김광삼과 정재복이 첫 번째 등판에서 안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 6회말 무사에서 LG 정성훈이 솔로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결승타의 주인공은 4번 타자 정성훈입니다. 정성훈은 6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진해수의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큼지막한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는데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라는 야구 속설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3번 타자 박용택과 5번 타자 이진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정성훈만큼은 4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으로 분전했습니다. 6회초부터 선발 정재복이 내려가고 계투진이 다소 이른 시점에서 가동된 상황에서 정성훈의 홈런 이후 2점을 추가 득점하면서 LG는 승기를 잡았습니다.

박용택은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7회초 1사 후 김원섭의 타구를 뒤로 물러난 뒤 다시 전진하다 다이빙하면서 포구에 실패해 2루타로 만들어줬는데 어깨는 약해도 평소 타구 판단만큼은 뛰어난 박용택답지 않은 수비였습니다. 차라리 다이빙을 하지 않고 원 바운드 단타로 처리했다면 7회초 5:3까지 쫓기는 1실점은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8회말 1사 1, 2루 기회에서 스리 번트 삼진으로 물러난 심광호의 타격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2구와 3구 연속 번트를 시도하다 파울이 되면서 삼진으로 물러났는데 추가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병살타를 피하며 진루타를 기록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인해 무리한 번트를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4월 13일 KIA전에서 세 번의 결정적인 득점권 기회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난 이후 타격에 자신감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병살타로 기회에서 찬물을 끼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한 타자는 타석에 들어설 자격이 없습니다.

5:3으로 앞선 9회초 김기태 감독은 마무리 리즈를 등판시키며 뚝심을 보였습니다. 리즈는 선두 타자 나지완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는데 이어 김원섭의 땅볼 타구가 2루수 서동욱의 글러브에 맞고 유격수 오지환으로 향한 것은 LG에 운이 따랐다고도 볼 수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병살로 연결한 오지환의 차분함이 돋보였습니다. 어쨌든 리즈가 세이브를 따내면서 마무리 투수에 대한 불안감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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