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 투하츠(아래 더킹)에 대한 진가는 시청률이 떨어진 이후 더 발휘되고 있다. 더킹을 여느 로맨틱 코미디의 플레임 안에 가둬두고 싶은 이들에게는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이 드라마 곳곳에 수많은 은유와 비밀에 놀라기 때문이다. 마치 보물찾기처럼 더킹은 비밀을 찾아 나선 이에게 기쁨과 전율을 안겨준다.

예컨대 은태규 실장이 은연 중에 극비사항을 털어놓게 된 문제의 비틀즈 음반은 그저 지나쳐도 될 것이지만 이어진 김봉구의 대사와 겹쳐져서 소름 끼치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도대체 작가는 이런 것까지 왜 생각했으며, 그것을 시청자가 알 것이라고 생각했는지가 먼저 궁금하게 된다.

은태규 실장이 받은 비틀즈 앨범은 엄밀히는 비틀즈 앨범이 아니다. 비틀즈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Quarrymen의 앨범이다. 그렇지만 나중에 이 그룹에 나머지 멤버들이 속속 들어왔고,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 역시 그들에 의해서 녹음되었으니 딱히 아니라고도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비틀즈의 이름으로 발매된 음반은 아니다.

그런데 그 앨범 The Quarrymen at home의 수록곡에는 I’ll Follow The Sun이라는 곡이 있다. 이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내용으로 슬픈 노래이다. 그런데 김봉구와 은실장의 통화내용에 이 노래의 가사가 담겨 있었다. 김봉구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은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거기도 날이 밝을 거에요. 지금 막 태양을 따라가고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지금 막 태양을 따라가고 있다는 말 자체를 비틀즈 노래에서 가져온 것까지는 작가가 비틀즈를 많이 좋아하나보다 하고 말 수 있다. 그러나 이 노래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김봉구의 말은 이재하마저 해치겠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까 자신이 한국에 가는 이유를 은연 중에 밝힌 것이다.

문제는 비틀즈 광팬인 은실장이 김봉구의 의도를 알아들었냐는 점이다. 처음과 달리 은실장은 실수로 인한 국왕 시해에 이어 두 번째 음모에 자의로 가담하고 있다. 그러나 은실장이 비틀즈의 음반을 받고 또 태양을 따라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이상 그 의미를 모를 거라 생각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고민되는 지점이다.

비틀즈의 희귀음반을 받은 것에 이성을 잃고 비밀을 누설할 정도면 분명히 보통 팬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 음반에 수록된 노래쯤은 이미 줄줄 꿰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봉구의 말이 I’ll Follow The Sun이라는 것도 알 수 있고, 그것이 담고 있는 음모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왕이 사고가 아니라 독살에 의한 암살이라는 것을 은실장만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들 은시경 때문에라도 많은 시청자들은 은실장의 행위가 실수이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클럽엠 김봉구의 정체를 알고도 재하와 만나게 한 점 때문에 완전히 변절했나 싶은 불안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함정일 수가 있다. 약점을 잡혔다고는 하지만 아무런 저항이나 갈등 없이 김봉구의 뜻에 따르는 것이 의심스럽다. 뭔가 트릭이 감지된다.

어쩌면 처음에는 실수였지만 자신의 약점을 잡고 있다고 믿는 김봉구를 최대한 가까이로 끌어들여 역공을 펼치려는 의도일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은실장의 변절은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풀려갔을 때 가장 걱정되는 사람은 아들 은시경이다. 은시경이 재신과 러브라인을 만들어가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왕제가 북한 여성과 결혼했는데 공주마저 경호원과 결혼한다면 너무 싱거운 병렬구조를 이루게 된다. 더킹을 쓰는 작가가 그런 중복된 러브라인을 구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킹 공홈의 인물소개에 은시경은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 아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더킹은 많은 복습과 예상 학습이 필요한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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